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순탄하지 않은 아침 운동에 고민거리가 하나 늘었다. 매일 6시 수영을 기본으로 하되 골프를 중간중간에 하는 스케줄이었는데, 뜀박질도 추가해야 하나 고민이 생겼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워낙 좋아했고, 그래도 부담없게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오전 6시이기 때문에 한 번 한 번이 소중하기에 고민이 크다.
역시나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수영이고, 골프도 재미는 있지만~ 평생 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다. 그런 와중에 뜀박질이 껴들었다. 트민남이라 요즘 대세인 달리기에 관심이 생긴 것은 아니고, 수영장, 골프연습장이 우연히 겹쳐 쉬는 날, 런닝화를 꺼내신고 30분 정도 뛰어봤는데 흘러내리는 땀에 스트레스도 같이 씻겨나옴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조심스레 야간 운동을 고민해 보았으나, 언감생심이다. 간혹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산책 정도가 야간에는 가능할 거 같다. 그렇다면 운동은 여전히 아침 6시 뿐인데 수영, 골프, 달리기 어떤 걸 해야 하는 것인가? 이 와중에 회사 동료들과 식사를 하면서 '골프 한 번 같이 가자.'라는 약속도 잡혔고, "어, 엠제이도 달리기 한다고? 저기 경복궁 쪽에 러너들의 천국, 편집샵 있는데 한 번 같이 가자."라는 약속도 잡혔다.
고민이 되었다. 봄철에도 골프 약속이 잡히면 며칠은 아침에 골프를 치고, 또 며칠은 수영장에 갔다. 확실한 것은 무언가 맥이 툭툭 끊긴다는 느낌이었다. 7월을 마무리하는 퇴근을 하며 마음 속 나에게 물어봤다.
"엠제이, 니가 제일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
"음... 수영. 1.5Km를 25분에 주파하고 싶어. 그리고 무엇보다 늙어서도 부드럽게 수영을 할거야."
방향은 명확했다. 올 해는 다른 거 고민 안 하고 수영에만 올인해보기로 했다. 강습이 5일이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주 빡시게 수영에만 집중하고 있다. '아 오늘 좀 더운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네.' 라는 핑계에 갇히지 않고 (골프연습장은 단지 안의 실내인데다, 에어컨이 늘 시원하게 나오고 있다) 터벅터벅 걸어서 수영장으로 곧장 향하고 있다. 수영했다 골프했다 할 때 잊혀졌던 수영의 감각들이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여전히 피곤하고 스트레스받은 다음 날에는 몸이 천근만근이고 그렇게 앞으로 안 나갈 수 없지만, 그런 날 조차도 한 시간 가량 수영을 하고, 아주 아주 차가운 물로 머리와 몸을 식히고 출근길에 오르면 그 느낌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내가 가장 추구하는 '기분좋음'이 거기서 생긴다.
'아쿠아맨은 절대 포기하지 않아'를 모토로 남은 24년은 신나게 헤엄쳐봐야겠다. 이러다 보스나 클라이언트를 모시고 간 골프장에서 "엠제이, 골프 연습 안 하니?"라는 질책을 받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게 주어진 유일한 한 시간 좁고 깊게 내가 가장 원하는 걸 해보기로 했다. 연말쯤 이 글을 다시 읽는 내 상태는 어떨지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