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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맨 인 말레이시아..

이런 수영장이 집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by 엠제이유니버스

감사하게도 아내가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숙소를 정하면서 '중요한' 체크포인트로 삼았던 것 중의 하나가 수영장이었다. 수영을 좋아하는 내가 아들과 2주 가량을 더 보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수영 실컷 하라고 골라준 숙소였다.

숙소에는 50미터 pool이 펼쳐져 있다. 낮, 밤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많지만 아쿠아맨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좋은 놀이터다. 신기한 것은 우리처럼 한달살기 하러 이 곳을 온 한국사람들도 많은데, 대개 아이들은 알록달록한 모자를 쓰고 풀에서 놀고, 어른들은 썬베드에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또 상당수의 서양인(관광객이겠지)들은 수영은 하지 않고 태닝만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50미터 pool은 아쿠아맨에게 너무 큰 기쁨이자 도전이다. 늘상 25미터 pool에서만 수영을 하다가 50미터를 처음 맞닥뜨리니 거리가 정말 너무 길어보였다. 도착할 때쯤이 된 거 같아 슬쩍 앞을 보면 여전히 한참을 더 가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50미터 주는 성취감은 정말 엄청나다. 50미터를 왕복만 해도 100미터인데다 중간 중간 호흡 흡과 템포를 조절해가며 가는 스스로를 보면서 내심 뿌듯하기도 하다.


"아빠, 첨에 왔을 때보다 수영이 점점 빨라지는 거 같아요." 라는 아이의 칭찬도 덤이다.

하지만 아직 목표로 하고 있는 기록에는 한참 모자라다. 여전히 몸통 회전도 잘 안돼고, 어깨에 힘이 들어갈 때가 많다. 내가 추구하는 수영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그래도 빼먹지 않고 매일 수영을 하려 한다. 어제는 1.2Km를 쉼없이 헤엄쳐 갔는데, 조금 더 할 걸 그랬나 싶을 정도 아쉬움도 남았다. (중장거리 수영의 최소 단위가 1.5km이니 오늘 오후나 저녁에는 1.5km를 도전해야겠다) 50미터를 처음 출발할 때는 몸도 잘 뜨고 다리도, 어깨도 가벼운데, 턴을 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에는 왜 그렇게 어깨가 무거워지는걸까? 힘을 주면 줄수록 더 안되는 걸 알면서도 힘을 주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면 물 속에서도 코웃음이 난다. 잘 알 것 같은 이런 사소한 진리도 적용이 정말 어렵구나 싶은 그런 자괴감과 함께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수영을 10번 남짓 더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곳에서의 영어학원 생활을 힘들어 하는 아이에게 "목표를 갖고 열심히 해봐."라고 얘길 하지만, 정작 아쿠아맨은 그렇게 치열하게 수영하고 있나 싶다. 1.5km 25분은 꽤나 어려운 과제인 것만 같고 말이다. 회사 동료들과 친구들은 까매진 얼굴을 보며 "엠제이, 동남아 간다더니 골프 열심히 치고 왔구나?"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동남아는 '수영'에 더 가깝다. 오전에 숙소와 가까운 골프 연습장을 처음으로 방문해봤고, 저렴한 가격에 연습도 간만에 실컷 했다. 골프공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맞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들었던 생각은...'아, 은퇴하고 동남아시아 생활을 하더라도 골프는 쉽지 않겠구나.' 였다. 너무 덥고 햇살이 뜨거운 것이 첫번째였고, 수영장에 가고 싶었던 것이 두번째 이유였다. 아내와 은퇴 후 생활을 이야기하며 동남아 한달살기도 꺼냈는데, 둘이 같이 시간을 보내려면 골프보다 산책이나 수영, 볼거리 등이 더 나을 거 같단 생각도 들고 말이다.


"이제 여기 우기는 거의 끝났어요. 그래도 하루는 햇살좋고 덥고, 다음날은 구름끼고 좀 서늘해지고 그래요." 라는 현지에 오래 계셨던 분의 이야기처럼 요 며칠간은 쏟아지는 폭우는 없고 날씨가 매우 좋거나 구름끼거나 한다. 지금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재미'난 것들을 은퇴 후인 미래로 이연시키지 말고 다락방에서 사탕 꺼내먹듯이 하나씩 해봐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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