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도 인생이라(8)
중고차 거래 해본 적 있으신가요?
보통 중고차는 '연식'과 '주행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됩니다.
사용한만큼 마모되었다고 보기 때문이죠.
차가 아니라도, 당근어플을 통해 중고거래를 해보면 알게 됩니다.
한 번이라도 쓴 물건과, 새제품 간의 가격차이는 크다는 걸요.
사용한 만큼을 산술적으로 계산해서 제값에서 깎는 것.
그것이 감가상각입니다.
'감가상각'이라는 단어는 생경해도, '비닐 뜯으면 반값'이라는 한 번쯤 들어봤음직 하다.
당근에서 '미개봉 새제품'이라는 태그가 주는 프리미엄은 어마어마하다.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물건과, 비닐도 뜯지 않은 새 물건은 거래되는 가격이 다르다.
그 차이는 바로 '감가상각비'에 있다.
감가상각은 형체가 있는 자산 즉, '유형자산'에 대해 적용하는 회계처리 방법인데,
감가상각이 많이 진행되었을수록 노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사용한만큼 노후되지 않는 물건이 세상에 있을까?
유형자산 중에는 '토지'가 유일하게 감가상각을 적용하지 않는 자산이다.
토지는 사용기한이 영구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토지사용 계약에 의해 무형자산(토지사용권)을 보유한 경우에는 다르다. 이 때에는 계약기간에 걸쳐 감가상각을 진행한다. 보통은 50년이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더욱 큰 가치를 부여받는 일부 미술품이나 문화재, 골동품 등의 경우는 다르다.
물론 이것들은 유형자산이 아닌 '투자자산'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결과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에 투입되는 자산들 중 마모되지 않는 것은 없다.
사람에게는 어떠할까?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필수적이지만, 닳지 않는 것.
낡지 않는 것이 있을까?
생각해 보면, '좋은 기억'이지 않을까 싶다.
그 때로 돌아갈 순 없지만, 그러했던 사실만은 영원히 내 기억 속에 남아,
아무에게도 침해받지 않을 수 있는 좋은 기억들 말이다.
앞으로도 내가 살아가는 데에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좋은 거름들 말이다.
이를테면
아빠가 자전거를 밀어주던 기억,
엄마가 미역국을 차려주던 기억,
동생과 산 정상을 찍었던 기억 말이다.
그게 인간에게는
닳지 않는, 사용기한이 무한대인 자산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