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해야만 했다.

by 레저왕

20대의 경험들이면 사업을 헤쳐나가기에는 충분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으니깐 이제 사회에 나와서 제대로 사업을 시작만 하면 남들보다 몇 년 뒤쳐져 있는 내가 따라잡는건 순식간이라는 생각이었다.


2018년 마침내 졸업을 했다. 빨리 대학이 아닌 진짜 경쟁의 시작인 필드에 나와서 보란 듯이 증명해내고 싶었다. 분명 나는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남들과 다른 인생을 보낸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으로 와서 2년이 지나니 남들과 자꾸 비교를 하게되고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호주에서도 미국에서도 나이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내가 내 나이도 모르며 사는게 익숙했는데 한국에서의 삶에 적응하자 남들보다 뒤쳐졌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나를 푸쉬 하고 있었고, 삶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첫번째 사업은 처참하게 망했다.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던 것도, 친구들을 너무 믿었던 것도 사업을 너무 추상적으로 했던 것도 모든게 문제였다. 내가 하고 싶던 사업이 무너지면서 내 자존감도 무너졌고 친구와의 관계도 깨졌다. 공황장애가 생기며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예민해졌다. 병원신세를 졌고 퇴원을 했지만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되었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건지 어디서부터 다시 쌓아가야 될지도 몰랐다. 매일 같이 자고 싶은만큼 자고 일어나서 넷플릭스를 봤다. 그리고 장사를 하러 갔다. 장사는 재미없고 따분했고 부모님이 그런 나를 보며 항상 같이 가게로 출근을 해주셨다. 열정은 없었다. 내 인생은 망했다라는 생각을 했다. 부정적인 생각만 이어졌다. 분명 장사는 하고 있지만 손님이 와도 기쁘지 않았고 손님이 없어서 쉬는게 더 좋았다.


장사를 하며 생긴 패턴 때문에 손님이 없으면 친구들을 불러 술을 먹거나 술을 먹으러 갔다. 친구들이 놀랄 정도로 살이 찌기 시작했다. 꾸준히 살이 찌기 시작하더니 20kg 살이 쪘다.


결국 시작한 두개의 사업 중 마지막 장사도 접었다. 더 이상 장사를 이어나가기에는 시간도 손실만 커지는 상황에서 장사를 이어갈 수 없다는 아빠의 조언 때문이었다. 아빠는 가게를 접는 것을 제안했고 나는 장사를 정리하기로 했다. 이후 백수가 되었다. 뭘 해야 될지 몰랐다. 일본으로 취업을 할까 외국을 나갈까 목표도 계획도 없어졌다. 목표도 계획도 없으니 잠만 잤고 잠에서 일어나도 넷플릭스나 예능프로그램 영화를 보고 시간을 보냈다.


집에 맨날 쉬고 있는 나를 보며 아빠가 부동산중개업을 같이 배워보자고 했다. 딱히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알겠다고 하고 아빠랑 부동산공부를 시작했다. 학원에 가서 책을 펼쳐놓고 잠만 잤다. 민법이나 부동산 용어가 너무 어렵게 느껴졌고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 쳐다보지도 않는 성격 탓에 점점 부동산에도 흥미를 잃었다.


다시 늦잠을 자기 시작했고 아빠도 수업을 같이 들으며 내가 하루 종일 자는 것을 보고는 강요하지 않으셨다. 부동산 학원을 간다고 집을 나와서는 피시방을 갔다. 혼자서 게임을 했다. 부동산 학원에서 끝나는 만큼 게임을 하고 친구들 일 끝나는 시간이 되면 약속을 잡고 술을 먹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장사를 정리하며 남은 돈 2,000여만원을 쓰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생각은 했지만 뭘 할지 어떤식으로 할지 몰랐다. 변화하기 위한 책을 찾기 시작하였고 <변화는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사소한 것부터 성취하는 것, 내 주변환경을 바꾸면 변화가 시작된다라는 말을 보고 내 20대를 떠올렸다. 호주워킹홀리데이를 가고 변화했던 것, 대학생활 다양한 것들에 도전하면서 계속 변화가 되었던 것들을 떠올렸다. 이렇게 살기 싫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내 10년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먼저 운동을 아주 조금씩이라도 했다. 몸무게 20kg가 단기간에 늘어났기에 체력은 없어졌고 계속해서 잠이 왔다. 병원에서 주는 약도 나를 무기력 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하지만 더이상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긴 싫었다. 줄넘기를 사서 줄넘기부터 시작했다. 하루에 100개 하는 것부터 그 다음날은 200개를 했고 2주차부터는 1,000개씩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롭게 배우는 것을 하고 싶었다. 태권도, 검도, 합기도 도장을 오래 다녀봤기에 도장에서 하는 운동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유도나 주짓수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고민하다 집 근처에서 가까운 주짓수를 등록했다. 내가 가는 성인반에는 중학생, 대학생, 성인들이 같이 수업을 하는 반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자극을 받았다.


운동하나 시작했을 뿐인데 생각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이 아닌 타지로 가서 부모님과 떨어져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강하게 들었다. 가만히 집에 누워있으면 시간마다 부모님이 차려주는 밥이 좋긴 했지만 부모님과 같이 있게 되면 부모님에게 의지를 하게 된다는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니 20살 군대를 간 이후부터 부모님과 같이 살았던 시간을 손에 꼽을 정도로 외국이나, 기숙사, 고시원에서 살았고 계속해서 내가 모든 주도권을 가지면서 내 인생의 변화들이 일어났던게 아닐까 생각을 정리했다.


처음에는 노가다를 가려고 했다. 노가다를 하는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돈도 괜찮게 벌었고 타지에 가서 하는 노가다 특성상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모든걸 준비했지만 친구가 가는 현장에는 자리가 없었고 공백기간이 생겼다. 공백기간 서울에 있는 가장 친한 친구집에 놀러왔다. 울산에 더 이상 있기 싫었꼬 서울에서의 삶을 시작하기 위해서 일단 서울로 온 것이다. 친구집에 있으면서 어떻게든 서울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내가 해보지 않은 경험들을 할 수 있는 것, 서울에서 정착을 하기 위한 알바들을 지원을 했다. 처음에는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니깐 영화관 알바부터 시작을 할까 생각을 해서 지원을 했다. 영화관 알바라도 시작하게 되면 서울에서 자리를 잡고 처음부터 시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영화관에서 일하기에는 많은 나이가 되서인지 영화관 알바는 탈락했다. 내가 가슴뛰는 알바들을 찾다가 마침 스키장 알바를 발견했다. 스키장 강사 알바에 이력서를 집어 넣었다. 레저스포츠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었고 수상스키강사의 경험도 있었다. 20살 스키장알바를 하려고 합격을 했지만 군대를 가기 위해 가지 않았기에 그때 경험 해보지 못한 약간의 후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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