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13. 등문공 하 滕文公 下6.2
문장 13.
경춘이라는 종횡가(縱橫家)가 말했다.
“여러 나라의 재상이 되어 천하를 움직였던 공손연과 장의는 참으로 대장부라고 하겠습니다. 그들이 한 번 성을 내면 천하의 모든 제후들이 두려워하고, 그들이 평안해지면 천하가 평온해지니 말입니다.”
맹자가 말했다.
“그들을 어찌 대장부라 할 수 있겠나? 그대는 예를 배우지 않았는가? 남자가 관례를 행할 때는 아버지가 남자의 당당한 도리를 가르쳤지. 반대로 여자가 시집을 갈 때는 어머니가 대문까지 배웅나와, 딸에게 훈계하기를 ‘시댁에 도착하면 반드시 어른들을 공경하고 행동을 경계하며, 남편의 말을 어기지 말아라.’하며 도리를 가르쳤네. 이와 같이 순종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는 것은 부녀자의 도리에 불과하네. 공손연과 장의 같은 이들이 여러 나라의 재상이 되어 제후들 비위나 맞추고 있으니, 그들은 바로 이런 부녀자의 도를 따르는 자들에 불과하네.
그들과 달리 진짜 대장부는, 천하에서 가장 넓은 집에 머물고, 천하에서 가장 올바른 위치에 서며, 천하에서 가장 큰 도를 실천한다네. 지위를 얻어 뜻을 펼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천하의 백성들과 정도(正道)를 실천하고, 뜻을 얻지 못했을 때는 홀로라도 그 정도(正道)를 행하지. 부와 명예도 그의 마음을 어지럽힐 수 없고, 가난과 불명예도 그의 의지를 바꿀 수 없고, 권위와 무력으로도 그를 굴복시킬 수 없네. 이런 사람이라야 대장부라 할 수 있네."
경춘이 말했다. “공손연과 장의를 어찌 대장부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이) 한 번 성을 내면 제후들이 두려워하고, 안거하면 천하가 평온해집니다.”
景春曰: “公孫衍張儀豈不誠大丈夫哉?1 一怒而諸侯懼, 安居而天下熄.” 경춘왈: 공손연장의기불성대장부재? 일노이제후구, 안거이천하식.
맹자가 말했다. “이를 어찌 대장부라 할 수 있겠소? 그대는 예를 배우지 않았는가? 장부(남자)가 관례를 행할 때는 아버지가 도리를 가르쳤다[命]. 여자가 시집을 갈 때는 어머니가 도리를 가르치고, 대문까지 배웅나와, 딸에게 훈계하기를 ‘시댁에 도착하면 반드시 공경하고 경계하며, 남편[夫子]의 말을 어기지 말아라.’ 하였다. 이와 같이 순종하는 것만이 옳다고 여기는 것은 부녀자의 도이다.
孟子曰: “是焉得爲大丈夫乎? 子未學禮乎? 丈夫之冠也, 父命之: 女子之嫁也, 母命之, 往送之門, 戒之曰 ‘往之女家, 必敬必戒, 無違夫子.’ 以順爲正者, 妾婦之道也. 맹자왈: 시언득위대장부호? 자미학예호? 장부지관야, 부명지: 여자지가야, 모명지, 왕송지문, 계지왈 ‘왕지여가, 필경필계, 무위부자.’ 이순위정자, 첩부지도야.
(대장부는) 천하에서 가장 넓은 집에 머물고, 천하에서 가장 올바른 위치에 서며, 천하의 가장 큰 도를 실천한다. 뜻을 얻었을 때는 (천하의) 백성들과 정도(正道)를 실천하고, 뜻을 얻지 못했을 때는 홀로라도 그 정도(正道)를 행한다. 부와 명예도 마음을 어지럽힐 수 없고, 가난과 불명예도 (의지를) 바꿀 수 없고, 권위와 무력으로도 굴복시킬 수 없다. 이런 사람을 대장부라 한다.
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 得志與民由之, 不得之獨行其道, 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 此之謂大丈夫.”2 거천하지광거, 입천하지정위, 행천하지대도, 득지여민유지, 부득지독행기도, 부귀불능음, 빈천불능이, 위무불능굴, 차지위대장부.
질문을 던지는 경춘(景春)이라는 사람은 당대 종횡(縱橫)의 술(術)을 행하고 있던 사람이다. 종횡은 합종연횡(合縱連橫)의 준말이다. 전국시대 말 살아남은 7개의 나라, 전국 칠웅 중 서쪽의 진(秦) 나라가 제일 막강해졌다. 진을 제외한 나머지 나머지 나라들이 진을 막기 위해 종으로(위 아래로) 힘을 합치려던 것인 합종(合縱)이고, 오히려 진 나라와 나란히(횡으로) 손을 잡아 다른 나라를 배제하면서 살아남으려던 외교술이 연횡(連橫)이다. 여러 나라의 외교 관계가 얽혀있는 관계로, 이를 풀어나가던 종횡가(縱橫家)는 여러 나라의 재상을 동시에 맡는 경우가 많았다. 경춘이 말한 공손연, 장의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다. 공손연은 진에 맞서 합종책을 쓴 사람이고, 장의는 진을 위해 다른 나라와 연횡책을 쓴 사람이다. 둘 다 여러 나라의 재상을 겸비했고, 그들의 전략에 의해 전국칠웅의 판도가 요동치곤 했다. 그래서 경춘은 이들을 천하를 들썩이게 하는 대장부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이들을 부녀자의 도를 따른 자들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그들이 여러 나라의 재상 노릇을 하며 스스로 권위를 높인 것은 사실이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 제후들의 요구를 이리저리 들어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결국 이들은 어느 한 나라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여러 나라 백성들을 괴롭힌 결과밖에 만들지 못했다고 맹자는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대장부는 그렇게 이리저리 붙어 권력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도를 위해 오히려 권력과 맞설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부귀와 빈천에 휘둘리지 않고 국가의 권력과 무력도 어찌할 수 없는 굳은 뜻을 가진 사람이 대장부이다. 흔히 우리가 남성을 대장부라 일컫는 경우가 있는데, 바른 쓰임이 아니다. 당당함이 없는 남성은 절대 대장부가 될 수 없고, 여성도 당당한 삶을 살면 대장부라 칭해야 한다. 이런 주장은 그의 ‘호연지기(浩然之氣)’에 대한 설명과 연결되면서 정의로운 유가의 당당함을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