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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산 Apr 18. 2024

시작하며

딸에게 들려주는 고사성어 인간학

  고사성어(故事成語)란 무엇인가. 우리에게 고사성어는 학생 시절 선생님의 권고로 억지로 외우는 네 글자의 한자어로만 기억되곤 한다. 고리타분한 교훈을 담고 있는 암기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다. 하지만 고사(古事)의 원뜻이 이야기(story)라는 것을 상기해보자. 세상에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것이 또 있을까. 예부터 전해져 오는 재미있고 교훈이 되는 이야기를 누구나 쉽게 외울 수 있는 네 자의 성어(成語)에 압축해놓은 것이 고사성어이다. 일종의 이야기 집(zip) 파일인 셈이다. 그 집 파일을 풀어서 보여주어야 하는데, 압축되어 있는 모양 그대로 전달하니 재미없는 교훈의 한자모음이 되고 만다.


  이번 연재에서는 고사성어를 압축 해제해서 그 안에 담긴 진짜 이야기를 생생히 들려주려고 노력했다. 그 이야기에는 사람이 꿈틀거리며 살아 있다. 격렬한 시대를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낸 사람들의 모습이 우리를 매료시킨다. 그들의 삶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삶의 지혜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그 생생한 이야기와 지혜를 누구보다도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인간의 모습을 이해하기 바라면서. 그래서 이 글은 딸들에게 잠자리의 머리맡에서 이야기 해주는 형식으로 써나갔다. 좋은 선생, 좋은 어른이라면 주어진 내용을 분석하기보다는 듣는 사람에게 알맞게 번역해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걸 이루려고 문체를 입말의 형식으로 끌고 갔다. 그렇게 하면 자연히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들도 재미있게 고사성어의 즐거움과 지혜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수많은 고사성어 중에 무엇을 말해 주어야 할까. 당연히 딸들이 살아갈 때 푯대가 될 만한 이야기를 골랐다. 고사성어의 모든 이야기가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것은 지나치게 출세지향이고 잔인하고 이기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이 시대의 멋진 시민으로, 무엇보다 당당하고 가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며 주제를 신중히 선정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15개의 고사성어이다. 괄목상대, 토사구팽, 와신상담, 수어지교, 관포지교, 계명구도, 절영지회, 이목지신, 갈택이어, 계륵, 방약무인, 구사일생, 온고지신, 서문표투무, 호연지기가 그것이다. 괄목상대로 시작해서 호연지기로 끝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성장과 성공에서 시작해서 사귐으로 나아가고, 신의와 배려와 관계를 다룬 후, 자존감과 신중함을 말하고, 삶의 당당함으로 이야기를 맺고 싶었다. 이 고사성어들로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모든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은 과장이겠지만, 적어도 삶의 확고한 태도는 잡아 주리라 기대한다. 무엇보다 사람 그 자체를 깊이 이해하는, 아이들의 첫 인간학(人間學) 교재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글을 쓰는 과정에 많은 고사성어 책들이 엉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전이 엉터리인 경우도 많고 세부 내용이 잘못된 시례도 많았다. 한 번 잘못 된 내용이 계속 다른 책에 반복되는 것을 보면 별 고민 없이 내용이 계속 복제되어 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글을 쓰면서 출전을 정확히 찾고 일일이 원문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그리고 이야기의 실제를 잘 떠올리고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도록, 잘 모를만한 중국의 역사와 지리에 대한 기본 지식을 친절히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본문에서 이야기를 방해할 것 같은 세부 지식은 주를 통해 밝혔다.


(이 글은 [십대를 위한 이지 인문학]이라는 책으로 발간되었던 것입니다. 이제 계약이 끝나 모든 시민들께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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