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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DITOR Jul 14. 2022

Day 1. 지난봄

싱그런... 아니 징그런 나의 뻘짓이여

<Magazine Norm>은 3년 전 친구와 같이 써서 각자 SNS에 올렸던 짧은 기록을 정리하기 위해 만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프롤로그] 어느 날 내가 친구에게 물었다를 참고해주시길.



지난봄, 가장 강렬했던 순간이 있다. 부끄러워서 어디다 말하지 못했는데 이참에 풀어볼까 한다. 피츠버그의 어느 싱그러운 밤, 나와 J는 오락실에 갔다. (서울에서 새는 오락실, 피츠버그에서도 새는 법)


여러 게임기를 정신없이 돌며 무아지경에 빠졌다가 나오는 길에 스티커 사진을 찍었다. 서울과 달리 심하게 촌스러운 사진을 보고 깔깔대며 웃다가 가방 속을 휘저으며 핸드폰을 찾았는데, 이럴 수가. 불과 2주 전에 산 나의 아이폰XS가 자취를 감춘 게 아닌가.


그야말로 멘탈이 폭삭 무너진 나는 “J야 나 어떡해”를 스무 번쯤 외쳐댔다. 핸드폰이 오락실 안에 있을 거라며 나를 다독인 J는 쏜살같이 내부를 몇 바퀴 돌며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댔다.


누구라도 붙잡고 “내 핸드폰을 봤냐!”며 울부짖고 싶었다. 거의 절규 직전의 얼굴로 오락실 천장만 멍하니 바라보던 내게 J는 오락실 바닥 카펫에 얌전히 엎어져 있던 핸드폰을 찾아주었다. 아마 핸드폰을 넣은 에코백을 게임기 옆 선반에 대충 올려두었는데, 여기서 핸드폰만 떨어진 것 같았다. 물론 신나게 게임하느라 전혀 몰랐지. (이럴 때만 몰입왕)


죽었다 살아난 나는 핸드폰을 찾았다는 안도감에 사로잡혔다. 그리곤 만약 찾지 못했을 때 내 입에서 나올 말을 상상했다. “피츠버그에서 오락실 갔다가 잃어버…” 3X세의 입에서 나올 이 말을 생각하니 아직도 아찔하다. (사실 나는 7년 전 떠난 유럽 여행에서도 구입한 지 3개월 된 핸드폰을 도난당한 경험이 있다. 껄껄...)


☺︎ 오늘의 결론: 오락실은  친구랑 가자. J 내게 이다음 오락실에   핸드폰 목걸이를 차고 오라고 했다. 후후...


유서 써보기로 하고 만났다가 낙서하고 옴



2019. 06. 14

열 문장 매우 많이 넘어버린 Day 1. '지난봄' 일기를 J에게 바칩니다. 손 많이 가는 나랑 친구해줘서 고...고...고양이(야옹)


#놂친구한달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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