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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상담사 Uni Aug 22. 2020

정리정돈 잔소리, 안녕!!!

2. 정리정돈 잔소리, 안녕!!!       


 딸아, 사람은 정말 다양하단다. 엄마가 대학교 때 학생생활연구소에서 2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했었어. 심리검사와 면담을 하느라 다양한 학생들을 만났고, 특히 MBTI 검사 워크샵에 참여하면서 느꼈지. 요즘, 대유행하고 있는 MBTI는 성격유형검사이고, 외향, 내향, 감각, 직관, 사고, 감정, 판단, 인식의 8가지 지표의 선호경향으로 16가지 성격유형이 나온단다. 너도 벌써 두번은 해 봤지? 백여명의 사람들이 결과로 나온 성격유형의 사람들끼리 모여서 토의를 해. 유형별로 자기들의 성격이 어떤지 설명하고 공통점을 찾고, 같은 유형이지만 다른 부분들도 정리해서 발표까지 한단다. 발표를 들어보면 나와 어쩜 이렇게 다르지, 아예 뇌 머릿속 구조가 태어날 때부터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비슷한 사람들끼리 있으면 편하고, 이해도 잘 되지만, 현실을 살다보면 반대되는 모습이 필요할 때도 있거든. 이런 이유에서 사람이 사회적 동물인 게 아닐까?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잖아. 아무리 노력해도 100% 완벽할 수는 없어. 내가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노력해서 채운다 해도 모든 면에 늘 완벽히 해 낼 수 없단다. 차라리 도움이 필요할 때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요청해서 서로 상부상조하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고, 그렇게 살라고 가족, 친구, 사회가 있는 거란다.      


 사춘기가 되면서 정리가 제일 어렵지 않았니? 눈에 딱 드러나니까 지적이나 잔소리 듣기 가장 빠르거든. 방의 모습이 지저분하고 바닥과 책상에 쌓여 있는 것이 많으면 일단 엄마, 아빠가 “좀 치우고 살아라. 이게 뭐니?”라는 말 하게 되잖아. 듣는 너도 기분 안 좋고, 그러다 보니 자꾸 문 잠그게 되고, 엄마, 아빠에게 방 보여주지 않으려고 숨기게 되더라. 


 방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레 간식거리나 그릇들도 쌓이고, 이것저것 옷도 입어보고 꾸며보느라 밖에 꺼내놓게 되고, 너의 사랑인 트와이스 언니들 굿즈, 포카도 늘어나니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어떤 날은 괜찮다며 막는 너를 설득하며 방에 들어가서 나오는 한숨을 틀어막고 눈을 지그시 감을 때도 있단다. 너도 다 느꼈겠지만...     


 알아. 네가 아무 생각 없이 지저분하게 있는 게 아니란 걸. 엄마가 상담할 때 부모님들 이야기 들어보면 안 그랬던 아이인데 사춘기 되면서 방이 너무 지저분해져서 늘 싸우신다는 거야. 10대 초, 중반 학생들의 상담에서는 거의 빼먹지 않고 나오는 단골 이야기란다. 엄마 생각에는 뇌가 한참 리모델링 중이라 정리에 대한 감이 제일 없지 않나 싶어. 경험하고 싶은 거, 생각하고 싶은 것들이 많을 나이고, 머릿속도 정리가 안 되어 있는데 방이라고 정리가 잘 되겠니. 쉽지 않지.     


 엄마도 처음에 너의 변화들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렸어. 어느 정도 선은 지켜야 하지 않나 하며 엄마가 너를 혼내고, 다그치고, 무시했어. 먹은 음식이 며칠 째 책상 위에 있고, 빨래통에 넣으면 될 옷들이 바닥에 있는 걸 보면 이성을 잃나 봐.  돌아서면 가슴 치며 후회하는데 그 현장을 보면 또 반복되고. 너의 선과 엄마의 선이 다를 뿐인 건데.     


 따져 보면 엄마도 그리 정리를 잘 하지 못하면서 그런다. 사용하기 편하게 물건의 자리를 정해서 딱딱 놓으면 좋은데 그때 쓰고 아무데나 두니 나중에 찾느라 몇 시간 걸릴 때도 있잖아. 책상 위에도 책이 쌓여 있고, 바닥의 한 구석이 남는다 하면 거기도 어김없이 책들이 쌓여가지. 우리 집이 엄마의 유난으로 책이 좀 많았어. 누구보다 너희가 더 잘 알지. 엄마를 옆에서 제일 오래 지켜본 너희들이니 말해봤자 잔소리지. 아빠는 반대로 쓸 물건만 딱 두고, 한번 배치하면 5년이고, 10년이고 늘 그 자리를 지키잖아. 아빠 방이 우리 집에서 제일 깨끗하다는 건 기정사실이지. 엄마는 2달에 한 번은 인테리어를 바꿔야 기분이 좋아져. 식탁배치를 가로에서 세로로 바꿔보거나 거실의 책상을 중앙에 놓거나 벽에 붙이거나 하면서 환경을 새롭게 배치해야 살 것 같단다. 


 우리 딸을 지켜보니 엄마랑 비슷한 것 같아. 갑자기 침대 위치를 바꾼다고 책상 짐을 다 내려놓고 침대 바꾸느라 초토화, 어느 날은 트와이스 굿즈 다 정리한다고 싹 빼놓고, 책상 정리한다고 며칠에 걸쳐 진행되는 모습에서 나랑 비슷하구나 느꼈단다. 며칠 전에는 책상 위치를 바꾸고 싶다하더니, 정말 외출해서 돌아오니 달라져 있더라. 어디서 이런 힘이 나와서 옮겼나 할 정도였지. 엄마 딸 맞구나 했단다. 


 10대 후반까지는 심리적 탐색기야. 여러 경험을 통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진짜 나다움을 찾아가는 거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너인데, 마치 큰일 날 것처럼 엄마가 걱정하고 혼만 내며 너의 진짜 모습을 찾는 시간을 방해하고 있을지 모르겠어. 

 엄마에게 도움이 된 글이 있었단다. [네 가지 질문]이란 책에서 작가가 이런 말을 하더라. 정리하지 않고, 양말을 치우지 않는 아들 앞에서 엄마가 신경질 내며 정리하라고 하는 것보다 잔소리하지 않고 기분 좋게 치우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그랬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아들도 정리를 기분좋게 하게 됐다는 거야. 사람마다 다르니 꼭 그 아들처럼 정리를 잘 하게 된다는 법은 없지만, 엄마의 마인드 설정에 아이디어를 얻었어. 엄마도 정리할 수 있는 선을 정하고, 할 때는 기분 좋게 해 보자. 그 모습을 네가 보며 ‘정리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구나’라고 느끼도록 돕는 거지. 그게 정말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엄마가 꼭 명심할게. 방 안에서 네가 하고 싶은 일 다 해 보고, 생각도 하고, 상상하며 너의 날개를 펼치렴. 정리는 우리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선까지 재밌게 하자.          


 P. S. 지난 달에 방의 한 짐을 버리고 나니 꾸미고 싶었던 스타일을 검색하더니 카페처럼 꾸민다고 야단법석이네. 정리 어려운 거, 벌써 지나간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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