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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Aug 21. 2020

딸!!! 이제, 너의 힘으로 리모델링

 영화 <데몰리션> 처럼

4. 지금, 너의 뇌는 리모델링 중     

     

 딸아, 요 몇 년 사이 네가 생각해도 네가 달라졌지? 본인은 모를 수도 있겠다.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가 봤을 때 변화가 크더라. 지식적으로도 알고 있고, 엄마도 겪었을 테지만 보게 되니 신기하더라.     


 사춘기가 되면 뇌가 달라진대. 응애응애 태어나서 3년간 열심히 뇌가 발달해. 누워만 있다가 한 발과 손을 들어 반동으로 뒤집는다. 손과 발에 힘이 생기면서 기어 다니게 되고, 열심히 다니다 보면 손 힘 없이도 딱 일어나서 걷게 되지. 돌 지난 사촌 동생 보면 실감나지? 이제 걷기 시작하는 모습만 봐도 단계별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기특하더라. 신체뿐만 아니라 말도 그렇지. 우리나라 말을 이해하는가 싶더니 옹알옹알 하다가, 이제 말도 하고, 세상과 소통하게 되잖아. 그 사이 뇌가 엄청나게 발달하는 거래. 이 때 자란 뇌로 10여년을 사는 거지.     

출처: 네이버 영화, 포스터 <데몰리션>

 이제 너는 변화를 맞았잖아. 아기 때 발달한 뇌로 살기에는 부족하니 뇌가 더 커져야 해. 어른으로 살아가기에 적당한 발달이 필요한 거야. 어떤 책에서는 뇌가 공사중이라고 하던데, 엄마는 ‘리모델링 중’이란 표현이 좋더라. 여태껏 만지고, 생각하고, 경험하며 쌓아놓았던 것들을 리모델링하면서 공간을 넓히는 거지. 가지치기해서 버릴 건 버리고, 무궁무진하게 받아들일 것들의 대비를 하는 거야.


 딸아, 엄마, 아빠와 지내며 쌓았던 것들 중, 필요하고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은 기본 구조로 남겨두고, 너에게 필요없고, 맞지 않고, 억지로 끼어맞춰졌던 것들은 싹 다 부숴버려. 팍팍 부숴버리고 너라는 사람에게 맞는 것들로,  너만의 방식으로 채워가렴. 그러라고, 사춘기가 있는 거고, 10대에 제대로 먼저 겪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엄마, 아빠가 저 멀찌기에서지만 안전하게 울타리가 되어 줄 거고, 온전히 너의 시간을 보내며 생각도 하고, 찾아가 보렴.

출처: 네이버 영화,  <데몰리션> 스틸컷

 영화 <데몰리션>을 추천으로 보게 됐어.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주인공을 보고 엄청 우셨다고 하며 추천해 주셨기에 엄마 마음에 와 닿았었어. 사회적으로 촉망받고 성공한 남성이지만 아내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한단다. 그러더니 자신의 집을 다 부수고, 정말 난리도 아니야. 하지만, 보는 엄마도 어찌나 속이 다 시원하던지. 사춘기 시절 제대로 자신의 인생을 만들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진정한 자기 집에 살지 못하거나, 엄청난 댓가를 치르면서 리모델링 해야 할 수도 있단다.

출처: 네이버 영화, <데몰리션> 스틸컷

 리모델링 중인 건물 본 적 있니? 뼈대와 기본 골격은 두고 조금씩 손을 본다 해도 공사 시간이 걸리잖아. 공사할 때는 어지럽고,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고, 약간 혼란의 상태기도 하지. 너희도 지금 그럴 수 있어. 사춘기가 되면서 예전보다 생각이 단순명쾌하게 정리되지 않고, 결론이 딱 떨어지지도 않고, 친구들과는 오래 같이 있고 싶은데 특히 집에서는 혼자 있고 싶어지잖아.      


 작년 여름까지만 해도 우리 딸들이랑 밤에 같이 잤었는데. 3학년 때 혼자 자려고 시도했는데 아직 무섭다고 엄마랑 동생이 있는 곳으로 와서 함께 잤잖아. 감정적으로 섬세한 네가 무서운 이야기를 듣거나 귀신 그림 보면 잠을 못 자고, 뒤척이기도 하고. 그랬던 네가 작년 여름 지나면서 갑자기 혼자 자겠다고 하더라. 깜짝 놀랐지. 이후에는 더 놀랐어. 방문을 닫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방문이 닫히고, 딸깍 소리가 나면서 방문까지 잠그는 거지. 너의 낯선 모습에 엄마도 적응하느라 한참 걸렸다.    


 다른 엄마들도 아이들이 방문 닫고 들어가 있으면 불안했대. 뭐하고 있나 하면서 열고 싶고, 심지어 문을 떼놓거나 문에 창문을 내는 분도 있다고 하던데, 엄마는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았어. 돌이켜보면 엄마도 너만 했을 때 방에 혼자 있는 게 좋았거든. 문도 잠궈야 가족들이 벌컥 문 열고 들어오는 일이 없을 테고. 나쁜 행동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만의 세계와 공간이 필요했었어. 이런 과정이 자연스러운 거야.      

출처: 네이버 영화<데몰리션> 스틸 컷

 너에게도 너만의 시간이 필요해. 우리 며칠 전에 대화하다가 네가 그랬어. 방에 혼자 있을 때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공상하게 된다고. 이런 시간이 좋다고 했지. 사람의 성격유형마다 다르겠지만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생각들에 귀 기울이고, 만나보는 시간은 소중해. 그 생각들이 너라는 사람이 진짜 누구인지 찾아가는 길을 안내해 줄 거야. 앞으로도 이런 시간을 즐겁게 즐기렴. 부술 건 부수고, 쌓아올릴 땐 정성을 다하렴. 너의 소중한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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