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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니 May 17. 2024

맥락적 지능정보의 시대 도래

증강현실은 시각 정보가 아니라 맥락적 통합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Google (Screenshot)

1999년 중국에서 전시 디자이너로 일할 당시, 영화 '매트릭스'는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공간을 다루는 디자인을 하던 내게 가상 세계는 다가올 새로운 세계로 보였다. 당시의 가상 현실에 대한 철학적 사고와 기술적 예견들은 매우 급진적이어서, 마치 사람들이 실제 몸을 버리고 가상 세계로 이주할 날이 머지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영향으로, 2002년 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 ‘가상 환경’을 전공하게 되었고, 가상 현실 콘텐츠를 구현하는 것이 나의 평생 직업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메타버스의 인기가 사그라지며 가상 현실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도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급부상했던 메타버스는 당시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사용자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서 사회적 상호작용을 대체할 안전한 장소로서의 실용적 필요성마저 감소했다. 메타버스의 거품이 빠지면서 관련 회사들은 사업 방향을 바꾸거나 관련 팀을 해체했다. 그렇다면 가상 현실 산업은 현재의 침체기를 딛고 다시 상승 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는 그렇다. Chat GPT나 구글 Gemini와 같은 멀티모달 AI 플랫폼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메타버스가 유행하던 시대에서 긍정적인 점을 찾자면, 가상 현실을 ‘몰입적 가상 세계’ 에 국한되지 않고 보다 넓은 차원에서 해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의 활용에 무게를 두느냐, 가상 세계에서의 활용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증강 현실, 증강 가상, 혼합 현실, 확장 현실, 가상 세계 등 다양한 용어들이 탄생했다. 완전한 몰입감을 제공하는 가상 세계뿐만 아니라 현실과 가상의 융합을 통해 실제 공간의 업무나 생활에 도움이 되는 기술적이고 사업적인 시도가 있었다. 사실, 완전한 몰입적 가상 세계는 현실에 기반을 둔 사용자에게는 불편하고 재미도 없으며 실용성도 떨어지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일 뿐이다. 또한 사업자들에게 몰입적 가상 세계는 높은 기술적 수준과 방대한 콘텐츠, 값비싼 디바이스 등을 필요로 하기에 투자 대비 수익을 기대하기에는 무모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2024년 5월 구글 I/O에서 Gemini 1.5 기반 Project Astra가 공개되었고, 새로운 안경형 디바이스가 등장했다. 안경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주변 환경과 사물을 인식하고, 사용자의 상황에 맞춘 풍부한 실시간 음성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복잡한 인터페이스 조작 없이 음성으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정보 요청이 가능해졌다. 구글 Gemini와 OpenAI의 Chat GPT 등 최근 AI는 비전, 보이스, 텍스트 등 다양한 모달리티를 활용하는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지능적으로 훨씬 발전한 수준이기 때문에 상황 인지 수준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시간 맥락에 맞춰 실시간 지능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증강 현실은 비주얼 레이어 중심이 아닌 실시간 지능 정보 중심으로 변화되었다. 사실 증강 현실이라는 용어는 시각적 정보에 국한되지 않는다. 하지만 관련 산업에서는 최근까지 비주얼 레이어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다. 비주얼은 정보의 하나의 종류일 뿐이고, 사용자에게 유용한 장비가 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상황에 맞춰 가장 필요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통합적 정보가 전달되어야 한다. 따라서 가상 현실 관련 산업에서 가장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시각적 정보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맥락에 맞춘 통합적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것이 증강 현실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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