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하고 조용한 아이도 삶은 고되다

by 마음상담사 Uni

1.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도 삶은 고되다

여러분은 어떤 삶을 살아오셨나요? 어떤 아이였나요? 저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였어요. 어느 교실이나 딱 봐도 모범생으로 리드하는 아이들, 시끌벅적하면서도 재밌게 해 주는 분위기 메이커들,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게 공간을 채우는 아이들이 있죠. 그중에 말없이 주변을 살피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살아왔던 아이가 저였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있는 듯 없는 듯 살았던 아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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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상담사로 살고 있으니 기질, 성격유형을 들먹이며 내향적인 아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때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아이일 뿐이었어요. 그나마도 얌전하고, 수줍음이 많다였는데 초등학교 5학년이 지나면서 내 안의 그 아이는 점점 웃음기가 없어졌고, 세상과 문을 닫고 살았습니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것이 전부였고, 그나마도 집에서는 방에 틀어박혀 문을 잠그고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 있었죠. 지극히 평범했던 한 학생이었어요. 어느 누구도 눈 여겨 봐주지 않던 아이. 그저 공기처럼 조용히 있고,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않았던 저였으니까요.


생각해 보니,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쳤네요. 나름 조용했어도 자신의 힘은 꾸준히 보였던 아이이기도 해요.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회를 멀리 다녔는데 여름 수련회 때 새벽 기도회가 있으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일어나서 나갔던 아이였어요. 5학년 때 주일학교 선생님께서 내 주신 숙제도 반에서 저 혼자만 해 올 정도로 하라면 꼭 해야 아는 줄 알았나 봐요. 5학년 이후부터 사건이 생기면서 하라고 하는 걸 잘 안 하게 됐어요. 그때는 하라면 꼭 했는데 말이죠. 지금은 제 맘대로 하려는 것이 강해져서 바뀐 것이 신기할 정도예요.


저라는 아이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도 했고, 자신감이 없고, 늘 혼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했어요. 혼날까 봐 숨죽여 살던 아이였으니까요. 집이 찢어져라 가난했던 것도 아니고, 부모님도 자신들의 맡은 바 최선을 다해 주시는 감사한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집은 행복하지 않았어요.


회사에서 힘들게 일하고 돌아오신 아빠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마음은 얼음이 되는 듯했고, 집에 계셨어도 세 아이의 밥 챙겨주랴, 집안일에, 부업까지 쉴 틈이 없는 엄마도 여유가 없으셨어요. 조용히 지내는데도 세 아이가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실수가 나오죠. 곧바로 반사처럼 쩌렁쩌렁 울리는 큰 소리에 어쩔 줄 몰랐어요. 아빠의 순간적인 화지만, 저는 깜짝 놀랐고, 유체이탈처럼 영혼이 도망가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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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가끔 이런 말 하죠. 그만하면 행복한 줄 알아라, 감사하며 살아라 하는데, 그 안에도 삶의 고됨은 있어요. 누구도 나 자신이 되어보지 않고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얌전하고 조용하고 아무 일 없이 사는 것 같은 그 아이에게도 말로 못한 아픔이 있으니까요. 아픔의 겹겹들을 뜯어내고, 풀어헤치고, 그래도 주워 담고, 몇십 년을 돌아보니 그 아이를 이해할 수 있어요. 이 아이의 삶을 말하고 싶어요.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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