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라 May 24. 2019

서른, 나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한 땀의 실행력

서른이 되고 나름 달라진 점이 생겼다. 갑자기 무엇이든 더 이상 이런저런 핑계와 이유를 대면서 미루어가면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은 채 이 모습 그대로 평생 살게 될 것 같다는 압박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해봤다. 

길게는 30년 만에(?), 짧게는 갑자기 실행한 것들은 나에게 작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첫 번째,
꾸준히 운동하기


평소 저질체력의 대명사였던 나는 지속적인 직장생활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소비되어가는 에너지를 버틸 힘이 점점 딸렸다. 마침 요가와 필라테스를 짧게나마 접한 경험이 있었고 체질에도 맞아 요가&필라테스를 함께 시작했다.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아마 6개월 정도 (잦은 결석도 있었지만) 나름 꾸준히 운동하고 있는 중이다.


요가 선생님의 가르침은 최대치에서 '한 땀을 더' 자극하는 것이다. (한 땀이 1mm인지 10mm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최대치에서 한 땀의 근육을 더 자극하면 몸에서 느껴지는 열감이 다르다. 확실히 효과적인 것 같달까? 이 덕분에 3개월 차에 '오 내 팔 만져봐 근육 생긴 것 같아!' 라며 운동효과를 증명하면, 남자 친구는 항상 '푸하하핫' 웃으며 오구오구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4개월 정도 지났을까? 잘 안되던 자세도, 버티기 힘들던 동작도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던 찰나, 요가 선생님께서 처음보다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묻지도 않은 내 말에 대답을 해주시는 게 아닌가! (오랜 요가로 수련되면 마음도 읽히는 건가 싶었다.)

서른에 느낀 첫 성취감이었다! 이 맛에 운동을 하는구나! (이젠 남자 친구 반응도 '오~'로 바뀌었다.)



두 번째,
웹툰 그리기

서른에 느낀 건 나는 표현의 욕구가 강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점이다. 그 표현 욕구는 뜬금없이 그리기였다. 나는 평소 그림에 대한 소질도 없었을뿐더러 그림보다 사진에 관심이 많았고 오히려 따지자면 디자인 툴과 디자인적 요소에 관심이 많았다.


현 직장 업무상 포토샵을 자주 쓰게 되는데, 한 번은 전혀 쓰지도 않는 브러시가 클릭되어 흰 레이어에 낙서가 되어버렸다. 순간 '어..? 이 느낌 뭔가 좋다. 웹툰을 그려볼까?' 라며 그냥 그렸다. 원래는 '그림도 그려본 적 없는 내가 무슨 웹툰이야'라던지, '그림 실력 무시당할 것 같은데 하지 말까'라던지 등의 불안한 감정에 따르는 게 나에겐 정상이지만, 무시한 채 그냥 실행했다.

잘 그리지 못해 딱딱해 보이는 실력이더라도 그리는 것만으로도 깊은 내적 욕구(?)가 충족됨을 느꼈고 블로그를 통해 일상툰과 연애툰을 그려 종종 업로드하면서 재미를 느낀다.

이렇게 갑자기, 서른에 뜻밖의 취미를 얻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에 연재하는 사라툰

 : m.instagram.com/_sarahtoon

블로그에 연재하는 사라가 그리는 사라의 일상툰

 : blog.naver.com/jsr1022



세 번째,
글쓰기


표현의 욕구는 어디까지일까? 현재 블로그는 20살 때 블로거에 대한 큰 꿈을 갖고 개설한 나의 첫 블로그다. 10년 동안 많은 것들을 쓰고 공유하고 싶었지만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나는 최소한 5번 이상을 블로거로 살기에 실패했다.


나는 블로그와 브런치에서 눈팅으로 익명의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훔쳐보는 것으로 대리 만족했는데, [경험수집잡화점]의 1주일 1회 글쓰기 모임 9기 모집공고를 보았다. 여기에 참여하면 실패하고 덮어두던 욕구를 실행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에 그냥 덜컥 신청해버렸다. 신청하고 나서도 '뭘 쓸까',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판단하진 않을까?' 등등의 실행을 멈출 이유는 많았지만 습관적으로 불안한 마음을 무시한 채 질렀다.

글쓰기 모임에 참여한 지 2주 만에 브런치 작가를 도전하고 지금 이렇게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대박사건!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다니!



어쩌다 서른이 되어, 어쩌다 실행하고 있는 세 가지의 활동을 하면서 나는 불안한 감정을 가진 채로도 실행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불안 따위 물리쳐줄 확신이 올 때까지 뭔가 미루었는데, 누구나 불안한 채로 시작하는 거구나 하며 서른에 느꼈다. 나도 실행할 때에는 얻는 것이 있음을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생겼을까? 큰 도전도 아니고 실행하지 않아도 평소와 같은 날을 살겠지만, 이러한 작은 실행이 나를 즐겁게 만든다.


한 땀 자란 서른이라 그런 건지, 마침 서른에 일어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러한 작은 변화로 인해 지금 한 땀 씩 자라고 있음을 느낀다.

최대치에서 한 땀의 힘을 더 쓸 때 한계를 경험한다. ⓒ사라


매거진의 이전글 서른이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