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 all or nothing 토트넘 요리스의 리더십에 대해
최근 8월 31일부터 아마존 프라임에서 'All or Nothing'이라는 제목으로 토트넘 핫스퍼와 조세 무리뉴, 그리고 선수들의 에피소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스트리밍 서비스 하고 있습니다.
그 중 Ep.3에서 그 유명한 손흥민 vs 요리스의 언쟁 장면이 방송되었는데요, 사실 저도 아직 정식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를 구독한 것은 아니다 보니 어떻게 방송되었을까 궁금하긴 하더군요.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올해 7월 7일 EPL 33라운드 토트넘 vs 에버튼의 경기에서 토트넘이 1:0으로 리드하고 있는 전반 마지막 즈음 토트넘이 전개하던 공격 상황에서 에버튼이 볼을 커트한 후 빠른 역습으로 거의 골을 먹힐 뻔한 일이 있었었죠.
해당 영상은 아래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근 축구 자체가 공수의 경계 없이 빠른 공수전환과 수비가담을 필요로 하는 컴팩트 축구다 보니 이제는 상대 골문 앞에서 주로 찬스를 얻어서 결정짓는 9번의 정통 스트라이커보다는 활동량으로 공격 찬스를 만들고 때론 직접 해결하는 음바페, 손흥민, 마네 같은 선수들이 더욱 각광 받는 상황입니다.
다만, 잘 아시다시피 손흥민 선수는 팀 내에서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수비가담에도 늘 헌신적으로 참여하는 선수다보니 이런 상황이 매우 억울할 만 하다는 건 두 말 할 필요 없는 사실이겠죠.
이번 다큐에서는 피치에서 1차 충돌 후 드레싱룸에서 벌어진 2차 충돌이 가감없이 촬영되어 더 이슈가 되었습니다. 영문 자막이 나오지만 누군가 한글로 번역을 했는데 거의 직역에 가까우니 참고해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91&v=SVuM6ZbalNI&feature=emb_title&ab_channel=Eldritch
그런데 이번 클립의 댓글에는 느닷없는 Racism 논란이 한창입니다. 요리스의 표현은 영어 자막으로 말끔히 표기가 되어 그가 어떤 감정을 표출했는지 가감없이 드러난 반면, 손흥민 선수의 말은 [Shout]로만 표기되어 그가 하는 말을 정확히 알아듣기 어려운 것은 물론, 이건 영어에 서툰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이 녹아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아마존 측에서 일부러 편집 자체를 의도적으로 했을지, 아니면 일반적인 그들의 스탠다드일지는 알 수 없겠지만 뭔가 좋은 느낌은 아니네요. 그렇게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닌데요...
여튼, 요리스의 지적은 어느 정도는 타당성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 경기 클립을 보면 손흥민 선수는 볼을 빼앗긴 뒤 빠르게 수비에 가담하는 해리 케인이나 기타 선수들에 비해 상대편 진영에서 머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의 포제션 쪽에서 발생한 일이니까 최대한 수비 가담을 했어야 하지 않냐는 요리스의 지적은 틀린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해당 라운드가 33라운드로 리그 후반이었고
당시 토트넘과 에버튼이 리그 10, 11위로 유럽 컵 대항전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점
특히 전반 1-0으로 리드하는 상황에서 종료 직전 골을 먹힐 뻔한 상황이었고
실점했다면 그 날의 게임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고요
게다가 요리스는 팀의 주장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누구라도 팀을 위해 더 뛰어야 한다, 팀을 위해 뛰어라" 등의 요리스가 주문한 내용은 하나같이 모두 팀 스피릿을 끌어올릴 수 있는 멋진 말이었습니다. 진정한 리더가 할 수 있는 말이었죠.
그런데 평소 요리스가 감정 표현이 거친 선수는 아니었어서 저도 이 장면을 보면서 매우 의아했습니다.
특히 당장이라도 손흥민 선수의 멱살을 잡겠다는 식으로 거칠게 달려드는 모습, 무엇보다 전반 종료 후 피치 위에서 꼭 그렇게 언쟁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했는가에 대해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모두의 눈이 집중되고 카메라가 돌아가는 곳에서 같은 팀끼리 분열하는 모습은 결코 유리할 리 없으니까요.
저는 요리스 리더십을 평가하자면 동기와 의도는 좋았으나, 태도와 표현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수습하는 무리뉴 감독의 리더십은 대조적으로 상당히 성숙하고 노련했고요.
저도 과거 직장에서 선배나 팀장 역할을 하면서 경험한 여러가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클라이언트와의 중요한 미팅 과정에서 실수한 팀원을 지목하여 강하게 비판했고, 그 모습을 클라이언트가 목격하게 된 것이었는데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누군가를 지목하여 비판하거나 지적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이 모습을 보고 긴장하거나 경고를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리더가 어떤 상황에 대해 감정적으로 흥분하거나 강경한 모습을 보일 때 그게 상대방에게 인상적인 시그널을 줘서 제가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경각심'이라는 거죠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대 실패였습니다.
제 지목을 받아 비난 당한 팀원은 깊은 마음의 상처와 서운함, 부끄러움, 인간적 모멸감을 느꼈고요
그걸 주변에서 지켜본 팀원들도 '언제라도 내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소극적 태도로 저를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클라이언트 분께서 조용히 제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건 매우 잘못된 태도였다, 우리에게 예의가 아니었던 것도 그렇지만, 팀원에게 예의가 아니다'
좋은 리더십이란 정의, 리더십을 위해 갖춰야 할 것은 수도 없이 많을 것입니다
솔선수범, 공정성, 능력, 도덕성, 감수성, 직업윤리, 융통성, 넓은 시야, 배려심, 상사의 신뢰 등등...
저는 그 중에서도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리더십의 향배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으로는 좋은 아젠다를 골라 적확하게 전달하는 'What to Say'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특히 그 지위가 올라갈수록 그가 골라서 전달하는 메시지의 본질이 무엇인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리더가 주목하고 반드시 팀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는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매우 필요하겠죠.
그러나 좋은 아젠다를 어떻게 전달하는가. 'How to Say'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그것은 점점 실무진으로 내려올수록 더 그렇습니다. 리더의 애티튜드가 팀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메시지의 완성도나 집중력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우리가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고요, '감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특히 면대면의 과정에서 상대방의 표정과 억양, 주변의 상황, 1:1 소통인지 다:다 소통인지 1:다 소통인지 등의 요소들이 매우 중요합니다.
요리스가 손흥민 선수에게 감정적이지만 옳은 메시지를 전달했을 때, 손 선수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내가 왜 이런 비난을 다수 앞에서 감내해야 하는가'의 반응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이 메시지는 실패한 메시지입니다.
경기에 이겼으니, 따지고 보면 나중에는 이런 것이 선수들의 각성을 촉구하여 좋은 영향을 미친 것처럼 보였을테지만 만일 경기에서 패했다면 아마 토트넘 선수단은 내분 혹은 팀웍의 갈등으로 좌초했을 수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것은 주장, 리더의 책임이지요. 결과만 좋으면 동기야 어떻든 소통의 방식이 어떻든 좋은 건 아니니까요. 그것은 매우 위험한 모험입니다.
반면, 무리뉴 감독은 단 10분여의 시간 동안 이 갈등을 빠르게 봉합하고 선수들이 다시 하나로 뭉쳐서 남은 후반전에 집중할 수 있는 소통의 기술을 보여줍니다.
우선, 선수들을 진정시켜서 자리에 앉히고 (Calm down)
자신의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목을 끌고 (Attention)
이러한 갈등의 부정적 에너지를 분투의 긍정적 에너지로 전환시킵니다 (Transition)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동과 억양은 매우 차분하고 정제되어 있고요 (Attitude)
과거의 팀과 자신이 이끄는 팀을 비교하며 우린 충분히 잘해내고 있다고 안심시킵니다 (Comparison)
그리고는 차분하게 전반을 리뷰하고 후반을 준비하죠 (Analysis)
만일 무리뉴 감독이 그 자리에서 누군가의 편을 들거나, 함께 흥분하여 권위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로 선수들을 윽박질렀다면 드레싱룸의 분위기는 더 엉망이 되었을겁니다.
요리스의 충동적인 리더십을 비난하고 튕겨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서 봉합하고 조정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한차원 위의 존재로 격상시키는 (vs의 구도가 아니라 +의 개념으로) 것을 보면서 무리뉴는 언론이나 외부에서 비춰지는 것보다는 더 멋진 리더십을 갖춘 (정치력이 좋은) 리더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과거 레알마드리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서 그의 리더십이 항상 성공했던 것 만은 아니라는 것은 잘 압니다)
결과적으로 요리스의 메시지와 무리뉴의 메시지는 다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는 더욱 팀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 우리는 더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리더의 태도 차이는 같은 메시지로 전혀 다른 반응을 이끌어내게 되었죠.
우리는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다른 것은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내부의 갈등과 문제를 밖으로 발설하거나 비난하기 보다는 그러한 일이 생겼을 때는 최대한 이를 전환하여 장점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뻔하게 느껴질지라도요.
"태도가 목적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