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인터넷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기
최근 모바일 프로덕트 관련 소식에서 AI라는 키워드가 빠진 것을 보기 어려웠는데, 얼마 전 너무나 많은 (그리고 때때로 조금은 허황된) AI 서비스 런칭 소식이 지겨워질 때쯤, 오랜만에 '연결의 미학'을 살린 서비스가 보여 들고왔다. AI가 엄청난 트렌드가 되었지만, 생각해보면 인터넷의 본질은 사실 '연결'이었다. 가깝고도 먼 사람과 연결되고,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연결되고, 또 그것이 프로덕트의 성격과 결합하여 플랫폼이 되고. 플랫폼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Pickle은 Airbnb for Fashion이라고 소개한 것처럼 유저들이 소장하고 있는 의류를 다른 사람들에게 렌탈해주는 서비스이다. 원래는 소셜 투표 앱이었는데, 유저들이 패션 관련 투표에서 자시이 가진 아이템 중 서로에게 잘 어울릴 만한 아이템을 추천하는 사용성에 착안하여 서비스를 피봇팅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 의류 렌탈~'이라고 하기엔 생각보다 뾰족하다. 우선 아이템이 한정적인데, 트렌디한 디자이너 아이템을 메인으로 다룬다. 럭셔리와 일상복 그 사이. 그리고 지금 유행하는거, 현 시점 나와 비슷한 애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다루겠다는 것. 또 한 가지 특징은 peer2peer 서비스라는 점이다. 사실 북미 의류 렌탈 시장에는 이미 Rent the Runway와 Nuuly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들은 재고를 보유한 상태에서 유저에게 렌탈해주는 방식이지만, Pickle은 재고 보유 없이 전적으로 유저 간 렌탈만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그래서 이게 사업이 될까?'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90%의 유저들이 첫 방문 1년 후에도 계속해서 앱을 사용한다는 점은 그린라이트가 아닐 수 없다. 사업이 되는 이유는 유저를 정확히 타겟팅했기 때문인데, Pickle은 주로 LA와 NY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두 도시에는 일반인 중에도 인플루언서나 크리에이터가 많다. 이들은 콘텐츠마다 다른 옷을 입고 나오고 싶어하지만, 옷을 계속 사는 것은 부담이 되는 일이다. 또 크리에이터가 아니더라도 (미드에서 보는 것처럼) 멋지게 차려입어야 하는 일반인에게도 활용도가 높은 서비스가 되었다. 그럼 빌려주는 사람에게는 어떤 베네핏이 있을까? 내가 가진 멋쟁이 옷을 빌려주고 돈을 벌겠다는 니즈인데, 정작 일년 중 90% 이상을 옷장 속에 있는 예쁜 옷을 렌탈해주고 고물가의 LA와 NY에서 생존할 수 있는 extra money를 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흥미로운 점은 Pickle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재밌다'고 표현한 부분인데, 대부분 자신의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유저에게서 옷을 빌리기 때문에 알고보니 같은 건물에 살고 있었다, 서로 친구가 되었다, 와 같은 사례가 보이게 된 것. 이 지점에서 마치 당근마켓이 커뮤니티 서비스를 지향하듯, Pickle이 나아갈 선택지 중 하나가 보인 느낌이었다.
이번엔 음식. Flashfood는 유통기한에 가까운 음식을 저렴하게 할인 판매하는 서비스인데, 딜리버리는 따로 제공하지 않고 유저가 집에서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구매하고 픽업하는 것을 도와주는 서비스이다. 기존에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만 협업했지만, 최근 로컬 기반의 작은 슈퍼마켓도 입점할 수 있도록 확장성을 두었다. 구매자는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구매할 수 있고, 판매자는 쓰레기가 되는 상품을 줄이고 추가 매출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로컬 기반의 작은 슈퍼마켓도 입점할 수 있게 되면서 타겟 고객층이 더 넓어졌다. 대형 슈퍼마켓이 입점하지 못하고, 저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완전한 로컬 기반이기 때문에 모두 픽업으로만 진행되어 서비스 지역이 늘어나더라도 배송에 대한 걱정이 없다.
Flashfood는 구매자와 판매자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환경 보호와 식량 재분배라는 가치를 제공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버려지는 음식이 정말 많지만,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 중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은 저소득층에게 분배되지 않기 때문이다.
Pickle과 Flashfood는 이런 공통점이 있다.
1) 로컬 기반의 서비스라는 점
2) '연결'을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의 니즈를 가치로 창출한 점
3) +a의 임팩트가 있다는 점 (Pickle은 거래 외에도 재미와 친목을, Flashfood는 환경 보호와 식량 재분배)
여기까지 보았을 때 궁금해진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사실 Pickle은 미지수다. Pickle은 새로운 트렌디 의류에 대해 수요가 많은 크리에이터를 타겟으로 하여 리텐션이 높았는데, 이와 비교하여 국내는 동일한 유저군이 적다. 그렇다고 일상복을 타겟으로 하자니 타겟 유저는 많을 수 있지만 렌탈의 니즈가 적다.
Flashfood는 시도해 볼 만 하다. 이미 배달의 민족에서도 집 근처 GS Fresh 또는 홈플러스, 정육점, 편의점 등에서 주문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1+1 제품이나 세일 제품도 꽤 찾아볼 수 있는데, 이런 제휴가 늘어나 작은 지역의 로컬 마트까지 확장할 수 있다면 로컬 커뮤니티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유저들에게 다른 일상용품 쇼핑 앱(쿠팡, 컬리, SSG 등)과는 차별화된 가치, 즉 내 집 앞의 득템 기회를 빠르고 쉽게 매일 만날 수 있다, 라는 점을 좀 더 부각하여 다가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두 서비스를 살펴보니, 유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엄청난 기술이 필요한) Fancy한 서비스 말고도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우리 주변 사람들의 해결되지 않은 니즈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