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 에게
책의 맨 앞 혹은 뒷장에 '사랑하는 ―에게'라는 헌사를 종종 본다. 그들은 할머니에게, 연인에게, 친구에게 책 한 권의 영광을 돌리는데, 괜스레 독자 한 명뿐인 나마저도 그 페이지에 머물곤 한다. 간질간질하고 괜히 몽글몽글 한 것이 부럽기도 하다. 책을 써본 입장에서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지 예견할 수 있기에.
그만큼 사랑하는 이겠지. 얼마나 행복할까. 내가 만일 어떤 책에 담긴다면 그 책을 품에 안고 죽을 거야. 그러곤 저 멀리서 그걸 자랑할 거야. 날 이렇게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고 땅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 내 이름이 담겨있는 책이 남아있다고. 난 어딘가에서 회자될 거고 읽힐 거라고. 머물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