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0년 차 상담사가 되었다. 1인 기업가처럼 강의가 연결되고, 상담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나를 홍보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몇 연차 상담사인지를 강조하는 편이다. 조금이라도 신뢰와 확신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꿈을 빨리 찾았다고 놀란다. 아직 40대 중반이 되지 않았으니 20대 중반 전부터 일을 시작했다는 것이고, 무엇보다 한 길로 쭉 왔다는 것에서 부러워하기도 한다.
강의 끝나면서 한 청년 분이 질문을 했었다.
"선생님은 꿈을 빨리 찾은 비결이 있으세요?"
질문을 듣고 사실 놀랐다. 비결이라고 까지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그만큼 사람들은 자신의 꿈을 정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청년분의 질문에 상담사로 길을 정하게 된 때를 떠올려 보았다.
상담사의 길을 정한 건 고 3 때, 어느 한순간이었다. 심도 있게 고민하고 정한 길이 아니었다. 중고등학교 내내 우울함과 함께 보냈고, 고3 때 와서 몸이 버티지 못했다. 학기 초에 갑상선 기능 저하증 진단을 받았고, 이후에는 식도염으로 거의 2달을 밥을 먹지 못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니 온전하지 못했던 정신력도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갑자기 어느 날은 교실에서 어른들의 대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건 학생인 내가 생각해도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이비인후과도 가 봤지만 청력에는 이상이 없었고, 스트레스성인 것 같다고 했다. 본능적으로 이 선을 넘으면 안 되겠다고 판단이 들었다.
'몸이 아프면 병원도 가고, 약도 먹고, 나아갈 수 있는데 이 마음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고등학교 3학년 수능날짜가 가까워지던 어느 날, 갑자기 '나처럼 마음이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야겠어. 상담사가 되자!'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리고, 나는 상담사로 꿈을 정했다.
스탠퍼드 대학 존 크럼볼츠 John Krumboltz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찾게 된 계기는 약 80%가 우연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계획은 세웠지만, 그것들이 틀어지며 다양한 우연들이 겹쳐서 성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일본 경영 전략의 대가인 야마구치 대표는 롱블랙과의 인터뷰에서 성공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자신의 충동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애플을 공동 창업한 컴퓨터 엔지니어 스티브 워즈니악을 비롯해, 세계에서 혁신가로 이름을 날린 70명을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들 중 혁신을 일으키겠다고 마음먹고 혁신을 일으킨 사람은 막상 없었단 거예요. 돈을 벌겠다는 경제적 합리성도 아니었죠.
그들은 모두 '어떻게든 이 사람들을 도와야겠어!', '이것이 실현된다면 굉장하겠는 걸!'이라는 충동에 마음이 움직여 일에 몰입하게 된 것이었어요."
나의 아픔과 불편, 고통에서 씨앗은 뿌리가 내려졌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나섰어야 했다.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었다. 그저, 나와 누군가가 마음이 건강해져서 행복한 삶을 살기만을 바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