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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산 Apr 26. 2024

인화(人和)가 가장 중요하다

문장 12. 공손추 하 公孫丑 下4.1

문장 12


인화(人和)가 가장 중요하다


# 4.1


맹자가 말했다.

“하늘의 때가 이르는 것보다 땅의 실리를 지키는 것이 낫고, 땅의 실리를 지키는 것보다 나라 백성이 한 마음이 되는 것이 낫다.

안쪽 성이 3리 규모이고, 바깥 성곽이라도 7리에 불과한 작은 성이라도, 포위하여 공격할 때 이기지 못할 때가 있다.

포위하여 공격할 때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유리한 천시를 얻을 수 있을텐데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성을 단단히 쌓는 실리가 하늘의 때보다 낫기 때문이다.

성곽이 높아 넘기 어렵고, 혜자가 깊어 건너기 힘들며, 성 안의 무기와 갑옷이 견고하고 예리하고, 군량이 넉넉하여 이길 조건이 충분한데도, 공격을 당했을 때 성의 백성이 성을 버리고 달아나는 것은, 땅의 실리는 있는데 백성이 한 마음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다.

‘백성을 성에 머물게 할 때, 인을 베푸는 정치를 게을리 한 채, 경계를 삼엄하게 하는 데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나라를 견고하게 할 때, 산과 강의 험준함에만 기대면 안 된다. 천하에 위엄을 보이려 할 때 무기와 갑옷의 단단함과 날카로움만을 의지하면 안 된다.’  

왕도를 실현하는 이는 돕는 사람과 백성이 많고, 왕도를 잃은 이는 돕는 이와 백성이 적다. 돕는 이가 적어지는 일이 끝까지 가면, 친척조차 그를 배반한다. 돕는 이가 늘어 끝까지 가면, 천하가 그에게 순종한다.

천하가 순종하는 사람이, 친척조차 배반하는 사람을 공격하면 어찌 되겠는가. 그러기에 군자는 먼저 전쟁을 하려고 하진 않겠지만, 피치 못해 전쟁을 하게 되면 반드시 이기게 된다."


본문


맹자가 말했다. “천시가 지리만 못하고, 지리가 인화만 못하다.” 1

孟子曰: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맹자왈: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

(안쪽) 성이 삼리이고, (바깥) 성곽이 칠리(인 작은 성)인데도, 둘러싸 (포위하여) 공격하여도 이기지 못하기도 한다.

三里之城, 七里之郭, 環而攻之而不勝. 삼리지성, 칠리지곽, 환이공지이불승.

무릇 포위하여 공격한다면 반드시 천시를 얻을 수 있을텐데, 그런데도 이기지 못하는 것은, 바로 천시가 지리만 못하기 때문이다.  

夫環而攻之, 必有得天時者矣, 然而不勝者, 是天時不如地利也. 부환이공지, 필유득천시자의, 연이불승자, 시천시불여지리야.

성이 높지 않은 것이 아니고, 못(혜자)이 안 깊은 것이 아니고, 무기와 갑옷이 견고하고 예리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쌀과 조(군량)가 많지 않은 것이 아닌데도, (공격을 당하면, 성을) 버리고 달아나는 것은, 지리가 인화만 못하기 때문이다.

城非不高也, 池非不深也, 兵革非不堅利也, 米粟非不多也, 委而去之, 是地利不如人和也. 성비불고야, 지비불심야, 병혁비불견리야, 미속비불다야, 위이거지, 시지리불여인화야.

그래서 말할 수 있다. ‘백성을 머물게 할 때 경계를 삼엄하게 하는데만 의지해서는 안 되고, 나라를 견고하게 할 때 산과 개천의 험준함에만 기대면 안 되고, 천하에 위엄을 보이려 할 때 무기와 갑옷의 이로움만을 의지하면 안 된다.’  

故曰域民不以封疆之界, 固國不以山谿之險, 威天下不以兵革之利. 고왈역민불이봉강지계, 고국불이산계지험, 위천하불이병혁지리.

왕도를 실현[得]하는 이는 돕는 사람이 많고, 왕도를 잃은 이는 돕는 이가 적다.

得道者多助, 失道者寡助. 득도자다조, 실도자과조.

돕는 이가 적어 그 극단에 이르면, 친척조차 그를 배반하고; 돕는 이가 많아 극단에 이르면, 천하가 그에게 순종한다. 

寡助之至, 親戚畔之; 多助之至, 天下順之. 과조지지, 친척반지; 다조지지, 천하순지.

천하가 순종하는 바로, 친척조차 배반하는 이를 친다, 그러기에 군자는 전쟁을 하지 않을지언정, 전쟁을 하면 반드시 이기게 된다.

以天下之所順, 攻親戚之所畔, 故君子有不戰, 戰必勝矣.” 이천하지소순, 공친척지소반, 고군자유부전, 전필승의.

   

1. 천시(天時), 지리(地利), 인화(人和)


천시는 계절, 날씨 등이 원하는 대로 뒷받침해주는 걸 말한다. 바람이 적진으로 불어야 화공(火攻)이 가능하고, 하천이 가물지 않아야그 물을 이용해 수공(水攻)이 가능하다. 그런데 천시는 사람의 힘으로 조절할 수 없으니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고, 딱 원하는 시기에 그 조건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맹자도 포위하여 ‘오래’ 공격하다보면 언젠가는 천시가 맞을 때가 오리라고 이야기한다.

지리는 지역의 이로움이다. 천혜의 지리를 가지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람의 힘으로 만들 수도 있다. 땅의 모양에 맞추어 성을 견고히 쌓을 수도 있고, 혜자를 깊게 팔 수도 있다. 사람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난공불락의 지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맹자는 천시보다는 조절 가능한 지리가 낫다고 말한다.

하지만 매우 유리한 지리를 가지고도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의 의지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성 안의 사람들이 화목하고 서로 존중하고 함께 할 의지가 있어야 의미 있다. 천시를 얻고 지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 안의 사람들이 하나 되는 것이다.

성 안의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길이 바로 왕도(王道)이다. 인의(仁義)로 정치하며 왕도를 구현하는 사람은 사방이 돕는 사람이다. 그 반대의 사람은 사방이 적이다. 왕도를 끝까지 추구하면 천하가 그 사람을 돕는다. 왕도를 이루는 사람이 전쟁을 일삼을 일은 없겠으나, 피치 못해 전쟁을 하면 인화의 힘으로 이길 수밖에 없다.

이전에 다룬 ‘인자무적(仁者無敵)’과 일맥상통하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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