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14. 이루 상 離婁 上 7.10
문장 14.
맹자가 말했다.
“스스로 자기를 해치는 자와 어찌 더불어 뜻 있는 말을 섞을 수 있을 것이며, 스스로 자기를 버리는 자와 어찌 더불어 가치 있는 실천을 할 수 있겠는가.
입을 열었다 하면 예와 의를 비난하는 자가 스스로 자기를 해치는 자요, 나는 어질게 살고 정의를 실천할 자신이 하나도 없다고 여기는 자가 스스로 자기를 버리는 자이다.
인은 사람이 그 안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해지는 집과 같고, 의는 언제나 걸어야만 하는 바른 길이다.
세상 사람들이 넓고 안락한 집이 있는데도 머물 생각을 않고, 바른길이 눈앞에 있는데도 그 길로 걸으려 하지 않으니, 이보다 슬픈 일이 어디 있겠는가!”
맹자가 말했다. “스스로 자기를 해치는 자와는 더불어 (의미 있는) 말을 할 수 없고, 스스로 자기를 버리는 자와는 더불어 (가치 있는) 행동을 할 수 없다.
孟子曰: “自暴者不可與有言也, 自棄者不可與有爲也. 맹자왈, 자포자불가여유언야, 자기자불가여유위야.
말로 예(禮)와 의(義)를 비난하는 것이 스스로 자기를 해치는 것이고, 나는 인(仁)에 머무르고 의를 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이 스스로 자기를 버리는 것이다.
言非禮義謂自暴也, 吾身不能居仁由義謂之自棄也. 언비예의위자포야, 오신불능거인유의위지자기야.
인(仁)은 사람의 가장 편안한 집이요, 의(義)는 사람의 가장 바른 길이다.
仁, 人之安宅也. 義, 人之正路也. 인, 인지안택야. 의, 인지정로야.
넓고 안락한 집이 있으나 머물지 않고, 바른 길을 버리고 따라가지 않으니, 참으로 슬프다!”
廣安宅而不居, 舍正路而不由, 哀哉!” 광안택이불거, 사정로이불유, 애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자포자기’라는 말이 바로 여기서 비롯했다. 국어사전에 보니 ‘절망에 빠져 자신을 스스로 포기하고 돌아보지 아니함.’이라고 되어 있다.
원래의 뜻은 위 문장에서 보듯이, 인(仁)과 의(義)를 버리는 것을 말한다. 지난 번 ‘사단(四端)’을 다룬 글에서도 말했듯이, 인과 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자질이다. 그러니 인과 의를 버리는 사람은 사람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짐승같은 존재라는 논리이다.
인상적인 것은 인은 사람이 사는 가장 편안한 집이고, 의는 사람이 가야 할 가장 바른 길이라고 한 표현이다. 생각해보면 이보다 명쾌한 삶의 방향이 없다. 인은 곧 사랑이니, 사랑하며 사는 사람은 편안한 집에 머무는 것처럼 그 삶이 평안하겠다. 의는 곧 정의이니 정의롭게 사는 사람의 길은 곧은 길을 걷는 것처럼 밝고 당당하여 걱정이 없다. 사랑과 정의의 삶이라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평안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좋은 길을 두고 험한 길을 스스로 찾아가니, 자기를 버리고 포기하는 셈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세상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편안한 집에 머물고, 정의의 길을 걷기를 바라는 맹자의 절절한 소망이 느껴지는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