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한적한 피자집에 앉아 건강을 가꾸는 것에 대해 말했다.
마요네즈가 듬뿍 뿌려진 밀가루 빵을 먹으면서 건강에 대해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각자의 철칙이 있는 법이니까.
하루에 한 끼 건강식 먹기, 술과 커피 마시지 말기를 실천한지도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사실 다이어트라던가 몸짱이 되어야지! 하는 그럴듯한 이유보다는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 시작된 일이었지만, 없이 살기에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살만하다.
술도 좋아하고 커피도 좋아하고 나쁜 것 중에선 담배만 안 하던 나였는데, 불현듯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 시작이었다. 매일같이 양팔과 볼기짝이 주삿바늘로 수놓아지고 온갖 알약을 식사처럼 배부르게 챙겨 먹는 날들이 반복됐다. 호르몬 치료를 받고부터는 술과 커피는 몸을 아프게 하는 독약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자제하셔야 해요."라는 말은 "먹으면 안 돼요."로 바뀌었다.
미친 듯이 아쉬웠다. 평생 커피와 술이 가져다주는 낭만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겠구나 싶어서. 거참, 커피와 술이 없는 작가라니, 너무 멋없지 않나. 나도 하이볼이 담긴 잔을 찰랑거리면서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참 신기한 것은 금주를 한 지 1년이 지나고부턴 힘들 때마다 찾았던 술이 더 이상 당기지 않았다. (너무 맛있어 보여서 고량주 하이볼과 머루주에 잠깐 혀를 담근 것은 넘어가자.) 졸리고 피곤할 때 습관처럼 찾던 커피도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은 중독의 영역이었던 걸까? 머리에 뭉게뭉게 자리 잡고 있던 안개가 걷힌 기분을 느꼈다.
새로운 시도들도 하게 됐다. 건강이 나빠지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은 나 같은 사람이 주변에 정말 많다는 거였다. 여전히 '디카페인 왜 마셔?', '제로 맥주 왜 마셔?'라는 말을 듣곤 하지만 사실은 수요가 많았던 거다! 건강에 해가 되지만 않는다면야, 무엇이든 땡큐인 사람도 있다구.
식판에 담긴 조촐한 식단도 처음엔 허전하게 느껴져도 하루 종일 속이 훨씬 편안하다. 영양을 고루 신경 쓴 식사는 의외로 오랫동안 든든하다. 건강을 신경 쓰는 식사가 귀찮은 일이긴 하다. 채소와 과일을 손질하고 깎아야 하고, 데치고 끓여야 한다. 그래도 꾸준히 이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라면이 생각나지 않는 때가 온다. 물론 여전히 각종 먹방 썸네일과 광고에 침을 흘리는 나지만, 2년간 지속이 가능했던 것은 '하루에 한 끼'로 제한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 외엔 몸이 아프지 않은 선에서 자유롭게 먹고 있다.
처음은 조금 서글프고 불편할지 몰라도 새로운 맛과 레시피를 발견하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다. 지금도 양념치킨을 먹은 뒤 글을 쓰고 있지만 내일 첫끼엔 토마토와 오이, 고수를 잔뜩 버무린 샐러드를 먹을 거다. 갈릭 후무스도 듬뿍 올려 먹어야지. 디카페인 커피에 귀리 우유를 곁들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