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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카엘라 Aug 14. 2017

한국에 돌아온 지 반년이 되었다

그래도 한국

    4년여 정도 유학생으로, 직장인으로 캐나다에서 지내다가 다시 한국에 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구사회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 막상 살아보면 그냥 대도시는 사실 비슷하다. 업무와 집.. 반복되는 일상, 바쁘고 급한 사람들, 다양한 개성, 그 사람들 속에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섞여 이런저런 해프닝이 있는 것, 시그니쳐 전망대가 하나 있는 것도, 돈이 있는 사람들이 즐길 거리는 더 많은 것도, 진입을 막는 장벽을 세운 엄청난 부촌이 있는 것도 대도시는 어느 나라에 있건 일부 특색을 제외하고는 일련의 특징들로 모두 비슷하다.

    그런데 북유럽이나 캐나다와 같은 복지국가의 일면을 보고 열망(aspire/admire)하는 일부를 보면 가끔 너무 자세한 조사 없이 긍정적인 찰나를 보고 부러워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내가 느꼈던 캐나다에서 생활하면서 불편했던 점, 한국에 돌아와서 새로이 보이는 한국의 장점들을 기술해 보려고 한다. 그동안 캐나다에서 생활하며 즐거웠던 좋은 기억과 긍정적인 면, 장점들은 워낙 많이 기술했었기에 이번 포스트에서는 논외로 한다.


    첫째, 캐나다에서 불편했던 점은 가장 먼저 생활자로서 느끼기에 복지국가가 만든 허점이다. 무엇보다 의료시스템은 정말 최악이다. 나는 젊은 시기에 몇 년여 있던 게 다였기 때문에 큰 병이나 사고 또는 재해를 직접 겪었던 적이 없어 경험 기반 기술은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보다 의료시스템과 의료서비스의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자 친구가 화상을 입어 public clinic에 워크인 해서 갔더니 아무런 응급처치 없이 두 시간 정도를 기다렸다. 턱없이 부족한 의사 수가 안 봐도 뻔했고, 진료는 소독 1회 끝 그리고 연고 처방이 전부였다. 연고를 발라주고 드레싱 해주는 일 역시 없었다. 학교나 회사에서 보험을 적용해주긴 했지만, 이직 중이었거나 기타 상황으로 보험이 부재했다면, 말도 안 되게 낮은 질의 의료서비스에 과도한 비용에 좌절했을 것이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한국인이 이민자가 된 후 노령이 되어 큰 질병 발생 시 다시 귀화하는 경우의 수가 실제로 많듯, 값이 합리적이며 수준 높은 의료진이 있다.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권위자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그리고 사회계층을 떠나 다양한 사람에게 액세스가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므로 지불하는 금액에 따라 다른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취약계층을 위해서도 제도적으로 잘 뒷받침되어있다는 점은 반박 불가하다.

    둘째, 교통시스템이나 IT기반 기술적인 부분들 역시 서울 도시에 국한해 생각해 보자면, 거의 최고 수준이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일본, 중국을 여행해 보았고 캐나다에 거주해보았지만 한국의 15여 개가 넘는 지하철 노선 운영, 빼곡하고 촘촘한 버스 노선, 청결 상태, 최저 수준의 요금, 노인 무료 탑승 등은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정말 훌륭하다. 최고 수준의 위생과 치안(새벽 두시에 거리낌 없이 밖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만 해도..)이다. 더불어 인터넷, 스마트폰 관련 기술 진보 현황은 말할 것도 없다. 지리적으로 고밀도 인구와 비좁은 영토 덕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진보기술의 적용이 빠르게 가능한 덕인 듯하다. 일례로 우리는 한국에서 개인 신용카드에 후불 교통카드 기능을 더하지만, 토론토는 아직 토큰을 사용중이고 메트로패스(선불교통카드)는 아직 도입중에 있다.

    셋째, 많은 이들이 캐나다 이민을 꿈꾸면서 생각하는 것 중 '경쟁이 덜한 사회'라는 것은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 꽤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배경과 결과에 대해 생각해보노라 하면 생각보다 우울하다. 경쟁이 덜한 이유가 뭘까? 관찰에 따르면 계층 이동의 기회 및 사다리는 캐나다와 같은 복지 국가들이 한국보다 더 적다고 느껴졌다. 한국 사람들은 '대물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취약 계층은 대물림을 끊어내려 노력한다. 우리나라의 수능, 공채, 공무원시험, 고시 등의 예들은 꽤 공정한 방법으로 분류된다.  반면, 복지사회 국가 사람들은 그 대물림에 적응하고 본인이 가진 환경에 안분지족 하는 듯 보인다. 개인 삶의 만족도 측면에서는 후자가 높을 것이며, 또 보다 안정된 사회라고 보여지지만, 어떤 것이 과연 더 좋은 사회일지는 모르겠다. 물론 한국도 이제 '개천에서 용 난다'는 옛날 말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어느 곳이든 자본주의 국가라면 부의 양극화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다시 경쟁이 덜한 사회라는 측면에서의 캐나다 이야기로 돌아가면, 이민자 그리고 생활자로서 그런 면이 어떤 영향을 줄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캐나다는 공채가 없다. 인맥 기반 추천 시스템이 공개적 채용보다 우선적으로 이루어 진다. 그게 연고 없는 이민자에게 득일지 실일지 깊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한국에서 한국인으로 취직하는 것과 외국에서 이민자로 취직하는 것 중 과연 어느 것이 얼마나 더 나을지 본인 상황에 맞게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경쟁이 덜한 결과는 무엇일까? 캐나다는 타 선진국에 비해 산업이 크게 발달해 있지 않다. 석사 기간 중에 MBA 수업에 선택해 들어간 적이 있다. 당시 수업에서 한 주간 나눈 내용이 '국가적 브랜드로서 캐나다'라는 주제였다. 그냥 캐주얼한 토의 결과이긴 했지만, 결론은 캐네디언들이 경쟁적으로 살려고 하지 않는 문화적인 부분 때문에 좋은 기업이나 브랜드가 성장하면 뺐기고(주로 미국 대기업에서 인수해 감), 산업 측면에서 볼 때 경쟁력이 약화되어 있다는 요지였다. 실제로 별로 탑 글로벌 기업이 없다. 새삼 좁아터진 땅덩어리에서 글로벌 기업 키워낸 한국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었다. 아무튼, 그래서인지 캐나다 내 꽤 많은 일터에서 역시 욕심 있는 구성원들은 승진을 위해 밤낮없이 일하기도 하고, 내부적으로도 경쟁을 통한 성과 창출 시스템을 개발하고 적용하려 시도하고 있다. 일례로 한 캐네디언 리테일 C사는 직원들의 주간 매출 개인 성적을 전체 공지하고, 성적이 낮은 그룹에 속한 이들을 빨간 색으로 강조 처리해 직원 전체 메일로 돌린다고...


    다른 맥락에서 한국이 더 좋은 점은 내가 가진 개인적인 특성과 캐나다에서 born and raised in Canada가 아니었기에 발생한 것들이다. 첫째, 문화와 음식이 있다. 아무래도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유학 가서 환경에 노출된 것도 아니었고,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국에서 수학하고 성장했기 때문에 법적, 행정적 문제가 생겼을 때 언어도 다른 상태에서 아주 느린 속도의 문제 해결 과정이 매우 답답했다. 한국처럼 빠르고 편리한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도 참 드물다. 한국에 있을 때는 잘 모르지만.. 또한 음식 같은 경우에도 비교적 큰 이민사회를 이루고 있는 토론토에서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한인사회에서 접했던 한국음식들은 늘 내게는 fake느낌이 났다. 아무래도 재료에 있어서 미국산, 캐나다산이다 보니 육류나 야채 채소류 등 내가 먹던 original 한국 음식과는 다른 느낌이 들어서 그랬을지 모르겠다. 대단한 미식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늘 집에서 만든 한국음식이나 사 먹었던 한국음식은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이 나지 않았다. 이건 그냥 내 요리실력의 부재일 수도 있고, 괜한 까다로움일 수도 있겠다.

    둘째, 이민자/방문자로서의 캐나다에서 커리어 생활이다. 지극히 개인 경험에 의한 것이니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운이 좋아 취업을 빨리 했을 뿐이지만 그것 역시 cutsomer service(cs) 분야였다. 보통 늦게 유학을 가 그 나라에 자리 잡은 사람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메이저 산업체에서 주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별로 못 본 것 같다. 기술을 배워 요리, 기술 테크니션에 종사하거나 유통, cs분야(가장 큰 부분일 것이라 예상) 혹은 한국인 대상 사업체 근무가 대부분이었다. 큰 기업에서 메인 역할을 해야 한다/하면 좋겠다 하는 발상 역시 지극히 한국인스럽지만, 내 경우 한국에서 시작했으면 더 높은 초봉과 포지션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속에서 드는 비교는 피할 수 없었다. 오만한 생각은 아니었다. 애초에 그런 부분을 감수하고 떠난 유학길과 구직이었으니 당시에 불만은 없었지만 돌아온 지금 캐나다에서는 없었던 한국에서 내가 가진 이점 때문에(학연, 인맥 등) 더 나은 커리어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지극히 개인적 특수성이다). 특히나 1세대 이민자의 경우 가장 큰 장벽은 어쩌면 언어일 수 있다.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기 때문에 수준 높은 회화 실력을 자랑하더라도 상류사회(아주 높은 수준의 언어를 구사해야 하는 직종)로의 진입에 방해물이 될 수 있다.

    셋째, 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굳이 비교해보자면 캐나다보다 한국이 많다. 한국엔 정말 말도 안 되는 높은 수준의 서비스 제공과 밤에 즐길거리들이 많다. 다양한 음식의 배달 서비스, 늦게까지 운영하는 레스토랑, 펍, 쇼핑몰, 시장들은 오랜만에 보니 재미있고 다채로웠다. 특히 카페, 식당, 호텔, 백화점, 쇼핑몰 등에서 visual merchandising 상태가 나는 캐나다보다 한국에서가 더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고 좋았다. 아무래도 캐나다가 큰 대륙에 있는 나라이다 보니 그랬을까 아니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작은 땅덩이에 있는 것이라곤 인적자원이니 인재들이 많아 그랬을까 모르겠지만, 놀이공원이든 호텔이든 데코(decor) 상태를 보면 캐나다 것들은 스케일이 크다, 거대하다, 다소 황량하다 이런 느낌이 들었다면 한국에서는 트렌디하다, 아기자기하다, 신박하게 잘 꾸며 놓았다, 오밀조밀하다 느낌이 들었다. 전공자 입장에서 볼 때 의류 마켓 역시, 한국은 옷의 자재구입/제조/유통이 시스템적으로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보니 다양하고 아기자기하며 디테일한 디자인들이 더 빨리, 많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한국이 새롭게 떠오르는 문화의 중심지가 아니다. 물론 미국 대도시, 유럽 대표도시, 도쿄 등과 같이 디자인의 발상지와 비교하면 그만하지 못하겠지만, 적어도 캐나다와의 비교에 있어서는 한국의 visual merchandising, 인테리어, 데코, 상품 구색 다양성 수준이 월등했다. 다시 말해, 시각적인 유희성에 있어 서울의 롯데월드가 토론토 원더랜드보다 훨씬 나았다.

    넷째, 한국에서 즐길 생활 상 컨텐츠가 더 다양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아니 정확히는 종류가 다르고 같은 서비스라면 한국이 좀 더 다양해서 다양한 계층에게 액세스가 있다고 느꼈다. 뷰티, PT, 테라피, 스포츠, 산후조리 등과 같은 서비스 면에서 한국이 더 발달한 느낌이 든다. 사람이 많아 인건비가 싸서 그럴 수도 있겠고,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한 산업군 안에서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공급체들이 많으니 더 발달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다고 추측한다. (노동자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다, 노동 가치 평가절하 등으로 해석될지도..)

한 예로 산후조리를 받으려고 해도, 캐나다에는 그런 개념 자체가 덜하니 한국처럼 호텔, 마사지 최상급의 산후조리원은 있지도 않고 일부 입주 nanny를 붙일 수 있는 일부 최상위 계층만 이용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시터를 구할 때에도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시간제, 유아교육 전공의 아르바이트생들, 입주도우미 등 보다 더 다양한 결정을 할 수 있으니 서비스 면에서는 한국에서의 선택권이 더욱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가족. 한 나라에서 생활하는 가족의 부재이다. 다같이 이민을 가면 모를까, 한 해 한 해 부모님은 늙어가시고, 미래의 아이들은 조부모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자랄 테고.. 친구야 새로운 나라에서도 만들 수 있지만 친인척 경조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명절, 연휴 모두 대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외로움이다. 이러한 부분은 뭐 자기 가정을 꾸리면 조금은 나아지겠지만!


    결론적으로 이민을 꿈꾸거나 계획하고 있다면 상세한 조사를 통해서 이민자로서 생활 상 갖게 될 제약이나 단점들에 대해서도 미리 고려해 보아야 한다. 특히 캐나다 토론토 같은 경우에는 크게 인종차별의 문제가 이슈가 되지 않지만, 가게 될 지역 및 나라에 따라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음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이 글에서는 단점에 집중했지만 이민자로서의 삶의 장점이 모든 단점들을 상쇄시킬만큼 크다면 단점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단지 하고 싶었던 말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어쩌면 조국의 삶 속에서 운용할 컨텐츠가 이민할 국가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겪어보지 않으면 놓칠 수 있는, 실제 경험을 기반해 쓴 글이기에 뒤늦게 이민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유익할 수 있어 조심스럽게 공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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