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로 Dec 03. 2023

시작은 푸드 트럭이었다.

타코야끼가 돈이 된다구? 남자친구에게 타코야끼 사업을 권하다. 


올해 초 우연히 유튜브에서 '타코야끼 사업으로 월 3천 버는 사장님'이라는 영상을 보게 되고, 타코야끼라는 것이 돈을 꽤나 만지는 사업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인터넷을 뒤져서 타코야끼 레시피를 판매하는 분들을 찾기 시작했다.  몇 분과 컨택해 본 후 남자친구에게(이하 타코보이) 이런 가격에 타코야끼 굽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달해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타코야끼 사업을 내가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당시 나는 파티룸을 운영해 보면서 결국 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라는 것을 깨닫고, '마케팅' 회사를 1인으로 운영하는 친구에게 찾아가 '마케팅' 회사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파악하고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타코보이는 내가 알아본 레시피 금액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을 찾아내어 레시피를 전수받아보겠다며, 부산까지 내려가서 '타코야끼 제조 비법'을 전수받아왔다. 




아마 옆에서 퇴사한 내가 별의 별일을 다 겪고 있으니, 그도 엄청난 자극을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늘 안정만 추구하던 타코보이의 첫 번째 도전이었다. 



비법을 전수받아온 타코보이는 직장은 포기하지 못한다며 NEXT STEP으로 '타코야끼 푸드트럭'을 구매하겠다고 했다. 그의 신중한 성격치고 큰 결심을 꽤나 빠르게 한 것이다. (보통은 뭐 하나 하기 위해서 최소 6개월 최대 1년 이상의 고민 끝에 진행하곤 함 ) 





그리고 23년 3월 , 타코보이는 정말로 푸드 트럭을 구매했다. 푸드 트럭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처음 올라왔던 가격에서 약 50만 원 이상을 깎아서 구매하는 모습을 보고 그에게  '협상'의 자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이 자질은 추후 타코야끼 가게 자리를 인수할 때 유용하게 쓰였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알아본다. 


물건을 살 때 판매하는 사람의 태도나 인성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 물건에 그 사람의 좋은 기운이 새겨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거래를 할 때 조금이라도 찝찝함이 있다면 나는 거래를 하지 않는 편이다. 




푸드트럭 판매자는 나의 부모님 세대이신 아주머니셨다. 아주머니께서는 동네 아파트에서 타코야끼를 꽤 오랜 시간 판매하셨다. 본업이 있었기 때문에 퇴근 이후, 주말에만 푸드 트럭을 활용하였고,  푸드 트럭을 판매하는 이유는 기존 단골손님들에게만 카톡으로 주문을 받아 집에서 직접 구워서 판매를 해도 될 정도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때 장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단골손님이라는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단골손님은 내가 어떤 형태로 판매를 한다고 해도 '판매자'를 믿고 구매를 해준다는 사실. 난 이게 F&B 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주머니께서는 우리들의 나이가 본인 아들과 비슷한데, 이른 나이에 사업을 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고 하셨다.  우리는 아주머니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푸드 트럭을 보러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타코보이는 차량을 상세하게 살피며 아주머니께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고 , 아주머니는 불편하다는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하나하나 천천히 다 대답을 해주셨다. 마치 중고거래의 정석을 옆에서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사실은 그 정석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나는 썩 기분이 좋진 않았다. 파티룸을 큰 생각과 고민 없이 인수받은 나의 어리석은 모습과 판매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궁금한 것들을 모두 물어보는 타코보이의 모습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구매자임에도 불구하고, 판매자에게 실례되는 질문을 하는 것일까 봐 물어봐야 할 것도 물어보지 않고 구매를 했었던 나의 미숙했던 모습이 자꾸만 생각나 쪽팔렸다.   착한 것과 멍청한 것은 한 끗차이다.






타코보이는 필요한 정보를 모두 수집한 후에야 아주머니께 차량 비용을 송금해 드렸고, 우리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푸드 트럭에 올라탔다.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타고 인천에서 김포까지 이동했던 우리였기에 우리는 푸드 트럭을 타고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아주머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남긴 것이 무색하게 우리는 1시간 넘게 차량이 서있던 자리에서 단 1m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타코보이는 1종 면허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토 자동차만 다뤄본 터라 수동 트럭 시동조차 못 걸었기 때문이다.  



시동이 계속 꺼지자 아주머니께서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으셨는지 속성으로 수동 자동차를 다루는 법을 침착하게 알려주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3시간이 넘게 지하 주차장에서 운전하는 방법을 알려주셨고, 조수석에 앉으신 상태로 남자친구와 아파트 단지 내를 몇 번이고 돌며 시동이 꺼지지 않을 때까지 타코보이에게 운전 방법을 알려주셨다. 




타코보이는 김포에서 인천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노심초사하며 운전을 했고, 조수석에 앉은 나는 임무가 막중했다.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중간에 차량 시동이 갑자기 꺼져버린 것이다. 타코보이가 당황하고 있을 때 나라도 정신을 차려야겠다 싶어서 차에서 후다닥 내려 뒷 차에게 옆으로 돌아가라는 신호와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다시 차에 올라타서 타코보이를 진정시키고 천천히 배운 대로만 해서 집에 살아서만 도착하자고 말을 했다. 



이런 과정 또한 우리 둘이 앞으로 이겨내야 할 역경의 일부라는 생각을 하니 앞으로가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는 기분 좋은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아주머니께서 시간이 되면 본인의 집으로 오라는 전화가 왔다. 타코야끼 굽는 법을 알려주고, 남은 재료를 주시겠다는 얘기였다. 아무리 타코보이가 부산에서 타코야끼 굽는 방법을 배워왔지만, 실제로 푸드 트럭에서 만드는 방법이나 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방문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아주머니 댁에 방문했을 때 방 한쪽은 피부 관리실처럼 쓰고 있다며 보여주셨다. 본업은 따로 있고, 타코야끼도 파시고, 피부 관리까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나 N잡 한다 어쩐다 얘기가 나오고 있던 시기에 60년대생이신 아주머니께서 이렇게 열심히 이것저것 하시는 모습을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우리 부모님은 이렇게까지 일을 하시지 않아서 너무 대단하시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주머니께서는 우리야 말로 자기 자식과 다르게 젊은 사람들이 고생하는 일을 한다며 대단하다고 너무 기특해서 챙겨주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세대별 열심히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알아본 것이 너무 웃기다. 서로가 서로의 부모였으면, 자식이었으면 하고 있었던 모습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아주머니께서는 본인만의 타코야끼 굽는 방법을 모두 전수해 주시고, 남은 부재료들 , 여분의 타코야끼 판 등등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아낌없이 주셨다.  그러고도 모자라서 조만간 우리 둘이 사는 집으로 찾아오셔서 푸드 트럭에서 타코야끼 굽는 방법을 알려주시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정말 며칠 후 아주머니께서는 크리넥스 3겹 휴지를 들고 우리들이 사는 집까지 방문해주셨다. 집에 방문하시자마자 더 줄 것이 있다며 지난번 못 챙겨줬던 남은 부자재들을 다 챙겨주시고는 곧장 푸드 트럭으로 가자고 하셨다. 



타코야끼 굽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남자친구 모습과 아주머니



동네에 한적한 곳을 찾아 자리를 잡고 우리는 타코야끼 굽기에 열중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감사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푸드 트럭을 최대한 저렴하게 구매하려고 노력했던 타코보이의 모습을 젊은 놈이 깐깐하다며 안 좋게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젊은이들이 흔치 않다며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고 하는 모습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많이 느꼈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더 해줄 수 있으면서 해주지 않으려는 어른의 모습들만 보다가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하는 참된 어른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먼 훗날 나도 저렇게 다정한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 어른이었다. 



자영업의 세계는 회사 생활보다 더 치열하다는데, 우리들이 내딛은 첫발을 도와주는 히로인은 그렇지 않았다. 시작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실전이다. 





타코보이와 나는 주말이 되면 푸드 트럭을 동네 근처 한적한 곳으로 끌고 가서 밤늦게까지 타코야끼를 굽는 연습을 하곤 했다. 매일 타코야끼 연습을 하며 남은 타코야끼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나눠드리곤 했다. 우리가 열심히 만든 음식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주는 성취감이 정말 컸다. 




가스 관리 미숙으로 팔 털이 다 타버린 모습


연습하다 가스 조절 실패로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이후부터는 동네 장터가 열리면 자릿세를 내고 참가해 푸드 트럭에서 타코야끼를 팔았다. 





푸드 트럭의 단점은 딱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바닥 평탄화가 안되어있으면 반죽물이 앞으로 다 쏟아진다는 것.  두 번째 판매할 자리를 잡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  세금은 사업자를 집으로 내서 내는 방법이 있다지만, 이런 방식은 정상적인 사업 구조라 말하기 힘들었다. 




푸드 트럭을 인수한 지 약 5개월 정도가 되었을 때쯤 , 우리는 푸드 트럭은 사업이 잘되면 잘 될수록 주변의 공격을 받기 쉽다는 판단을 했고, 타코보이는 푸드 트럭을 다시 되팔았다. 그것도 처음 산 금액에서 몇십만 원을 업한 가격으로 팔아치웠다. (정말 리스펙 하는 부분이다) 




이때만 해도 타코야끼를 만들어서 팔아보는 좋은 경험을 얻었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푸드 트럭을 판 이후 사실상 우리들의 새로운 도전은 다시 제로가 되는 듯했다. 그런데 어쩌다 우리는 성수까지 가게 되었을까? 앞으로 차차 풀어보도록 하겠다. 

이전 01화 최연소 팀장에서 가게 사장님으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