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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높빛 Feb 15. 2022

52 헤르츠 고래 [1]

52헤르츠 고래를 아시나요?

   52헤르츠 고래를 아시나요?


   북태평양 인근에 거주한다고 알려진 이 고래는 다른 고래들과 다르게 높은 주파수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다른 고래들과 대화가 불가능하다. 냉전시대 미국 잠수정에서 발견된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줄곧 주파수가 잡혔다는데 고래로 추정하는 이유는 주파수의 파형이 고래의 종류 중 하나인 큰고래(Fin Whale)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웹서핑을 하다 신기한 사실을 발견하고는 정체도, 존재도 모르는 한 고래에게 동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고래의 모습이 내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문득 나의 모습을 거울로 바라보았다. 조그마한 방 한 켠에 외로히 서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거울에서 눈을 뗐다. 나는 큰 시험을 치른다고 신림동 고시촌 꼭대기에서 살고 있다. 내가 신림동까지 거슬러 오게 된 데에는 많은 사연이 있다. 원래 나는 인문계 고등학생이었다. 내 꿈은 모든 이 나라의 학생들이 그렇겠지만 갈대처럼 이리저리 돌렸다. 원래 꿈은 건축가가 되는 것이었다. 완만한 언덕 위에 흰 벽과 붉은 지붕으로 멋을 낸 나만의 집을 꾸며보고 싶었던 것이 나의 꿈이었다.


   중학교 시절에 우연히 법정 드라마를 보고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지금 와서는 조금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런 미디어를 보고 꿈을 꾸었다. 그렇지만 사회 과목이 내게는 쥐약이었다. 정작 변호사를 꿈꿨지만 '법과정치' 과목 점수가 형편 없었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 때 선생님들께 여러 번 상담도 드려보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이과 반에 들어가 다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이과 반을 가니 수학이 꽤나 어려웠다. 이과 애들 보고 '기역(ㄱ)자도 모르는 애들이 주제도 모르고 설친다'라며 놀렸던 지난 날의 후회가 떠올랐다. 문과든 이과든 예체능이든 기술이든 사실 배운다는 것 자체가 어렵고 힘든 법인 것을 알게된 것이다. 다른 탐구과목은 나름의 재미가 있어 이리저리 해봤는데 수학이 발목을 잡아 당해 수능은 원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성적표를 받은 그 날 저녁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우리 가족은 '기찻길생고기' 라는 이름을 가진 고깃집에서 외식을 하였다. 그 곳에서 내 수능 점수와 관련하여 이리저리 이야기를 했다.


      "너 수능 점수 나왔다며?"

      "응."

      "왜 엄마한테 안 보여줬어?"

      "그야 재수할 거니까."


    아빠는 이 이야기를 듣고 묵묵히 고기를 구우셨고, 엄마는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건 엄마, 아빠랑 이야기하고 결정해야지. 그 돈은 우리가 마련하는 것이지 너가 마련하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응? 딸 수능 성적표는 부모한테 보여줄 수 있잖아."

       "괜히 미련 생길까봐 그러는 거잖아. 저번에 엄마가 나 전과한다니까 그것도 말리고 그랬으니까."

        "그래. 일단 고민해볼테니까 성적표 좀 보여줘봐."


    인서울은 할 수 있으나 조금은 아쉬움이 가득했던 점수였다. 엄마는 곰곰이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한 말씀하셨다.


        "이 정도면 대학 갈 수 있겠는데? 학비 다 대줄테니까 그냥 대학가서 원하는 공부하면 안될까?"

        "아니 내가 자신이 있다는데 왜 그래? 나는 엄마아빠처럼 살기 싫어."


     어린나이에 그만 부모님께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하였다. 물심양면 도와주는 부모님이지만. 부모님의 형편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지만. 괜스레 이런 말이 왜 튀어나왔는지 가늠이 안갔다.


       "더 좋은 대학 갈 수 있겠어?"


    아빠가 고기 한 점을 올려주며 말씀하셨다. 아빠는 세로로 길게 삼겹살을 자르시는 것을 좋아하셨다.


       "응. 반드시."


    나는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으며 이야기했다. 그렇게 홀로 싸우는 재수가 시작되었고, 호기롭게 도전한 나는 작년과 똑같은 점수를 받아버리고 서울의  대학에 입학했다.    조르고 싶었지만 솔직히  스스로에게 지쳤다.


   재수하는 동안 힘들다고 학원을 빠지고 일주일 동안 템플스테이에 다녀왔다. 하마터면 학원에서 퇴원 당할  했지만 그동안 성적을  받아왔기에 편의를 봐주셨다. 그리고 학창시절 해보지 않은 연애-상대가 원해서  연애라 크게 감흥이 없는 연애- 몰래몰래 하다가 9 모의고사가 끝나고 헤어진 이력도 있었다. 이렇게 크나  도전을 요리조리 피하는 나에게 의지라고는  타버린 성냥개비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행  다행으로 대학 수업은 나름 재미있었다. 대학 수업이 재미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대학 생활이 적응할만 한 것이었는지 모르겟지만 내가 택한 전공은 환경공학과였다. 원래는 건축학과를 가려했으나 점수가 모잘라 환경공학을 택했다.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잘하는 법을   배웠다. 교수님께 튀지 않고 만족스러운 점수를 얻고, 선배들 눈에 띄지 않고 점심 밥과 족보를 얻을  있는 . 모두  시기에 터득하였다. 이대로만 가면 나의 이상적인 -적절하게 4학년  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 공기업에 들어가는 -   있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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