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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한 여행자 Aug 05. 2021

몽마르트 야바위

주식투자에 대한 단상

2016년 여름에 파리에 갔을 때의 일이다. 파리 여행을 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가는 몽마르트에 가려고 언덕길을 오르던 중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 보이길래 무슨 일인가 하고 가봤다.


가까이 가보니 종이컵 세 개를 엎어 놓고 그중에 한 곳에 주사위를 넣고 현란한 손놀림으로 섞어 놓은 뒤에 주사위가 어느 컵에 있는지를 맞추는 야바위를 구경하느라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야바위꾼은 돈을 걸고 주사위가 어디 있는지 맞추면 2배를 준다고 하면서 도전을 하라고 하였다.


구경을 하면서 주사위가 어디에 있는지 속으로 맞춰보았는데 그리 어렵지 않게 맞출 수 있었고, 실제로 돈을 걸고 맞춰서 돈을 따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자 야바위꾼은 한 번 도전해 보라고 했다.


나는 내심 맞출 자신이 있어 호기롭게 100유로를 걸고 도전을 하였다. 야바위꾼은 아까 구경했을 때 봤던 것보다 훨씬 현란한 손놀림으로 컵을 섞었다. 그래도 야바위꾼이 컵을 섞는 동안 어느 컵에 주사위가 들어 있었는지 놓치지는 않은 것 같아서 확신을 가지고 컵을 가리켰다. 그런데 웬걸. 그 컵을 열어보니 주사위가 없었다. 그렇게 100유로를 잃고 나자 오기가 생겨 100유로를 다시 걸고 한 판을 더했고, 결국 순식간에 200유로를 날렸다.


그렇게 200유로를 허무하게 잃어버리고 몽마르트 언덕 위에 있는 사크레쾨르 대성당(Basilique du Sacré-Cœur)에 도착했다. 파리 전경이 보이는 계단에 걸터앉아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쉽게 맞출 수 있으면 그 사람이 거기서 야바위 판을 벌리고 있을 리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문득 내가 야바위를 하기 전에 돈을 땄던 사람들도 한 패거리, 아마 바람잡이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헛웃음이 났다. 그런 뻔한 사기행각에 당한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하늘이 그림 같이 예뻐서 몽마르트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파리 시내도 정말 아름다웠고, 대성당 앞 광장에서 있었던 버스킹 공연도 무척 재미있었는데 야바위꾼에게 당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몽마르트를 생각하면 야바위 당했던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나한테서 200유로를 털어간 몽마르뜨 야바위꾼




요즘 주식을 하다 보면 예전에 몽마르트 언덕길에서 야바위를 당했던 기억이 난다. 어떤 종목을 꾸준히 지켜보다가 투자를 결심하고 주식을 사면 그때부터 하락을 한다. 분명 오랫동안 주가가 오르내리는 패턴을 관찰하고 분석한 후 투자를 한 것인데 주식을 사고 나면 귀신 같이 하락을 하고  웬만큼 수익이 나서 팔면 그때부터 주가가 급 상승을 한다.


신기한 건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주가의 흐름을 예측하면 그렇게 잘 맞는데 막상 주식을 사고 나면 예측대로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다.


분명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투자 패턴을 훤히 읽고 있는 야바위꾼 같은 기관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손바닥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일 것이다.


파리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던 몽마르뜨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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