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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피하는 게 아닙니다.

by Sylvan whisper

'정해진 위치에서 방어하는 중에, 미사일이 떨어지면 방어요원들은 어디로 피합니까?'


'피하는 게 아니라 그 자리를 사수한다. 미사일이 내 위로 떨어지면... 자리를 지키다 죽는다.

사상자의 빈자리, 이는 추가 병력이 대신 채우는 것이다.'




이건 내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배운 '죽음' 이었다.


숫자 하나, 혹은 불가항력, 지극한 비정의 정수.


죽음이라는 것은 직접 경험해볼 수 없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오직 간접적인 방법으로만 배울 수 있다.

또한 이 간접적인 방법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적어도 이는 '설명', '교육'과 같은 제3자의 가르침이 그 해답이 될 순 없다.


애석하게도 내가 직접 겪을 수 없는 이 개념에 대해서 공감하고 또 배우기 위해서는,

주위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


죽음이라는 것의 비정한 속성은 여기서 온다.

이를 알기 위해선 수 많은 고통을 겪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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