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미화
어렸을 때는 선택하는 것이 즐거웠다
가보지 못한 길을 선택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들이 나를 황홀하게 했으므로
마냥 어리다고만은 할 수 없게 된 지금
선택은 조금 두려운 일이 되었다
가보지 못한 길을 선택할 때마다
그로 인해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이
무수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이 길이 정말 맞을까?
저 길을 가보지 않아도 괜찮을까?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 위를
남들이 들어설 때마다
그들이 그 길에서 행복할 때마다
나는 쫄보가 된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이
내 길을 대신 선택해주면 좋으련만
생각하기도 한다
길을 선택한다는 건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길들은
과감히 포기한다는 것
비용을 잘 치르는 사람보다
기회비용을 잘 치르는 사람이
어쩐지 어른에 더 가까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