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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로 Nov 26. 2023

최연소 팀장에서 가게 사장님으로

94년생 엄다현 그녀는 어쩌다가 타코야끼 가게 사장이 되었는가? 



입사 5년차 사원에서, 팀장으로 퇴사를 하다. 


4년간 함께 일했던 부사수에게 받은 편지 / 감동적이었던 도입부.. 


2023년 1월 1일자로 5년간 잘 다니던 회사를 관뒀다. 회사는 또 하나의 작은 사회이다. 회사 규모가 작으면 작을 수록 더 작은 싸이클로 빠른 횟수로 돌아가는 세상을 맞이할 수 있다. 우리 회사가 딱 그랬다. 내가 처음 입사했을 17년 12월 당시 나는 사원으로 입사를 했고, 23년 1월 1일 나는 팀장의 직급을 가진 채 퇴사를 했다. 



사원으로 입사했던 사람이 만 5년만에 팀장이 되었다고하면, 굳이 어떤일이 있었는지 상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본인이 얼마나 많은 풍파를 회사 내에서 견뎌 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회사를 다닌지 4년차가 되었을 때, 팀장의 직급을 달 수 있었지만, 그 직급이 달갑진 않았다. 그런 '감투' 를 쓴다는 것은 회사 내부에서도 수많은 적을 만들어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이제는 다른 사람 핑계를 대며 업무를 미룰 수 없었다. 우리 팀에서만큼은 내가 최종 결정권자였으니까. 






굳이?  -> 응 굳이 !  


팀장이 된 순간 나는 마음을 먹었다. 나에게 부여된 이 타이틀을 마음 것 누려주겠다는 마음을. 



' 딱 1년만 이 회사의 업무를 내 회사 일이라고 생각하고 일해보자 ! ' 



1년 후 , 나는 회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경험해봤다. 예를 들면 대리 시절에는 '굳이? 이걸 내가? ' 라고 생각했던 일들만 골라서 다 처리해보려고 노력했다. 팀원을 위해서 '굳이' 다른 팀과 대신 싸워주는 일, 팀원이 다른 팀으로 차출될 뻔한 것을 막았던 일, 회사 업무를 더 편하게 하기 위해 엑셀로만 일하던 일을 회사 ERP에 넣은 일 , 번거롭게 두번 일하던 일을 엑셀 함수를 적용시켜 한번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일, 신입에게 중요한 업무를 실수하지 않도록 잘 셋팅해서 넘겨주는 일 , 업무 분담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팀원들끼리 화목하게 지낼 수 있도록 다독이는 일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 없다면 , 결코 해내지 않았을 일들만 골라서 했다. '외부적으로는' 회사를 위한 행동이었지만, '내부적으로' 는 오로지 나를 위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해서 쌓인 역량은 순전히 나의 것이 되었다. 




그 덕일까 회사를 관둔다고 했을 때, 퇴사를 했어도 그동안 고생했다며 회사 해외 워크숍에 같이 놀러가자는 사장님의 제안을 받기도 했다. 덕분에 퇴사하고 진짜로 몇달 후 진행된 회사 해외 워크숍에 무료로 같이 참가할 수 있었다. ( 그때 회사 동료들은 나의 등장에 깜짝 놀라, 내가 돌아오는 줄 알았다고 한다 ) 







이때가 5월이 되던 시점이었다. 그 5월이 되던 시점까지 나는 뭘하고 지냈을까? 







퇴사 이후 도전한 것들 
(수익화 블로그 / 유통 사업 / 파티룸 / 부동산 마케터 )



남 좋은일을 하는건 정말 남에게만 좋은 일이었다. 


회사를 관둔 1월 1일 . 유명한 블로거의 제안을 받아 책 관련 블로그를 하나 써보기도하고, 연매출 50억 자산가분을 만나 온라인 유통 사업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잠깐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모두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남이 쌓아놓은 일을 돕는 일이었다. 



그래서일까 모두 오래하지 못하고 관두게 되었다. 관두는 시점에서 이제 진짜 퇴사를 해버리고 말아서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데, 모든 일에 뒷걸음질을 하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자괴감에 빠져 정말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때 사업가들의 마인드는 어떤지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더군다나 그 시점 퇴사하며 인수 받았던 '파티룸' 사업이 생각과 다르게 난항을 겪게 되면서 더욱 멘탈이 가루가 되도록 박살나고 있던 시점이었다. 



파티룸도 마찬가지로 내가 0부터 일군 사업이 아니라, 누군가이미 꾸며놓은 사업을 받은 것이다보니, 꾸려나가는 재미가 없어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기로 했는데, 그들이 갑자기 양도를 못받겠다고 해버리면서 모든 일정이 꼬였었다. 그 덕에 처음으로 내용증명도 직접 써보고, 변호사 상담이라는 것도 받아보았다. 



덕분에 '임대차법' 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수 있었고, 매물을 '양도,양수' 할 때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하는지에 대해 바싹하게 익힐 수 있었다. 이때의 경험은 추후 타코야끼 가게를 찾는 과정에서 굉장히 유용하게 쓰였다. 


결국 중요한건 '마케팅' 이잖아?? 

올해 초 집안에 써붙여놨던 나의 목표

이름이 꽤나 알려진 사업가들이 하는 일도, 파티룸도 모두 결국 '마케팅' 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나는 마케팅 공부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이론적인건 대학때 이미 다 배웠기 때문에 '마케팅 실무'를 빠르게 배워보고 싶었다. 



그때 블로그를 통해 알게된 동갑 친구가 운영하던 1인 마케팅 회사에 무턱대고 찾아가, 마케팅을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친구의 흔쾌한 허락에 약 2달간 그 친구 회사에 출퇴근을 하며 무급으로 그 친구의 일을 도왔다. ( 물론 같이 진행한 프로젝트로 번 돈의 일부를 받긴 했다) 



약 2달간 일을 돕다보니, 실무 마케팅 역시도 결국은 영업을 잘 따와야한다는 마케팅을 위한 세일즈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이 이후 마케팅 강의라면 그냥 가리지 않고 모든 강의를 다 수강했었다. 마케팅 강의에만 거의 천만원 이상을 쏟아부었던 것 같다. ( 블로그 마케팅, 유튜브 마케팅, 인스타 마케팅, 워드프레스로 월천 벌기 등등.. 별의 별 마케팅 강의가 다있었다..) 



그렇게 돈을 쏟아 부으며 배우게 된 사실은 딱 한가지. 인풋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아웃풋을 내기가 더 어려워진다. 더이상의 인풋을 넣지 말자. 결과로 승부하자. 행동을 하자! 



그 시기 블로그 이웃분이 본인의 부동산을 '브랜딩하고, 마케팅' 해줄 인재를 찾는다는 공고글을 보고 바로 지원을 했다. 그렇게 5월에 나는 부동산 마케터가 되었다. 



업무 특성상 재택근무를 해도 되지만, 나는 부동산에 직접 출근해서 부동산은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직접 내눈으로 보고 결과를 내고 싶었다. 그래서 굳이 출근을 하겠다고 했다. 


마케터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썼던 일기


부동산에 출근을 하며, 소장님, 실장님이 어떻게 영업을 하시는지, 부동산 블로그의 글은 어떻게 써야 좋은지, 유튜브 영상은 어떤 식으로 올리면 좋을지를 고민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내가 파악한 부동산의 핵심은 '좋은 매물을 많이 확보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내가 근무하던 시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좋은 매물이 많이 접수되지 않았다. 이런 저런 노력을 해봤지만 시장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부동산은 일시적으로 문을 닫게 되었다. 



약 두달간 부동산에서 일했던 경험이 정말 소중했다. 이때 알게된 부동산 소장님과 실장님은 나의 좋은 인연이 되었다.  남은 것은 또 좋은 경험과, 좋은 사람들이었다. 




어라라? 결국은 타코야끼? 


부동산 업무가 마무리 되던 시기는 6월이되던 달이었다. 남자친구는 이 시점 푸드 트럭은 팔았지만, 여전히 타코야끼 사업에 빠져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각종 마케팅 공부를 하고, 실무 업무도 해봤던 나는 다음에 뭘 할지 고민 중에 있었다. 



그러다 올해 초 지인의 소개로 알게된 '붕어 유랑단' 의 대표님이 생각이 났다. 작년 겨울 장난 처럼 시작한 붕어빵 사업이 대박이나서 큰 몰에 입점하고, 백화점 팝업도 활발하게 진행을 하고 있던 곳이었다. 



'겨울 간식' 이라는 주제가 핫한 것 같은데 타코야끼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타코야끼 사업을 '힙'하게 하고 있는 곳이 있나? 찾아보기 시작했다. 



찾아보니 부산, 수원 정도에만 '브랜딩'을 아주 잘한 타코야끼 집들이 있고, 의외로 서울에는 프랜차이즈들만 한가득 했다.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인천에 살았기 때문에 부평 문화의 거리에 가게를 내고 싶었지만, 의외로 부평은 바닥 권리금이 너무 비쌌다. 파티룸을 잠깐이나마 운영해본 경험과, 부동산에서 마케터로 일해본 경험 두가지를 살려 여기저기 임장을 다니기 시작했고 성수의 작은 골목길 성덕정길에 있는 귀여운 가게를 찾아낼 수 있었다. 



나는 타코야끼 가게의 마케터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상가 계약을 내가 하고 있었고, 운영도 홍보도 모두 내가 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어쩌다 그렇게 된건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퇴사를 하고 남들은 절대 해보지 않았을 다양한 경험을 해보다보니, 기회가 왔을때 어떻게 붙잡으면 되는지를 나도 모르게 체득하고 있었을까? 그냥 굉장히 자연스럽게 시기가 맞물렸다. 남자친구는 직장을 다녀야하기 때문에 본인이 메인이 되어서 가게를 운영할 생각은 없다고 했으며 , 마침 나는 부동산일을 그만해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비어있었다. 



그렇게 굉장히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나는 성수동에서 타코야끼 가게를 차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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