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원래 그래
Paris에서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 병원가기
높은 수준의 의료 기술, 첨단 시스템, 한국은 지금 의료 선진국이다.
그에 비해 프랑스에서는 병원가기가 너무 힘들다.
그냥 안아픈 것이 최선이다.
그건 어찌보면 모든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프랑스 복지 체제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다.
일단 프랑스에서 아프면 Doctolib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병원 방문 예약을 잡아야한다.
그런데 그 예약 가능한 일자가 몇주 뒤, 혹은 몇달 뒤도 나온다. 내가 지금 너무 아파서 병원을 가야하는데 그때 예약을 잡는 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그렇다고 프랑스에서 예약도 안하고 무작정 간다고 진료를 봐주지 않는다. 그리고 이름이 나있거나 잘한다고 소문난 의사들은 이미 기존 환자들로도 충분한지 신규 환자를 더이상 안 받는 곳도 많다.
내가 2년동안 프랑스에 살면서 경험해 본 몇명의 의사는 참으로 다양한 부류가 있었다.
첫째, 의사로서의 직업 정신은 전혀 없고, 돈만 밝히는 사람
둘째, 의사로서의 직업 정신은 있는데 돈을 밝히는 사람
셋째, 친절하고 영어도 잘하며 직업 정신도 있는 사람
넷째, 급할 때 만화 영화처럼 집으로 와서 진료해주는 사람
프랑스에 오고 나서 6개월쯤 지났을 때 6살인 우리집 아기곰이 유치원 방과후 열이났다.
처음엔 한국에서 가져온 해열제를 먹였는데 좀처럼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40도 가까이 되는 고열이 지속됬다.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추천받은 몇몇의 의사를 서둘러 예약하려고 했지만 몇주 뒤나 가능했다. 발을 동동 굴렀다. 해열제도 듣지 않고 그렇게 고열이 지속되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곰은 열이 올라 몸을 벌벌 떨었고, 난 너무 무서웠다.
건너건너 수소문하여 왕진 의사에게 긴급 호출을 했고, 믿을 수 없게 프랑스 파리에서 밤 12시 반에 의사가 집으로 찾아왔다. 프랑스 국민 만화영화 '추피와 두두'에서 나오는 왕진 가방에 청진기, 차트, 진료도구를 가지고 다니는 정말 그 의사였다.
우리집에 온 왕진 의사는 '추피와 두두'에 나오는 인자해 보이는 나이가 든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 아니라 비교적 젊은 남자 의사 선생님이었다. 진찰을 하고 청진기로 가슴 소리를 대보고 목, 귀, 콧구멍을 살펴본 후 왕진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이건 바이러스라고...그러니 며칠 뒤면 사라질거다, 그 사이에 돌리프란을 먹여라.
끝이었다. 흠...그래, 바이러스 인지는 나도 알겠는데 그래서 이렇게 고열이 나도 괜찮은건가, 정말 며칠 뒤면 바이러스가 사라질건지, 그리고 며칠 뒤에 사라진다고 해도 그 사이에 이렇게 고열이 나는건 참아야 하는 건지, 돌리프란으로 충분한지....등등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일단 의사가 아주 심각한 병인듯 말하지는 않았으므로 몸에서 나가면 나아질 바이러스라고 했기에 약간은 안심을 했지만 그래서 그나마 안 온것 보단 나았지만 백프로 마음이 놓이지는 않았다.
왕진 의사 선생님은 카드 리더기까지 들고 다녔다. 한밤중 긴급 출동이라 그런지 150유로였다.
프랑스 국민 만병 통치약인 돌리프란을 먹였지만 열은 좀처럼 사그라 들지 않았다. 열날때, 감기 몸살일때, 기침할때, 배아플때, 허리 아플때 등등 프랑스에서 아프다 하면 무조건 준다는 돌리프란이 과연 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프랑스에서 걸린 바이러스니까 한국에서 가져온 해열제보다는 현지 약을 먹는게 날꺼같다는 생각으로 지속 돌리프란을 복용했지만 열은 약을 먹으면 약간 떨어지는 기미를 보이다 다시 심하게 오르곤 했다.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이틀이 지나가고 있었다.
다시 Doctolib를 뒤졌고, 왠일인지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영어 가능한 소아과 선생님이 예약이 가능했다. 예약을 하고 찾아갔다. 비교적 젊은 여자 선생님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너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병원에서 금방 할 수 있는 소변검사, 코로나 검사등을 했지만 모두 음성 문제없다고 했다. 그러니 좀더 세밀한 검사를 위해 다른 검사기관에 가서 검사를 해봐야한다고 하며 처방전을 써줬다. 벌써 열이 난지 3일이 지나고 있었다. 세부 검사를 위해 우리는 Lab에 갔다.
한국에서는 보통 병원에 가면 그 병원에서 검사도 하고 무슨 병인지 알고 약도 처방해주는데 여기는 또 무슨 병인지를 알기위한 검사를 실시하기 위해 아파 죽겠는 환자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야한다.
Lab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며칠동안 고열로 잘 먹지도 못한 축쳐진 우리 아기곰을 데리고 그 아수라장속에서 3시간을 기다렸다. 거기엔 코로나환자, 독감환자, 이유모를 바이러스로 우리처럼 검사가 필요한 환자, 임산부등이 마구 섞여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파서 갔는데 거기 있다가는 더 병을 옮겨올 것 같았다.
그 북새통 속에서 3시간을 기다려 드디어 호명되었다. 피를 빼고, 콧속에 뭘 넣다 빼고, 소변 검사도 하고 뭐 이것저것을 진행했다. 검사 결과는 의사에게 먼저 알려질 것이고, 의사가 우리에게 어떤 처방을 내릴지 연락이 갈 거라고 했다. 그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왔다.
벌써 열이 난지 3-4일이 되는데 어떤 병인지 알기 위해 갔다가 더 병들어 올 참이었다. 그러고는 저녁에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고, 친절한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었다.
결론은 독감이라는 것이다. 독감... 그 흔한 독감...
독감이라는 것을 알기위해, 그걸 소아과에서 바로 알 수 없어서, 따로 그 힘든 몸을 이끌고 Lab에 가서 온갖 환자와 뒤섞여서 3시간을 기다린 것이다. 내가 예전에 한국에서 독감에 걸렸을 때 코에 검사하는 것을 쭉 넣다 빼서 바로 독감이라는 것을 알고 타미플루를 처방 받아 곧 나았던 생각이 났다.
근데 여긴 왜 그렇게 힘들게 살지? 그 Lab에서 기다릴 때 모두는 지쳐보였다. 다른 병이라도 더 옮으면 어떡한단 말인가. 그 고생을 하다가 오히려 더 상태가 악화가 되면 어쩐단 말인가.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렇게 살아간단 말인가;; 독감이란걸 알기위해...허허허
독감이라는 것을 알고도 달라진 건 없었다. 그냥 돌리프란을 계속 먹으라는 것이었다.
친절한 의사 선생님은 원래 먹고있었던 약을 독감인걸 알고도 그냥 계속 먹으라고 했다.
다만 그나마 안심이 되었던 것은 그 독감 바이러스는 고열이 무조건 7일은 가니 7일 뒤에는 무조건 열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만약에 7일 뒤에도 열이 지속된다면 큰 병원에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열이나서 독감이라는 말을 듣기까지 4일이 지났으니 아 이제 3일만 열이 더 나면 되는 것이구나.
그야말로 7일간 열이 난다면 7일동안 열을 쌩으로 앓는 것이구나.
내 상식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그렇게 고열이 지속되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링겔을 맞더라도 일단 그 열을 내리고 볼텐데. 여기는 흑사병도 이겨냈던 곳이라 그런건가. 그냥 바이러스를 쌩으로 앓아 이겨내라는 것인가. 그냥 해열제만 먹고. 끝이라는 말인가. 참으로 강하게 키운다.
7일이 지나고 아기곰은 거짓말처럼 열이 내렸다. 그 선생님 말처럼 정확히 7일이 지나고 바이러스가 아기곰 몸에서 나간 모양이었다. 독한 프랑스 독감 바이러스 같으니라고...
그래도 내가 일주일 동안 가장 안심했던 순간은. 그 선생님이 친절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너무나 잘 아는 독감 바이러스라며 나에게 확신을 준 것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만난 괜찮은 의사는 바로 그 선생님 뿐이었다. 너무나 심적으로 힘들고 어쩔바를 몰랐던 내게 의사로서 가장 할 수 있는 바람직한 행위인 환자를 안심시키고 정확한 처방을 내린 것이었다.
예약이 안되서 그 선생님을 못 만났으면 어쨌을까.
그 복잡한 Lab에서 다른 바이러스를 더 옮겨왔으면 어쨌을까.
독감이 아니였으면 또 어디 딴데가서 뭘 어떻게 해야했을까.
등등 너무나도 불편한 프랑스 의료체계에 한숨만 나왔다.
그리고는 아, 두번다시 겪지 않기 위해 안아픈게 장땡이구나.
스스로 몸을 보호해야겠다. 라는 생각만 들었다.
아니 도대체 여긴 왜이래?
프랑스는 원래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