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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산 Apr 23. 2024

중도(中道)란 무엇인가

문장 11.     공손추 상   公孫丑 上   3.9


문장 11


중도(中道)란 무엇인가 


# 3.9. 


맹자가 말했다. 

“옛사람 백이는 자기 생각에 이상적인 군주가 아니면 섬기지 않았고, 자기 기준에 맞지 않는 벗은 사귀지 않았다. 악한 사람들과 함께 신하노릇을 하지 않았고, 바르지 않은 사람과는 더불어 말하지도 않았다. 악한 사람과 일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을, 예의를 갖춰 옷을 잘 갖춰 입고는 진창과 숯덩이에 뒹구는 것인양 여겼지. 악을 미워하는 마음을 항상 적용해서, 동네 사람들 중에도 옷차림이 바르지 않으면, 자신이 오염되는 양 불쾌한 마음으로 자리를 뜨곤 했다. 그러니 부족한 제후가 좋은 말로 불러 쓰고자 해도 받을 가치가 없다고 나아가지 않았지. 

  반대로 유하혜라는 옛 사람은 군주가 나쁘더라도 신하 자리를 거부하지 않았고, 작은 벼슬이라도 천하게 여기지 않고 맡았다. 벼슬에 나가면 자기 재능을 숨기지 않으며 제 기준대로 다 일을 했고, 등용되지 않아도 원망하지 않았으며, 곤궁에 처해도 근심하지 않았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니, 네가 내 앞에서 아무리 무례를 행해도 나는 오염되지 않는다’라고 자신했지. 그래서 누구와도 즐겁게 지내면서, 자신의 기준에 따라 살고, 다른 이가 머무르라며 붙잡으면 그대로 머물렀지. 원칙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 없다고 생각하니 어느 자리건 떠날 이유가 없었지. 

내가 보기에 백이는 생각이 좁고 유하혜는 진중하지 못하다. 생각이 좁거나, 진중하지 못한 것은 군자가 행할 바가 아니다.”


본문


맹자가 말했다. “백이는 바로 그 (이상적인) 군주가 아니면 섬기지 않았고, 바로 그 (이상적인) 벗이 아니면 사귀지 않았고, 악한 사람의 조정에 서지 않았으며, 악한 사람과 더불어 말하지 않았다. 1

孟子曰: “伯夷, 非其君不事, 非其友不友, 不立於惡人之朝, 不與惡人言. 맹자왈, 백이, 비기군불사, 비기우불우, 불립어악인지조, 불여악인언.   

악한 사람의 조정에 서고, 악한 사람과 더불어 말하는 것을 마치 예복과 예관을 쓰고서 진창과 숯덩이에 앉아 있는 것처럼 여겼다. 

立於惡人之朝, 與惡人言, 如以朝依朝冠坐於塗炭. 입어악인지조, 여악인언, 여이조의조관어도탄. 

악을 미워하는 마음을 추구하여, 지역의 사람과 함께 서 있을 때 그 (사람이) 관을 바르게 쓰지 못하면, 불쾌한 마음[望望然]으로 떠나며, 마치 (자신이) 장차 더렵혀지는 듯 여겼다. 

推惡惡之心, 思輿鄕人立, 其冠不正, 望望然去之, 若將浼焉. 추오악지심, 사여향인립, 기관부정, 망망연거지, 약장매언.

이에 제후가 비록 좋은 말로 그를 부르는 일이 있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是故諸侯雖有善其辭命而至者, 不受也. 시고제후수유선기사명이지자, 불수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나아갈 가치가 없어서였다.  

不受也者, 是亦不屑就已. 불수야자, 시역불설취이.

유하혜는 나쁜 군주를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작은 벼슬을 천히 여기지 않았으며, (벼슬에) 나아가 (자신의) 재능(賢)을 숨기지 않았고, 반드시 자신의 원칙에 따랐고, 등용되지 않더라도 원망하지 않았고, 곤궁에 처해도 근심하지 않았다. 1

柳下惠不羞汙君, 不卑小官; 進不隱賢, 必以其道; 遺佚而不怨, 阨窮而不憫.

유하혜불수오군, 불비소관, 진불은현, 필이기도, 유일이불원, 액궁이불민.

그래서 말하되, ‘너는 너고, 나는 나니, (네가) 내 곁에서 옷을 벗고 몸을 드러낸다고 해도(예의를 지키지 않는다 해도), 네가 어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故曰, ‘爾爲爾, 我爲我, 雖袒裼裸裎於我側, 爾焉能浼我哉?’ 고왈, 이위이,아위아, 수단석나정어아측, 이언능매아재?

그리하여 (누구와도) 즐겁게(由由然) 함께 있으면서 자신(의 올바름)을 잃지 않고, (다른 사람이) 잡으며 머무르길 바라면 머물렀다. 

故由由然與之偕而不自失焉, 援而止之而止.  고유유연여지해이부자실언, 원이지지이지. 

잡으며 머무르길 바라면 머물렀던 것은 떠날 가치가 없어서였다."

援而止之而止者, 是亦不屑去已.” 원이지지이지자, 시역불설거이.

맹자가 말했다. “백이는 (생각이) 좁고, 유하혜는 진중치 못하다. (생각이) 좁거나, 진중치 못한 것은 군자가 행하지(由) 않는다." 2

孟子曰: “伯夷隘, 柳下惠不恭. 隘與不恭, 君子不由也. 맹자왈: 백이애, 유하혜불공. 애여불공, 군자불유야.



1. 백이와 유하혜


  백이는 우리가 잘 아는 백이, 숙제의 그 백이가 맞다. 주나라를 세운 무왕이, 주지육림(酒池肉林)의 장본인인 상나라 주왕을 정벌하는 것을 보고 하극상에 반대하여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 먹다 끝내 굶어 죽은 의리의 상징이다. 그 생애에 걸맞게 그는 늘 올곧은 원칙을 지키려 지나칠 정도로 애썼나 보다. 맹자는 그를 생각이 좁은 이로 평가한다. 

  유하혜는 백이보다 훨씬 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노나라의 현자로 알려져 있다. 맹자가 언급한 것처럼 매우 융통성 있는 처신이 여러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집을 잃은 여인을 내치지 않고 한 방에서 자면서 서로 예의를 지킨 이야기가 두루 퍼져있다. 우리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백이보다 납득하기 쉬운 인물인 듯한데, 맹자는 그를 진중치 못한 사람으로 여긴다. 

  맹자는 너무 원칙만 고집해도 안 되고, 지나치게 융통성을 폭넓게 발휘해도 안 된다고 보았다. 유가가 지닌 중도, 중용의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2. 중도(中道)


  유가가 추구하는 중도의 길을 ‘유경유권(有經有權)’이라는 말로 풀어볼 수 있을 듯하다. 경(經)은 날줄이라는 뜻인데, 베를 짤 때 날줄은 그대로 있고 씨줄을 북으로 움직이며 천을 짜는 데서 비롯하여, ‘기준이 되다’, ‘원칙이 되다’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그래서 정전(正典)이 되는 문헌에 경이라는 말을 붙인다. 성경(聖經), 삼경(三經) 등이 그러하다. 유경(有經)은 그래서 ‘원칙을 지킨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권(權)은 저울, 저울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저울질하는 행위에서 일을 결정하는 재량권이라는 의미가 파생되어, 힘 있는 사람이 행사하는 권력(權力)이라는 말로 파생되어 갔다. 그래서 유권(有權)이라 하면 ‘재량권을 발휘하다’로 해석할 수 있다. 

  유가의 리더인 군자(君子)는 유경하면서도 유권할 수 있어야 한다. 공자가 먼저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 공부할 수는 있어도, 같은 도를 이루기는 어렵다. 더불어 설 수는 있어도 같이 권(權)을 발휘하기는 어렵다(可與共學, 未可與適道; 可與適道, 未可與立; 可與立, 未可與權. - [논어] 자한편에 나온다)”. 원칙을 배우고 세우는 것은 같이 할 수 있어도, 원칙에 어긋나지 않게 재량권을 발휘하기는 더 어렵다는 뉘앙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고지식하게 원칙을 지키는 것보다, 융통성을 발휘하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경지가 어려워 보인다. 흔히 재량을 발한다고 하다가 세태에 휩쓸려 일하게 되는 경우를 보게 되지 않는가. 

  이런 의미로 볼 때, 앞서 백이는 유경을 지나치게 강조한 사람이고, 유하혜는 유권을 너무 추구한 사람이라고 맹자가 지적한 셈이다. 리더라면 원칙을 새기되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고, 재량권을 행하되 원칙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유경만 강조하는 길, 유권만 강조하는 길, 그 양 극단을 군자는 가지 않는다고, 맹자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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