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앞에 멈춰 설 때가 있습니다. 진로를 고민할 때, 누군가와의 갈등으로 스스로가 의심될 때, 끊임없는 경쟁과 비교 속에서 진짜 나를 잃어버린 것 같을 때 말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질문을 삶의 특정한 시기에만 고민하는 철학적 질문이라 생각하며, 마음 깊은 곳에 그 물음을 숨겨버립니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함은 인생의 고비 때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이유가 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는 사람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결국 세상에서 끌어오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라고 말합니다. 실력으로, 노력으로, 감각으로, 부와 권력으로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크리스천의 정체성은 세상의 인정이나 조건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가치는 나를 지으신 분께 묻는 것이 마땅합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도 혼란스럽습니다. 어제의 기준이 오늘은 통하지 않고, 오늘의 가치가 내일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건, 매주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는 크리스천조차도 ‘하나님 안에서의 나’를 발견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매일 흔들리고, 갈등하고, 세상의 가치관과 비교가 무분별하게 침투해도 그 이유조차 모른 채 살아갑니다.
이쯤에서 성경의 한 인물, 사도 바울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습니다. 그의 출신과 배경, 학문은 그를 어디에서나 환영받는 인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모든 조건과 배경으로 예수님을 핍박했습니다. 결국 하나님은 그를 낮추셨고, 바울은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됩니다.
하지만 선하신 하나님은 그의 조건과 배경을 복음을 위해 사용하셨습니다. 그의 출신은 이방 선교에 도움이 되었고, 그의 학문은 수많은 서신서를 기록하는 데 쓰였습니다. 바울은 모든 것을 잃었지만,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하기 때문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Found in Him)
내가 가진 의는 율법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곧 믿음으로 하나님께로부터 난 의라
(빌립보서 3:8-9)
크리스천에게 정체성이란, 태초에 하나님께서 지으신 내 모습, 내 사명, 내 존재 이유를 다시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 혼란과 논쟁, 분열이 많은 시대 속에서 분명한 신앙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에게 가장 중요한 사명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