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라는 과목(학문)이 재미있는 과목일까?
"수학은 재미없어요."
"왜 그렇게 생각해?"
"어려워서요. 너무 어려워요."
"그래도 가끔보면 수학을 재미있어하는 아이들도 있잖아. 뭔가 재미가 있지 않을까?"
"그건 수학을 잘하는 애들이니 그렇죠. 그건 걔가 이상한거에요."
수학을 가르치는 교사인 나는 수학은 재미있는 과목이라고 생각할까?
YES! And NO!
이게 애매한 질문이고 애매하게 답할 수 밖에 없다.
중고등학교 때 나에게 수학은 결코 재미있는 과목이 아니었다.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해도 투자대비 결과가 좋지 않은 가성비가 나쁜 과목이다. 한 문제를 못 풀어 두어 시간을 소비해도 머리만 아플뿐 무엇이 머릿속에 남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수학교사가 되겠다고 수학교육과에 진학한 이유는 중고등학교 선생님은 되고 싶고 그나마 잘하는게 수학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면 고등학교시절 수학을 좀 잘 한 줄 알겠지만 고등학교 내내(졸업할 때까지) 시험에서 80점을 넘어본 일이 없다.(수나 우를 받아보고 싶었다. ㅠ.ㅠ) 그나마 수학이 나은 것이니 다른 과목은 안봐도 뻔하겠다.
고등학교 수학은 참 재미없다.
그럼 그 재미없는 수학을 가르치니 지옥 속에 학교생활은 하고 있는냐?
그것은 아니다. 사실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사실 재밌지만 학습하는 고등학생이 그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다.
수학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여 답을 찾는 퀴즈풀이 과목이 아니다.
학생들은 넓은 숲 안에 있는 풀, 작은 나무, 곤충, 벌레 등만 열심히 보게 되지만 사실 진짜 수학은
숲을 보고 다른 지역과 비교하는 구조를 관찰하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메뚜기를 관찰한다. 생김새가 어떻고 어떤 먹이를 먹으며 어떻게 행동하는 지 등을 관찰하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하지만 수학이라는 것은 그러한 관찰을 바탕으로 메뚜기가 서식하는 환경을 보고 어떻게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는지, 또는 다른 어떤 환경에서 생존이 가능할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까지 살펴본다. 환경을 살펴보기위한 하나의 작은 방법이 메뚜기를 살펴보는 것이며 이러한 생김새로 살아갈 수 밖에 없도록 환경이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살펴보는게 수학이라는 학문이다.
예가 적절한지는 잘 모르겠다. 수학의 구조가 연결되는(?) 경험은 나에게 있어 적잖은 충격을 주었고 수학이 재미있는 과목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을 발견한 때가 대학교 4학년 시절이었다. 교사를 거의 십 몇 년이 되도록 하면서도 이 수학의 재미를 학생들에게 알려준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이 구조의 연결(딱히 다른 표현이 힘들다)의 경이적 경험없이도 이미 수학을 즐기는 학생들이 있으나 극소수이니 제외하였다.
그래서 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수학, 사실은 엄청 재밌는 과목이야. 그런데 너희들이 아직 잘 모르는 거야. 열심히 하다보면 알게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수학공부가 재미없고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당연한 것이고 그들을 위로해줘야하는 의무가 교사에게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