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자 Jun 27. 2024

미분당(米粉堂)

미분당(米粉堂)


행여 줄이 많이 길까 일찍이 문간을 서성이고

양지냐 차돌이냐 행복한 고민에

차돌양지 쌀국시 둘 다 말면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미닫이를 열어 나무 의자에 옹기종기 앉으면

분주한 주방장은 쉴 틈 없이 부엌을 거닐고

가게 안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오는 것이다


타는 듯한 녀름을 기다리는 오뉴월 속을 지나

출출함 푹푹 쌓이는 여늬 오후에

겸손함 익는 골목 가에 분틀을 타고 면발이 나리고

쌀국수 익을수록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겸손한 식객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얼얼한 댕추가루 쏘-쓰를 좌로 우로 둘러

푸짐함 가득, 왕사발에 그윽이 사리어오는

이 희수무레하고 보드랍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가게에서 나지막한 탄식을 내뱉는

의젓한 손님들과 살뜰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_

'#백석, [#국수], 1936(?)'의 모작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할머니의 서랍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