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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MA Apr 19. 2023

저는 복잡하기만 한걸요.

알쏭달쏭 내 머릿속

복잡하다 : 형용사, 일이나 감정 따위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만큼 여러 가지가 얽혀 있다.

단순하다 : 형용사,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다.


취준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의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때가 있다. 자소서도 그렇고 면접도 그렇다. 매일 밤마다 스스로에게 묻는 것도 꽤 된다. 몇몇 질문에는 정해진 답이 있다. 특히, 자소서는 공식이 있다. 오죽하면 자소설이라고 부르겠어. 처음엔 한 문장 쓰는 것도 버거워 몇 날 며칠을 머리를 감싸고 카페에 죽치고 앉아 있었는데 이제는 몇 시간이면 뚝딱한 완성해 낸다. 온갖 표현들과 경험을 자르고 붙이고 과장해서 만들어낸 이야기에 살짝 현타가 오긴 하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나, 해야지. 그럼에도 쓰기 힘든 문항이 있냐 하면 나는 성격의 장단점 문항을 꼽겠다. 물론 여기도 공식이 있다. 장점과 단점을 써야 하는데 찐 단점을 쓰면 안 된다. 그렇다고 장점만 쓰는 것도 안된다. 엥, 무슨 소리냐고? 나도 그랬다. 단점을 쓰려면 극복해 낸 경험을 써야 한단다. 평소 자기 비하와 혐오가 습관이 되어버린 인간에게 제일 어려운 질문이 아닐까.


그래도 써야지. 끌어 모으고 과장해 보자. 음, 나는 생각이 많다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이다. 좋게 생각하면 플랜 A부터 Z까지 세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고 준비하는 철저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나는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데. 생각이 많다는 건 많은 걸 의미한다. 쓸데없는 것까지 생각해서 머릿속이 쉴틈이 없고 최악의 최악까지 생각한다.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일까지 떠올리게 되면 심장이 두배로 두근거리면서 그날 밤 잠은 다 잔 거나 다름이 없다. 더 문제는 이런 날들이 불시에, 자주, 갑자기 찾아온다는 것이다. 멍 때리는 시간은 곧 잡생각이 몰아치는 시간이다. 내 머릿속은 휴식이 없다. 


사실 취준뿐만 아니라 온갖 질문과 대답은 전 생애에 반복된다. 사유하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과하면 좋지 않지. 단순하게 생각하자. 일련의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한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이런 반응이 나올 거다. 난 단순하게 생각하자,라는 문장을 생각하며 또 가지가 뻗어나가요. 미친다. 나도 그렇다. 처한 상황이나 생각들을 단순하게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또 무한한 생각과 고민의 과정이 기다린다. 


정말 힘들겠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고민과 생각의 끝에 마침내 찾아낼 해답이 있기 때문이고, 그 해답으로 다시 생각이 뻗어 나간다고 해도, 언젠가 내가 다시 그 해답을 찾아낼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블 영화를 보면 수백 수천 가지의 경우의 수를 보았지만, 결국 빌런에 대항해 이길 방법은 단 하나였다. 마침내 수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세상의 평화를 찾아낸다. 나도 마찬가지다. 수십, 수백 개의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나의 수많은 밤과 시간을 희생한다. 결국 찾는다. 그게 어떤 답이든 말이다. 잠깐이라도 내면의 평화를 찾아낸다. 그렇게 산다. 잠깐의 평화를 위해 얽히고설킨 사이에 몸을 누인다. 깨어 사유하고 또 사유한다. 그래서 나는 단순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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