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전성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코로나19로 사람들을 만나는 데 있어 아무래도 제약이 많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음악을 듣는 시간이 예전보다 늘어났다.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가장 큰 즐거움 중의 하나는 좋아하는 가수가 새로운 음원을 발표했는데 마음에 쏙 드는 노래인 경우이다. 그때의 기분은 뭐랄까.. 어떻게 내 취향을 이렇게 저격했을까 하는 신기함과 더불어 기대에 부응해줘서 기특하고 고맙다는 느낌이랄까.
어제, 2021년 1월 27일에 음원이 공개된 아이유의 <Celebrity>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이런 노래는 딱 첫 소절을 듣는 순간 맘에 들 것 같다는 강한 느낌이 온다. 그리곤 어김 없이 며칠은 무한 반복을 해서 듣게 된다. 신기한 건 그래도 좀처럼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잊지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 아이유의 <Celebrity> 가사 중에서 -
지금은 어느덧 13년 차 가수가 된 아이유를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난다. 당시 난 군대에 있었을 때였다. 난 군대에 오기 전까지 당시 유행하던 아이돌 가수들의 노래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잘 몰랐었는데, 아무래도 내무반에선 음악 프로그램을 수시로 틀어 놓다 보니 자연스레 보게 되었다. 아마 당시에는 <Boo>나 <마시멜로우> 등 어리고 귀여운 컨셉으로 활동하던 때여서 데뷔하고 조금 있다 사라지는 수많은 아이돌 가수 중 한 명으로 생각했었고, 지금과 같은 아티스트가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후 군대에서 전역하고 사법연수원에 다니던 2011년에 자치회에서 아이유를 초청해서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좋은 날>로 본격적인 국민 여동생 칭호를 받으면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을 때였는데, 당시 노래 역시 내 취향이 아니었던 관계로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공연이었고 시간만 내면 갈 수 있었는데도 공연을 보러 가지 않았다(지금은 그때 공연을 보지 않은 것을 땅을 치면서 후회하고 있다).
이후 2014년 8월에 모교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8월의 Someday>라는 공연에 가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 공연은 아이유와 바이브가 공연시간을 절반 정도 나눠서 하는 공연이었다. 그때가 아이유의 공연을 처음 직접 본 때였고, 아마 그때부터 아이유라는 가수의 노래를 듣게 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당시 아이유는 마침 <꽃갈피>라는 기존 곡을 리메이크한 앨범을 내고 활동하던 때여서 그런 것도 내가 아이유의 노래를 듣게 된 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그때에도 아이유는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8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으니, 수많은 새로운 가수들이 매일 등장하고 유행과 음악을 소비하는 속도가 어마 어마하게 빠른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 아이유 홀로 다른 세계에 사는 가수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가요사에서 아이유 같이 10년 가까이 최정상에 있었던 가수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소위 국민가수라고 칭하던 가수들의 전성기도 길어봐야 4~5년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우리는 지금 아이유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군가의 가장 빛나는 시절, 즉 전성기(heyday)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전성기의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의 시대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코비 브라이언트(Kobe Bryant),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의 시대를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2002년 월드컵 때 마침 대학생이어서 제대로 즐길 수 있어서 좋았고,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점프를 할 때 가슴 졸이고 응원하면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래서 언제가 부터는 좋아하는 스포츠 스타의 경기나 가수의 공연을 가급적 직접 보러 가려고 하고 있다. 특히 그들의 전성기 때를 놓치지 않고 꼭 가서 보려고 하고 있다. 전성기에 관람하는 것과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 관람하는 것은 그 느낌이 무척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전성기에는 전성기 때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말 그대로 그 사람의 빛이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의 가장 빛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같은 공간에서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이다.
코로나19로 누군가에겐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을 시간이 벌써 1년이나 지났다. 예정대로 였으면 작년에는 프리미어 리그(Primier League)에서 뛰는 손흥민의 경기나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는 류현진의 경기를 직접 보러 갔었어야 했고, 잠실 주경기장에서 하려고 했다던 아이유의 12주년 콘서트를 직접 관람했어야 했다.
이 모든 기회를 날려버린 코로나19가 원망스럽기 그지없다. 코로나19가 종식되어 하루빨리 스타들의 빛나는 전성기를 직접 공유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