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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MA Mar 08. 2023

나만의 뮤지컬 애정식

내가 뮤지컬을 사랑하는 방법

"혹시 뮤지컬 좋아하세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눌 때면 어느 정도의 대화가 끝나고 정적이 찾아오곤 한다. 나는 유독 그런 정적을 견디지 못한다. 매번 참아야지, 하면서도 정적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한 명의 광대가 되어 이 얘기 저 얘기 꺼내고야 마는 것이다. 광대로서 여러 가지 대화 주제를 준비해 두는 것은 기본이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꼭 묻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뮤지컬에 대한 기호다. 대부분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냥 몇 번 관람해 봤거나 딱히 볼 기회가 없었거나 볼 생각도 없다, 고 말하곤 한다. 그러면 이런 작품도 좋고, 지금 이런 작품을 하는데 아마 이런 거 좋아하시면 좋아할 것 같아요. 아, 뮤지컬은 영화도 있잖아요? 하고 신나서 떠들고 있으면 와... 이 인간 진짜 덕후네... 하는 눈빛을 받는다. 언제 한 번 같이 보러 가요-하고 대화는 마무리된다. 그렇게 어색한 정적은 다시 한번 더 찾아온다.


저는 덕후까진 아닌 것 같아요.

가끔 나는 생각했다. 내가 진짜 덕후 맞을까? 딱히 관극을 엄청나게 하는 헤비 관극러(공연을 엄청 보는 사람)도 아니고 회전문(같은 공연을 여러 번 보는 것)을 도는 사람도 아니고 관련 지식에 해박한 것도 아니다. 공연도 좋아하거나 끌리는 작품만 본다. 지독한 편식쟁이. 실제 극장에서 보는 공연뿐만 아니라 뮤지컬로 된 콘텐츠도 좋아한다. 뮤지컬 넘버(극 중 노래를 지칭) 영상을 보거나 뮤지컬 영화, 영상 같은 것들 말이다. 흔히 생각하는 뮤덕(뮤지컬 덕후 줄임말)이 되기엔 한참 모자란 사람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뮤지컬 덕후다. 그것도 뮤지컬이라는 장르 자체를 사랑하는 덕후!


무대 위에 선 관객

뮤지컬을 좋아하게 된 시작을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3학년, 학교에서 소풍으로 뮤지컬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소극장 뮤지컬이었는데 극장 안에서 땀을 뻘뻘 흘려 더워질 정도로 에너지가 엄청났다. 그때 사랑에 빠지고야 만 것이다. 원체 영화를 좋아해서 당시 공부는 이미 고사하고 열심히 영화를 보던 때였다. 뮤지컬 영화에 빠져들기 충분했다. 뮤지컬 영화, 실황 영화(오페라의 유령... 절대 잊을 수 없다) 등등 정말 많이 봤다. 입시는 공연으로 가야겠다 결심했는데, 그게 그 해 2학기였다. 늦었다. 연극과는 실기가 있었다. 결국 영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영상과를 갔다. 당연히 적응 못했다. 1학년 2학기 그렇게 휴학을 했다.


헛되이 보낼 수 없는 시간이었다. 뮤지컬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처음 공연을 본 이후 막연하게 저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 무대에 서야겠다 싶었다. 바로 일반인 뮤지컬 동호회에 신청서를 냈다. 세 달의 연습과 2회 공연. 진짜 힘든데 와, 진짜 재밌었다. 한 번 더 신청해서 총 두 번 공연을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재능은 억지가 아니다... 나는 아무래도 노래나 연기에 재능은 없는듯했다. 하니까 늘긴 하는데 그래도 아닌 건 아니었다. 그래도 무대에 붙어있고 싶었다. 한 번 맛본 무대는 너무 달콤했다. 하지만, 모델도 하고 편입도 하고 취직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대에 대한 꿈은 사치에 가까웠다. 사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관련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은 다 찾아다녔지만 딱히 답은 얻지 못했다. 시간은 흐르고 흘러 취준이 시작됐다. 광고, 홍보, 마케팅으로 직무를 정하고 난 후 뮤지컬 제작사란 제작사에 이력서를 내기 시작했다. 경험도 없는 내가 손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결국 뮤지컬은 아니지만 공연, 문화와 관련된 곳에서 영상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도 종종 뮤지컬을 보곤 했다. 잊고 살다가도 극장만 가면 생각했다. 여기가 내 자린데! 그래서 퇴사했다. 해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결국 뮤지컬 극장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다.

공연 당시 첫 솔로

여긴 제 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몸을 쓰는 일을 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일하는 극강의 스케줄은 덤이었다. 출퇴근이 왕복 2시간이었다. 일어나 씻고 출근하고 퇴근해 돌아오면 씻고 바로 기절했다. 그래도 처음엔 재미있었다. 뭐든 배우는 건 즐겁다. 하지만 어려웠다. 상수, 하수는 매번 헷갈렸다. 공구라곤 십자드라이버 밖에 몰랐다. 하우스의 개념도 몰랐으니 말 다했지. 처음엔 눈치로 익혔고 자격증을 따보자 싶어 책도 읽고 영상도 보면서 공부했다. 하루종일 눈치 보고 긴장하니까 시간은 빨리 갔는데 그만큼 빨리 지쳤다. 먹는 걸로 풀다 보니 살도 엄청나게 쪘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에 문득 나 뭐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즐거웠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도 즐거웠고 백스테이지에서 함께 한다는 것도, 배우들을 본다는 것도, 공연을 원 없이 볼 수 있다는 것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 즐거웠다. 근데 당장 일 년 후에도 이러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공연은 바뀌겠지만 나는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뮤지컬을 지겨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돼, 그러면 안 된다. 계약연장을 최종 고사했다. 저는 뮤지컬을 알리고 만드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난생처음 공구를 잡고 목공을 했다.

관객으로 다시

관객으로 돌아오니 바빴다. 티켓팅도 해야 하고 그러면 돈도 있어야 한다. 관극 하러 가서도 줄 서서 프로그램북을 사고 포토존 사진을 찍어야 했다.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아 진 순간. 그래도 행복했다. 뮤지컬을 본다는 그 자체 만으로 나는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연극의 4요소가 있다. 배우, 희곡, 무대(극장), 그리고 바로 관객이다. 관객이 없으면 아무리 화려하고 잘 만들어진 극이라 하더라도 완성되지 못한다. 그 당연하고도 간단한 진리를 나는 왜 잊고 있었을까. 때로 그런 생각을 했다. 왜 나는 하필이면 뮤지컬을 좋아해서 이렇게 고생을 할까? 돈도 얼마 못 벌고 몸은 힘든데. 답은 정해져 있다. 왜냐니, 뮤지컬을 사랑하니까! 다만, 저마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간과했다. 나는 뮤지컬이 너무 좋아서 당연히 무대와 가까이 살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다. 그저 관객으로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향유하는 한 사람으로서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충분하다. 하지만, 덕업일치라는 말처럼 무대와는 조금 멀더라도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다룬다면 더 좋겠지!


나만의 뮤지컬 애정식

나는 나만의 뮤지컬 애정식을 만들었다. 자칭타칭 뮤지컬 덕후로서 말이다. 관극, 콘텐츠 제작으로 말이다. 관극이야 당연히 열심히 하는 거고 관련 콘텐츠까지 놓치지 않고 즐기는 헤비향유러로 살 거다. 그리고 더 나아가 "뮤지컬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정적이라곤 찾아오지 않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에게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알리고 싶다. 넘버 추천, 작품 추천 등 진입장벽을 낮추는 글을 꾸준히 쓴다. 만약 된다면 좋겠지만, 기획사나 제작사, 재단에서 좋은 작품들을 널리 알리고 발굴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러려면 좀 더 노력해야겠지만 말이다. 꾸준히 나만의 뮤지컬 애정식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신에게도 외치련다. 뮤지컬 좋아하세요!...?




뮤지컬, 어떻게 좋아해야 하는데요?

그래, 나도 뮤지컬 좋아하고 싶어! 근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는 분들을 위해 여러 가지 팁을 준비해 봤어요.

참고하셔서 우리 함께 뮤지컬 했으면 좋겠네요..!


추천 도서

<뮤지컬 익스프레스 슈퍼스타> - 황조교

인스타그램으로 알게 된 분인데 책을 내셨다고 해서 바로 읽었어요. 보면서 몇 번이나 박수를 칠 뻔했답니다? 그래! 내 마음인데! 하고 말이죠. 왜 사람들은 뮤지컬과 사랑에 빠질까?라는 질문의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동호회

나도 언젠가 저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면! 동호회를 추천해 드립니다. 요즘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동호회가 많더라고요! 일정의 수강료와 무대 제작비가 들지만 그만큼 내가 만들어가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매우 뿌듯하답니다. 실제로 동호회 활동을 통해 숨은 재능과 꿈을 찾는 분들도 있고요! 네이버나 카페, 인스타그램에 지역+뮤지컬 동호회로 검색해 보시면 정보 얻으실 수 있을 거예요. 하게 될 작품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모임도 있으니 평소에 좋아했던 극을 해보는 것도 좋겠죠? 만약 난 노래도 연기도 못하는데ㅠ 하신다면? 그래도 괜찮아요! 저도 못했고...ㅎ 정말 일반인들이 모여 만들어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연습동안 정말 느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할 수 있습니다. 후회보단 도전이죠!


유튜브

요즘엔 넘버 플레이리스트를 비롯해 개인 창작자 분들의 영상도 많고요, 특히 제작사에서 공연 영상을 일부 풀어주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만일 바로 관극은 좀 부담스러운데... 하신다면 미리 영상을 보고 마음에 드는 극을 찾아보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아니면 뮤지컬과 관련한 콘텐츠로 뮤지컬이라는 장르와 친해지는 것도 좋겠죠? 사실 뮤지컬은 막을 내리고 나면 다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다리며 보시는 것도 추천드리고 만약 내가 꽂혔는데 지금 공연 중이라면? 무조건 달려가세요!


영화

뮤지컬은 공연도 있지만 영화도 있어요. 영화에서 뮤지컬로, 뮤지컬에서 영화로 된 작품들도 꽤 많거든요!

<시카고>, <마틸다>, <레미제라블>, <영웅>, <인 더하이츠> 등 아주 많답니다! 뮤지컬 공연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해 줄 거예요.


뮤지컬은 음악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아주 매력적인 장르인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랑에 빠진 사람도 많은 것 같고요. 뮤지컬로는 하루종일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ㅎㅎ 저만의 사랑하는 방식으로 써 내린 뮤지컬이 어떻게 가닿을지 모르겠네요. 만일, 이 글을 읽고 좋아하게 되었다면 이제 당신만의 애정식으로 써나가야 할 차례겠죠. 당신의 애정식을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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