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 <삼국지(三國志)> 여몽열전(呂蒙列傳) 중 배송지 주(注)
얘들아, 너희들에게 제일 먼저 들려주고 싶은 옛 문장은 괄목상대라는 말이야. 눈[目]을 비비고[刮] 상대한다[相對]는 뜻이란다. 마주한 사람이 대단히 발전했을 때, 예전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아 눈을 비비고 다시 확인할 때 쓰는 말이지. 흔히 크게 성장한 사람을 칭찬할 때 쓰는 고사성어인데, 이 안에는 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어. 가난하고 보잘 것 없었던 여몽이라는 사람이 성공하고 성장해 가는 멋진 이야기. 들어보면 우리가 쉽게 쓰는 괄목상대라는 말에 얼마나 큰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게 될 거야. 여몽의 성장이야기, 한 번 들어보고 싶지?
여몽이 살던 시대는 매우 혼란스러웠어. 거대한 통일국가였던 한나라가 망하고 중원(中原)에 자리한 위나라, 강동(江東)을 차지한 오나라, 서쪽에 도읍한 촉나라가 천하를 차지하려고 다툼을 벌이던 시기였지. 서기 3세기 가량의 시기이고, 우리나라는 삼한을 넘어 삼국이 발전하던 즈음이야.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살기는 힘들었어. 여몽이 살기에도 예외는 아니었겠지.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매형에게 얹혀살았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니까. 지금도 그렇지만, 고대엔 가장(家長) 없이 살아가는 가족은 참으로 힘겨울 수밖에 없었어. 기록에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여몽도 어린 시절 참 곤란했으리라 짐작이 돼.
중원(中原): 중원이라고 하면 옛 중국의 중심부라고 생각하면 돼. 지금은 북경(北京, 베이징)이 수도이지만, 옛날에는 지금의 서안과 정주 사이 황하 강을 끼고 있는 지역이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단다.
강동(江東): 중국 장강(長江)의 동쪽 끝 하류 지역이라 강동으로 불렸어. 중국 전체로 보면 동남쪽이고 지금의 상해 근처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오나라는 강동에 자리 잡은 후 더 남쪽을 개발하기 시작해서 지금의 중국 남쪽까지 세를 확장했어.
그때 여몽에게 매형이 되는 등당은 오나라 손책이 임명한 부장으로 지방 군사 세력을 토벌하는 일을 하고 있었어. 그러던 어느 날, 등당이 토벌을 나서서 싸우다 뒤를 돌아다보고 깜짝 놀랐어. 열댓 살밖에 안 된 여몽이 몰래 따라와서 함께 싸우고 있었던 거야. 죽으려고 환장을 했냐고 혼을 내기는 했지만 전쟁터라 말릴 여유는 없었어. 다행히 무사히 집에는 돌아올 수 있었지. 등당은 곧장 장모에게 사실을 알렸어. 어린 아들이 무모한 짓을 했다는데 가만있을 부모는 없을 거야. 여몽 어머니도 불같이 화를 내며 아들을 나무랐어. 그런데 여몽은 가만히 듣고만 있지 않고, 어머니께 자신의 뜻을 솔직히 말씀드렸어.
“가난과 미천함을 참기 어렵습니다. 공을 세우면 부귀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호랑이 굴로 들어가지 않고 어찌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있겠습니까?”
여몽이 전쟁에 참가한 것은 철부지 행동이 아니었어. 반드시 성공하리라 각오한 소년이 한 용감한 행동이었지. 가난을 견디기보다는 어떤 어려움과 위험을 겪더라도 그것을 떨쳐내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야. 전쟁에서 용병이 될지언정, 가난과 비천함을 떨쳐버리겠다고 마음먹었지. 당시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사람이 출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으니까. 죽음을 무릅쓰고 전장을 향했던 소년의 마음이 느껴지니?
그렇게 몇 해를 전쟁터에서 보내던 어느 날, 매형 등당이 죽었어. 당시 장군이었던 장소는 여몽을 추천하여 등당을 대신하게 했어. 각오가 남달랐던 만큼 실력을 발휘했던 모양이야. 곧 별무사마라는 벼슬에도 오르게 되었어. 높은 벼슬은 아니지만 평범한 군인을 벗어나 장교가 된 것이지. 그 정도만 해도 매형한테 얹혀살던 신세에 비하면 꽤 출세한 셈이지. 하지만 여몽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어.
기회는 빨리 찾아왔어. 강동의 호랑이로 불리며 중국의 동남쪽에서 세를 불려 가던 맹장 손책이 젊은 나이에 죽고, 동생인 손권이 강동의 정권을 잡게 되었어. 손권은 아버지나 형처럼 대단한 장수는 아니었지만, 인재를 널리 모으고 나라꼴을 잡아가는 데는 부형(父兄)보다 나은 사람이었지. 손권은 나라의 여러 제도와 문물을 가지런히 했어. 그런 가운데 오나라의 군대도 손을 보기로 한 것이지. 장교들이 이끄는 군대 중에 수가 적거나 실력이 없는 군대는 통폐합하려고 했어. 여몽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지. 그는 아무도 모르게 돈을 빌려 자기의 병사들에게 붉게 빛나는 군복을 입혔어. 군대를 평가하는 날, 손권이 보기에 여몽 군대는 빛났고, 훈련이 잘되어 보였어. 손권이 매우 기뻐하며 여몽의 병력을 늘려주고 작은 현을 다스리는 수장으로 삼았어. 이런 성공은 미리 준비하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지. 이때부터 여몽은 오나라 지도자인 손권에게 신뢰를 얻기 시작했어.
이후 여몽은 손권을 도와 내란을 막고 나라를 넓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워. 많은 장수가 나서서 실패한 전투도 여몽이 나서 싸우면 이기곤 했어. 그래서 손권이 말했지. “사나운 새 백 마리가 물수리 한 마리만 못하구나.” 다른 장수를 사나운 새에 비유하고 여몽을 물수리에 비유했어. 백 명의 다른 장수보다 여몽 한 사람을 더 높게 쳤지. 그만큼 여몽은 능력이 탁월했어. 손권은 여몽에게 높은 지위를 주고 더 많은 땅을 하사했지.
하지만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여몽에게도 부끄러운 점이 있었는데, 그건 가난해서 공부를 못했다는 거야. 너희도 알다시피 중국은 한자를 쓰잖니? 우리나라 한글처럼 쉽게 배우고 쓸 수 있는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쓰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해. 그런데 이미 말해 왔듯, 여몽은 어린 나이부터 전장에서 세월을 보냈으니 체계적으로 공부할 새가 없었지. 그래서 장군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윗사람에게 큰일을 알릴 때마다 글로 써서 올리지 못하고 구두로 해야 했어. 아마 무척 자존심이 상했겠지. 글 깨나 읽는 다른 관료들이 많이 무시했으리라 짐작해. 학교에서 공부 못 한다고 다른 능력에 상관없이 무시당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겠지. 실제로 당시 '오나라의 여몽'이란 말은 힘만 센 바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했어.
그렇지만 여몽이 그렇게 한심한 사람으로 남아있을 리는 없지. 실력에 비해 무시를 당하는 모습이 보기 안타까웠던 손권은 여몽을 장흠이란 장군과 함께 불러다 말했어.
“경들은 이제 큰일을 맡게 되었으니 마땅히 공부해서 이익을 취해야 할 것이오.”
여몽은 이렇게 대답했어.
“군중(軍中)의 일이 고되고 많으니, 책을 읽기가 어렵습니다.”
그러자 손권이 혼을 내며 말했지.
“내가 경더러 경전을 읽어 박사가 되라고 하는 말이오? 단지 지난 일(역사)에 대해서 대강 훑어보라는 말이오. 그대가 일이 많다지만 군주인 나보다 많겠소? 나도 적은 시간을 쪼개서 경전을 읽었소. 광무제는 전쟁에 나가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수불석권(手不釋卷)], 위나라 조조는 스스로 늙었다고 하면서도 공부하기를 즐겨하오. 그대는 어찌 스스로 근면하게 공부하려 하지 않소?”
수불석권(手不釋卷): 손에서 책을 놓지 않다. 이렇게 살면서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듯.
여몽은 이 말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던 모양이야. 일단 공부를 시작하자 쉬지 않았고, 마침내 숱한 유생들이 넘보지 못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졌지. 계기가 주어지자 강한 의지로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 갔어. 이제 여몽은 뛰어난 장수에서 뛰어난 전략가로 성장하게 되었어. 당시 오나라에서 가장 신뢰받던 전략가인 노숙이 이런 여몽을 만났어. 여러 이야기를 나누어보다 노숙은 깜짝 놀랐지.
“당신의 지혜를 보니 예전 여몽이 아니군요!”
그러자 여몽이 자신 있게 얘기하지.
“선비는 사흘을 만나지 않으면, 여러 번 눈을 비비고 마주해야 합니다.”
바로 이 대답에서 ‘괄목상대’라는 말이 나온 거야. 참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말이지 않아?
엄청난 공부 덕에 여몽은 전쟁을 잘하는 장수에서 뛰어난 전략가로 거듭날 수 있었어. 싸움도 잘 하지만 지혜도 큰 사람이 되었다는 말이지. 그의 지혜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는 촉나라의 관우(關羽)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잘 나타나. 관우, 아마 우리나라 어른 들치고 이 사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듯 해. 소설 삼국지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이거든. 뛰어난 무공을 지닌 장수이면서, 선비의 고고함 또한 지니고 있었던 사람.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 거듭되는 중에도, 촉나라 임금인 유비와의 의리를 끝까지 지킨 신의(信義) 있는 사람. 한중일, 동아시아 국가의 관우에 대한 호감은 대단해서 거의 종교적인 수준으로 올라가 있지. 실제로 중국이나 대만에 가면 관우를 신(神)으로 모시는 사당을 많이 목격할 수 있어. 물론 우리나라에도 ‘동묘(東廟)’라는 관우 사당이 동대문 근처에 있단다. 그런 관우가 위․촉․오 삼국이 맞닿아 있는 중심부인 형주라는 땅을 지키고 있었어. 세 개로 나누어진 피자의 가운데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세 나라 가운데 있는 형주 위치가 잘 이해될 거야. 세 나라 중 어느 나라든 그 땅을 차지하는 쪽이 유리해지는 노른자 땅이었지. 오나라는 이 땅을 차지해야만 했어. 후발주자로서 불리한 점을 극복하려면 더더구나. 자, 이 땅을 어떻게 차지할 것인가? 아니, 어떻게 관우를 물리칠 것인가?
여몽은 관우를 분석하는 일부터 했나 봐. 관우는 의리 있고 믿음직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자존심이 너무 셌어. 대개 사람의 장단점은 동전의 양면 같아서, 장점이 곧 단점이 되고 장점이 곧 단점이 되지. 꼿꼿해서 세상 사람들이 좋아했던 관우의 성품은, 반대로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용납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태도로 나타나곤 했나 봐. 부하를 깔보고 함부로 대할 때도 많았다고 해. 여몽은 바로 그 점을 파고들었지. 여몽이 관우와 맞서게 되었을 때 우선 그는 관우를 안심시키기 위해 납작 엎드렸어. 일단 관우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 관우는 여몽과 친해지긴 했지만 긴장을 늦추진 않았어. 이때 관우는 북쪽으로 나아가 조조가 다스리는 위나라 땅 번성을 공격하게 되었어. 그렇지만 여몽이 걱정되어 많은 수비군을 형주에 남겨두었어. 이때 여몽은 전략을 쓰기 시작해. 몸이 아프다고 동쪽 오나라 수도로 물러나 버려. 몸이 아팠던 건 사실이지만 그 중요한 자리에서 그렇게 쉽게 물러나도 될까? 그리곤 육손이라는 어린 장수를 보내 관우와 맞서게 하지. 산전수전 다 겪은 관우가 볼 때 육손은 애송이에 불과했어. 게다가 육손은 관우에게 ‘참으로 당신을 존경하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여러 번 보내지. 그러니 관우가 육손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겠지? 마음을 놓은 관우는 수비하던 군대 대부분을 불러다 북쪽을 치는 데 활용하기 시작했어.
바로 이 점이 여몽이 노렸던 거야. 관우를 방심하게 만드는 것. 여몽은 자기가 물러나면 관우가 형주의 수비 부대를 빼내 북진(北進)에 쓰리라 예측했어. 예측대로 형주가 비자 여몽은 육손을 도와 바로 공격에 나섰지. 그것도 군사들을 장사치로 변장시켜 쥐도 새도 모르게 형주 내부로 진입하는 방법을 썼어. 차근차근 변방부터 빼앗아가다가 마침내 형주 성을 점거하고, 북쪽 전쟁터에 가 있는 관우와 장수들의 가족들을 모두 사로잡는 데 성공했지. 천하의 관우가 상대를 얕잡아 보다가 허를 찔린 거야.
형주를 점령한 후 여몽의 대응은 더 놀라웠어. 오나라의 군사들에게 명해, 백성들의 재산을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못하게 철저히 단속했지. 한 번은 수하 병사 중 여몽의 같은 고향 사람이 백성의 집에서 삿갓 하나를 빼앗아 갑옷을 덮어 놓았어. 관의 갑옷을 지키느라 삿갓을 덮은 일은 탓할 수 없었지만 백성의 물건을 빼앗아 쓴 것은 군령을 어긴 것이었지. 고향 병사였지만 연고 때문에 법을 저버릴 수는 없었기에 눈물을 흘리며 그의 목을 베었어. 당시에는 농촌 씨족사회 형태가 강했으므로 같은 고향 사람이라고 하면 친척 관계일 가능성이 높아. 그러니 이 처벌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겠어. 그날 이후 군사들은 두려워 절대로 법을 어기지 않았고 길에서 남의 것을 줍는 일조차 하지 않았어. 여몽은 이렇게 원칙을 세워 형주의 백성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했단다.
그뿐 아니었어. 여몽은 하루 종일 형주의 노인들을 위문하고 무엇 부족한 것은 없는지 묻고 다녔어. 병든 사람들을 고쳐주고 굶주린 사람들에게는 입을 것과 먹을 것을 대주었어. 관우의 창고 안에 있는 재물들은 손도 대지 않았어. 형주를 내주고 북쪽으로 물러나 있던 관우는 가끔 여몽에게 사신을 보냈는데, 여몽은 언제나 그 사신을 잘 대접하고 형주 성안을 둘러보고 집집마다 방문해보게 했어. 사신이 보니 관우가 다스릴 때보다 가족들이 더 잘 지내고 있지 뭐야. 그러니 고달프게 관우의 편에 서서 싸우고 싶었겠어? 관우도 원래 형주 사람이 아니었으니, 어차피 외부 세력의 지배를 받을 바에는 더 잘 다르시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겠지. 형주 사람들은 관우보다 여몽을 더 좋아하게 되었어. 형주 사람들과 군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싸움은 끝난 셈이지. 전세가 좋아지자 오나라의 군주 손권이 직접 형주로 왔어. 관우는 스스로 전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알고 서쪽 궁벽한 성으로 달아날 수밖에 없었어. 관우가 데리고 간 형주의 군사들은 모두 관우를 버리고 여몽과 손권에게 투항했지. 손권은 다른 장수들을 시켜 관우를 사로잡아 형주에서의 싸움을 끝냈어. 지금껏 싸움의 현장에서 적수가 없던 관우였지만 여몽의 지략에 그만 몰락하고 말았지. 여몽이 관우를 이긴 이 사례는 강한 상대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보여주는 모범이 되었지.
삼국이 맞서는 상황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형주 땅을 차지하게 된 손권은 정말 기뻤어. 그래서 여몽을 남군 태수로 삼고, 잔릉 지역의 제후로 봉했으며, 상금으로 일억 전과 황금 오백 근을 내렸지. 여몽은 금전을 간곡히 사양했어. 여몽의 인품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 그는 어릴 때 부와 명예를 꿈꿨지만, 이제는 달라진 거야. 하지만 손권은 허락지 않고 원래대로 모든 관직과 금전을 내렸어. 그만큼 아끼는 신하가 된 것이지.
그런데 하늘은 뛰어난 사람의 명을 재촉하는 것일까. 아니면 성공을 위해 너무 무리해서 달려온 걸까. 작위를 받기도 전에 여몽은 병에 걸리고 말았어. 기록에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 무슨 병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어. 군주 손권은 자기 몸이 아픈 것처럼 괴로워했어. 여몽을 자기가 묵는 처소에 들여 치료를 했고, 여몽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천금을 주겠다고 온 나라에 포고문을 내려 의원들을 불러 모았지. 제 몸처럼 여몽을 생각했고 아꼈던 거야. 여몽이 밥이라도 좀 뜨면 기뻐서 주위를 둘러보며 웃었고, 그렇지 않으면 한숨을 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 여몽의 병세가 호전되면 이를 기념해서 나라의 죄수를 풀어주는 사면령을 내렸고, 신하들이 모두 축하하게 했어. 후에 병세가 더 나빠지자 손권은 몸소 여몽의 곁을 지켰고 도사(道士)들에게 명해 그를 위해 기도하고 생명의 연장을 빌게 했지. 이렇게 절절한 군신(君臣) 관계가 또 있을까. 손권의 권력을 안정화시켜 주고, 형주를 탈환함으로써 당당한 중국의 군주로 서게 해 준 고마움에다, 자신의 충고를 받아들여 학식을 더하며 성장했던 충실한 신하였기 때문이겠지.
여몽의 병: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는 죽은 관우의 혼이 나타나 여몽을 괴롭혀 병이 걸린 것으로 표현했어.
손권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몽은 결국 마흔두 살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했어. 여몽은 손권으로부터 받았던 금은을 비롯한 모든 재물과 상을 고스란히 보관해 두었다가 목숨이 다하는 날 조정으로 돌려보내도록 조치를 해놓았어. 그뿐 아니라 장례식도 검소하게 하라고 지시했지. 죽음의 과정이 참 아름답지 않니? 손권은 여몽의 이런 태도에 더욱더 슬퍼했어.
여몽이 죽고 나서 손권은 그를 이렇게 평했어.
“자명(여몽의 자)이 어릴 때, 나는 그가 곤궁함을 싫어하며 과감하고 담력이 있다고만 생각할 뿐이었소. 그런데 어른으로 자란 뒤에 그의 학문의 수준은 탁월한 재략으로 나타났소.”
손권의 말대로 여몽은 생애를 거쳐 참 많은 성장을 한 사람이지. 너희가 앞서 읽은 것처럼 그의 출발은 미약했어. 그저 가난과 비천하을 벗어나고자 했던 욕망이 인생의 출발점이었지.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싸움으로써 부와 명예를 얻고 싶어 했지. 그래서 전쟁의 영웅으로 성공할 수 있었어. 하지만 여몽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지. 공부를 하라는 군주의 충고를 진심으로 받아들였어. 문맹이었던 사람이 다른 사람을 능가할 정도로 학식을 키우고 지혜를 높였지. 그 과정에서 맹장 관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고. 그뿐인가. 그는 욕심을 버리고 겸손한 사람이 되었어. 어린 시절과 달리 부와 명예에 매이지 않는 사람이 되었던 거야. 그래서 죽음을 앞두고 상으로 받은 모든 재물들을 나라에 다시 되돌려주는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봐.
괄목상대라는 말은 그저 공부의 수준이 좀 높아지는 것, 삶의 수준이 좀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야. 여몽의 전체 삶을 들여다보면 어린 사람이 훌륭한 인격으로 성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 수 있지. 아빠가 너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첫 고사성어로 괄목상대를 고른 것은 너희들도 자라면서 여몽처럼 자기를 갈고닦는 사람이 되길 바라서야. 스스로 성장의 한계를 짓지 않고, 더 큰 목표를 위해 발전해 나가길 바라. 커가면서 어려울 때 여몽의 모습을 떠올려 보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전쟁터로 나섰던 열두 살 소년을, 남다른 노력으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던 청년을, 그리고 공부를 통해 성공에만 매몰되지 않는 겸손한 어른이 된 여몽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