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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Aug 25. 2020

 "나 괜찮아?" 묻는 너에게

3. “나 괜찮아?”묻는 너에게          


딸아, 아침에 학교 갈 때마다 네가 엄마에게 거의 매일 물어보는 말이 있단다.      


“나, 괜찮아?”     


 이 말에는 앞머리 고데기로 말았는데 괜찮냐는 뜻도 있고, 고데기 안 한 날에는 안 해도 괜찮냐고 묻는 말이기도 하지. 네가 외모에 관심이 생기고 나서 아침에 준비할 때도 거울 앞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지. 엄마가 확인한 건 아니지만 방문을 잠그고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낼 때 거울 앞에서도 오래 있겠지 짐작한단다. 어떻게 아냐고? 엄마도 그땐 그랬으니까.     


 엄마도 중학교 때부터 방에 혼자 있으면 작은 거울 하나 두고 거울 속, 엄마의 모습을 많이도 봤었어. 주근깨는 없으면 좋겠다, 외할머니 화장품도 몰래 가져와서 발라 보기도 하고, 머리도 이렇게도 하고, 바꿔도 보면서 모양을 고민하기 시작했지. 막상 용기가 없어서 꾸미고 나가지도 못했지만 방 안의 엄마 공간에서는 마음껏 멋을 냈었어. 이런 시간이 자연스러운 거지. 이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가 중요해지는 때이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니까.        

 너는 원래 이런 거 신경 안 쓰던 아이였어. 기억나니? 5학년 때만 해도 댄스학원 다니면 고모가 너의 춤 영상 보면서 춤도 잘 추는데 머리만 어떻게 해 보라고 하셨잖아. 앞머리 없이 양 가르마로 한번 질끈 묶은 머리가 청학동 소녀 같다고 아빠가 놀리기도 하고. 머리 어떻게 해 보자고 해도 상관없다고 했었어. 아침에도 학교 가기 10분 전에 일어나서 바로 머리 한 번 묶고, 옷만 갈아입고 바로 출발했는데, 이제는 준비하는 시간이 꽤 걸리더라.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엄마가 머리를 묶어줬는데 하교할 때 보면 머리 뒤가 튀어나와 있고, 삐뚤어져 있을 때도 있어. 놀이터나 산에서 놀면 더 당연한 일이 되고. 엄마는 이런 머리 스타일을 좋아하잖아. 묶는 것도 약간 헐렁하게 묶고, 자연스러움이 돋보이는 스타일. 너의 머리가 튀어나와 있으면 네가 얼마나 몰입했으면 머리가 나온 것도 모르고, 신나는 시간들을 보냈을까 싶어서 엄마는 마냥 흐뭇해했지. 어느 날은 네가 집에 와서 거울을 보더니 머리가 이상해져 있는데 왜 아무 말도 안 했냐고 울상으로 엄마한테 따지더라. 그때 알았지. 너는 그런 머리 스타일을 안 좋아한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봤을 거라며 싫다고 하니, 엄마의 생각만으로 판단해서 미안하더라. 그러더니 그즈음부터 엄마 머리 묶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다고 머리도 못 묶게 했어. 네가 거의 항상 하나로 질끈 묶고 다녔지. 동생도 엄마가 머리 묶어준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매일 안 묶고 다니는데 엄마 때문에 그러려나. 그러고 보니 엄마는 요리 솜씨도 없는데, 머리 묶어주는 것도 참 못한다. 엄마는 또 다른 걸 잘하니까 그걸로 이 정도는 봐주자.     

 외모에 신경도 안 쓰던 아이가 올*브 영에 가는 걸 좋아하더라. 구경도 하고, 돈이 있는 날에는 틴트를 사 오는 거야. 다른 화장품은 안 사는데 틴트가 좋다며 그것만 여러 개 사 오더라. 엄마는 반대로 입술을 잘 안 바르잖아. 립스틱이 답답하고, 안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제일 안 바르는 편인데 너의 입술이 점점 빨개졌어. 엄마한테도 틴트 발라줄까 하면서 안 바르면 생기가 없어 보인다고 하고, 마스카라가 너무 뭉친 거 아니냐며 화장법을 배워야 한다고 엄마를 가르치더라. 점점 역할이 뒤바뀌는 날이 오는구나. 이리 빨리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단다.     

 

학생들이 화장하는 것을 두고 어른들은 아직도 말이 많지. 예전에는 어디서 어린아이들이 화장을 하고 다니냐고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는데 부모님들도 꺾을 수 없으면 차라리 피부 상하지 않게 좋은 걸로 구입해 주시라고 하더라. 엄마가 아는 중학교 선생님께서는 이런 말씀도 해 주셨어.     


“화장 열심히 하고 다니는 애들이 자기 관리 더 열심히 해요. 자기를 예쁘게 꾸미려고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라 좋은 시각으로만 봐주면 자기가 하는 일을 잘 해낼 아이들이에요.”     


 화장하는 아이들은 안 좋은 아이라고 선입견으로 바라보지 않고, 실제 그 아이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바라봐 주신 선생님의 이야기가 참 와 닿았어. 엄마의 좁은 시각을 넓혀주기도 했지. 한 사람은 넓게 봐야 진짜가 보이는 법임을 엄마도 배워간다.     


 엄마가 아는 분의 딸은 매일 자기가 못 생겼다고 고민한대. 그럼 엄마들은 으레 예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아이들의 마음에는 안 차는 거지. 엄마니까 하는 말이지, 다른 애들은 그렇게 안 보니까 걱정되고, 싫은 거잖아. 엄마한테 물어보셔서 걱정되는 마음을 공감해 주시도록 알려드렸지. 실제로 딸에게 못생겼다고 걱정되는 건지 물었더니 친구들이 장난으로 한 말에 상처 받고, 예쁜 애들만 인기 있으니까 속상했다고 하더래. 엄마가 그 마음 알아주니까 펑펑 울었고, 학원 끝나고 나서 데이트하자고 했다며 고마워하셨었어.     


 엄마도 이론으로만 무장되어 있으면 안 되지. 이제 엄마도 실전에 돌입할 때가 왔구나. 딸아, 언제든 너의 그런 마음 고민이 있으면 네 마음을 보려고 노력할게. 속상하고, 걱정되고, 더 예뻤으면, 더 인정받았으면, 더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을 엄마가 볼게. 엄마에게 너의 마음을 말해 줘. 엄마도 너희들 흔히 어른에게 표현하는 ‘라떼, 꼰대’처럼 엄마의 생각만을 주장할 때도 있을 거야.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너의 마음을 볼 거야.       

 딸아, 다시 네가 엄마에게 매일 아침 묻는 질문으로 돌아가서, “나 괜찮아?”라는 대답에 늘 엄마는 이렇게 말할게. 너는 엄마니까 으레 하는 말로 듣겠지만.     


“물론이지, 오케이!!!”     


 언제나 괜찮아. 앞머리가 잘 말아졌을 때나, 틴트가 잘 발라졌을 때나, 고데기를 안 했을 때도, 머리를 하나로 묶었을 때나, 머리가 튀어나와 있을 때나 너는 언제나 괜찮단다. 이 말의 의미는 외모가 괜찮다는 말뿐만 아니라 너의 모든 것이 언제나 어떠해도 괜찮다는 거야.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평가에 휩쓸리지 않고 너의 본래의 힘을 믿고 가도 된다는 뜻이란다. 엄마의 괜찮다는 말을 듣고, 다시 거울 한번 봐봐. 거울보고, 네가 바꾸고 싶은 곳이 있으면 바꾸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해줘.


 “아, 예쁘다~ 나 지금 이대로 괜찮다~~”


누가 뭐라 해도 너는 언제나 존재로 빛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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