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나에게도 있을까?
가끔 글을 읽는다. 책이든, 단문이든, SNS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그럴 때면 가끔 인상이 찌푸려지는 것들을 만날 때가 있다. 흔히 종이 아깝다고 표현하는 것들. 딱히 알맹이는 없는 것이거나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해 버린 것들까지. 그런 걸 읽고 나면 알게 모르게 자신감이 생긴다. 아이, 나 이것보단 잘 쓸 수 있지-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자신감. 하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말문이 막히는 게 단어하나 쓰는 것도 망설여진다.
가끔 글을 쓴다. 아주 다양하게도 쓴다. 블로그도 하고 브런치도 한다. 인스타그램도 업로드해야 하고 뉴스레터 원고도 쓴다. 일기도 매일 쓰고 있다. 어느 순간 글을 쓴다는 건 나의 장점이자 특기가 되었다. 몇몇 사람들로부터 칭찬도 좀 듣고 인정도 좀 받으니 어깨도 으쓱하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나도 이것보단 잘 쓰지- 에서 이것이 된 느낌이 든다. 아, 이래서 함부로 무시하면 안 돼, 하는 삶의 교훈 좀 얻고 쓰지는 못한다. 하지만 써야 한다는 강박은 남아있다. 이 어찌나 괴로운 일인가! 써야 할 것 같아 쓰는데 항상 잘 쓰지 못할 것 같아 두려운 상태라니.
가끔 생각한다. 이 세상엔 엄청나게 많은 글이 있고, 또 그걸 쓰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AI까지 나서서 글을 쓰는 마당에 내가 구태여 보태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과연 글을 써야 한다는, 그런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는 것 자체가 가능한 것인가. 그렇다고 쓰지 않으면 나는 더욱 불안해질 거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금은 쓰기로 했다. 심지어 나에게 써야 한다는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부담감이 가득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만 어떤 일이라도 아예 없는 것보단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야 나는 사는 것 같으니까. 그런 맥락에서 쓰는 거니까. 그리고 그렇게 쓰다 보면 언젠간 내가 써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