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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산 May 07. 2024

원천(原泉)의 위대함

문장 15 . 이루 하   離婁 下     8.18

문장 15.


원천(原泉)의 위대함


# 8.18


맹자의 제자 서벽이 맹자에게 물었다. 

“공자께서 자주 물을 칭찬하시며 ‘물이여! 물이여!’ 감탄을 하시곤 하셨다는데, 물의 어떤 면을 보시고 그리하셨는지요?”

맹자가 대답했다. 

“근원이 있는 샘물은 거기서 물이 콸콸 솟아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흘러 모든 낮은 웅덩이들을 채우면서 나아가, 드디어 넓디넓은 바다에 이른다. 근원이 있는 것은 이와 같으니 공자께서 그런 원천 같은 사람이 되자고 물을 칭찬하신 것이다.

근원이 없는 샘은 비가 많은 계절에는 크고 작은 구덩이와 도랑을 가득 채우는 듯해도, 날이 가물기 시작하면 서서 기다려도 그 물이 마르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자신의 깊이를 가져가야지, 명성은 바다와 같은데 정작 물이 말라버리면 안 된다. 그래서 군자는 명성이 실정보다 지나친 것을 부끄러워한다.”


본문


서자(서벽徐辟, 맹자의 제자)가 말했다. “중니(공자)께서 자주 물을 칭찬하여, ‘물이여, 물이여!’라고 하셨는데, 물에서 취한 뜻이 무엇인지요?”

徐子曰: “仲尼亟稱於水, 曰 ‘水哉, 水哉’, 何取於水也?” 서자왈: “중니극칭어수, 왈 ‘수재, 수재’, 하취어수야?”

맹자가 말했다. “근원이 있는 샘물은 콸콸 솟아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흘러, 웅덩이(科)를 가득 채운 다음에야 나아가, 드디어 온 바다로 흘러간다.

孟子曰: “原泉混混, 不舍晝夜, 盈科而後進, 放乎四海. 맹자왈: “원천 혼혼, 불사주야, 영과이후진, 방호사해.

근원이 있는 것은 이 같으니, (공자께서는) 이를 취하셨을 따름이다. 

有本者如是, 是之取爾. 유본자 여시, 시지취가.

만약 근원이 없다고 하면, 7, 8월(음력 5, 6월) 사이에 빗물이 모여 (온갖) 구덩이와 도랑을 가득 채우지만, 날이 가물면, 서서 기다려도 (마르는 것을 볼 정도로 금방 마르는 것을) 알 수 있다. 

苟爲無本, 七八月之間雨集, 溝澮皆盈, 其涸也可立而待也. 구위무본, 칠팔월지간우집, 구회개영, 기학야가립이대야. 

그러므로 명성이 실정을 지나치는 것을, 군자는 부끄러워한다. 

故聲聞過情, 君子恥之.” 고성문과정, 군자치지.” 


1. 공자의 물과 맹자의 물


제자 서벽이 공자가 물을 예찬한 의미에 대해 묻자, 맹자가 대답하는 장면이다. 사실 맹자는 공자의 의도를 정확히 말하지는 못했다. 공자가 물에 대해 이야기한 문장은 <논어> 자한 편에 나온다. 공자가 냇가에 서서 말했다. “가는 것이 이와 같으니,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구나! 逝者如斯夫(서자여사부), 不舍晝夜(불사주야)”. 공자의 강조점은 ‘멈추지 않는다’에 있다.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옳은 길을 가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바른 변화를 멈추지 않는다. 평생 크게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배움을 멈추지 않고, 가르치는 일을 멈추지 않고, 바른 길을 멈추지 않았던 공자의 삶이 여기 반영되어 있다. 

맹자는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다(不舍晝夜)’의 방점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의 힘에 두었다. 멈추지 않고 흐르려면 계속 샘솟아야 하기에, 내면의 깊이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맹자는 자아의 충만함과 물을 연결시켰다. 공자가 지속성이라는 시간 개념에 주목한 것이라면, 맹자는 자아의 능력에 연결시킨 느낌이다. 

공자의 의도에선 다소 벗어났지만, 맹자의 원천이야기 또한 많은 깨달음을 준다. 이 문장을 읽으며, 한강의 시원지인 검룡소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다. 강원도 태백의 작은 샘인 검룡소에선 하루 2~3천 톤의 물이 솟는다. 비가 많을 때는 5천 톤의 물이 샘솟기도 한다. 


언젠가 새해 벽두, 태백의 검룡소를 들러 찍은 사진. 저 작은 샘물에서 수천 톤의 물이 샘솟는다.


이 작은 샘에서 발원한 물이 도도한 물줄기를 이루며 한강을 형성하고, 마침내 서해로 흘러간다. 마르지 않는 샘의 위대함이 이와 같다. 


검룡소에서 솟아 한강을 이루러 힘차게 흐르는 물


맹자는 바로 이런 원천이 되고 싶어 했다. 자원이 금방 고갈되어 버리는 한천(旱天)처럼, 깊이도 없이 떠벌이고 다녀 명성만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깊이에 따라 합당한 일을 하는 것이 군자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명성이 실정을 넘어서지 않도록, 끝없이 자기를 갈고닦아 깊이를 더하는 것, 맹자가 꿈꾼 군자의 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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