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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hoi파파 Sep 15. 2022

교육복지사의 노하우는 연결이다

교육복지사의 일은 마치 허브와 같다. 허브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신호를 여러 개의 다른 선으로 내보내고 연결해주는 역할이라고 정의한다. 자전거 바퀴의 살이 모여있는 중심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전적 의미는 '연결'과 '중심축'이라는 키워드로 허브를 설명하고 있다. 사실 교육복지사의 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미지 출처: 잔차닷컴

교육복지사의 일 역시 '연결'과 '중심축'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교육복지사학교 공동체 안에서 소외되고 고립된 당사자를 중요한 타인과 관계 맺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타인 신뢰 관계를 쌓을 수 있도록 기회와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바퀴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듯이 저마다 다른 인간다움을 뽐내며 제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촘촘한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연결한다.


#공감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보통 교육복지사가 개입하는 아이들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현재 기분이 어떤 감정에서 비롯됐는지 잘 알지 못한다. 상담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오늘 기분이 어때?"라고 물으면 대부분 "몰라요"라고 대답하는데 좋고 싫음의 표현이 단순하고 모호하다. 가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대부분 부모에게 공감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타인의 기분을 알아차리거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다. 아이의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탈 때가 많다. 감정 표현이 서툰 데다 감정 조절을 못하는 것이다. 특히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춘기에 접어들면 속상하면 짜증 나고 화가 나도 짜증 나고 귀찮아도 짜증 낸다. 어떤 문제 상황에 처하거나 갈등이 생길 때 유연하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이야기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하지 못한다. 잘해보려고 노력할수록 상황만 꼬이고 관계만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만 생기는 것이다.


어느 날 4학년 현수가 슬리퍼찍찍 끄시고 교육복지실에 왔다. 평소 수업 시간에 자주 오는 학생이었다. 사실 수업받기 싫어 담임 선생님에게 화장실에 간다 말하고 교실을 나온 것이다. 그날은 얼렁뚱땅 넘기고 빈둥대는 태도에 화가 났다. "해야 할 일은 끝내고 와야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고 내뱉지 않았다. 순간 교육복지실에 들어서는 아이의 표정이 평소와 달랐기 때문이다. 현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조용히 들어와서 고개를 푹 숙였다. "오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니?" 물었다. 묻는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현수는 앉은자리에서 한숨만 연거푸 내쉬었다.


"오늘은 말하고 싶지 않구나"


더 묻지 않고 내 할 일을 하며 기다렸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현수가 마음이 편해졌는지 며칠 전 자신이 키우고 있던 고양이가 죽었다고 말했다. 이내 현수는 기분이 안 좋다며 교실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솔직히 교실에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아! 슬픈 거였구나, 나라도 집중 안 되겠어" 

그제야 기분이 풀렸는지 표정이 말랑말랑해졌다.


감정 다루는 것에 서툰 아이들에게 자기감정을 조절하고 다스릴 수 있도록 공감해준다. 아이가 어긋날수록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수업 거부하는 행동만을 보고 간섭하고 조정하려 했다면 아이와의 대화는 그 자리에서 끝났을 것이다. 단지 아이의 감정을 반영해줬을 뿐인데 아이는 자신의 속내를 내비쳤다. 마음의 문을 연 것이다. 현수는 그 뒤로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기분이 풀어졌다. 교실에 들어가자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알아서 교실로 갔다.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보통 당사자는 사실과 다르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주로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외면하기 바쁘다. 이면이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이때 교육복지사는 당사자가 좀 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당사자가 자신의 문제를 바로 보지 못하고 회피하고 저항하면 직면해줄 수 있어야 한다.


4학년 이수는 지각이 잦았다. 어느 날 이수에게 "수업 중에 교실에 들어가면 어떤 기분이 들어?"라고 물은 적이 있다. 이수는 친구들이 쳐다봐서 창피하다고 했다. 알고 보니 친구들의 시선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조금이라도 늦을 것 같으면 아예 등교하지 않았다. 결석은 자신을 보호하는 자기 방어인 셈이다.


"어떻게 하면 창피하지 않을까?" 문제의 본질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있다. 또한 무단 지각과 결석이 잦아지면 또 다른 2차 문제가 일어날게 분명하다. 학습 부진은 물론, 친구 관계도 좋을 리 없고 결국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의 심리상태가 걱정되었다.


어느 날 이수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정했다. "1교시 이전에 등교하기" 목표를 세우고 매일 달성 여부를 체크했다. 잘 나오다가도 어느 날은 이유 없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 이런 날이 패턴 없이 반복됐다. 기대하면 실망도 큰 법, 더군다나 등교하지 않는 날을 예측할 수 없어 좌절감이 컸다.  


"내일 다시 시작해보자"


어쩌면 이수에게는 아직 1교시 이전에 등교하는 것이 어려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수에게 "1교시 이전에 오기 힘들면 단계를 낮춰 보는 것은 어떻냐"라고 물었다. 그 후로 등교시간과 상관없이 무조건 등교해보기로 했다.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 긍정적인 방향을 찾아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로 한 발짝

당사자에게 자신이 처한 처지와 상황이 어떤 이유에서 비롯됐는지, 현재 문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기대를 가지고 희망을 품을 것인지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 타임머신을 타고 당사자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들여다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일이다.


보통 만나는 아이들은 과거의 상처에 집착한다. 하지만 누구나 미해결 된 과제에 발목 잡히면 현재에 충실하지 못한다. 아무리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은 경험이 오래됐어도 친구를 사귈 때 두렵고 학교 다니기가 무서운 마음은 쉽게 지우지 못한다. 1학년 경수는 초등학교 시절 왕따 경험 때문에 학업중단숙려제를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자기 선택이라 해도 한 아이의 짓밟힌 미래는 누군가가 보살피고 책임져야 하지 않겠나.


교육복지사는 더 이상 지난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를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야만 미래를 꿈꾸니까.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극복한 너만의 경험이 있니?" "사소한 일이라도 좋아 어떤 일을 극복한 경험이 있니?" 누구나 자신만의 성공 경험은 가지고 있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할지라도. 기억 저편 깊은 곳에 있는 지난 노력과 성공 경험, 그 당시 감정을 끄집어낸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친구를 사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지금 그 당시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이 달라졌으면 좋겠어?" 물어볼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실패든 성공이든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면서 지금의 어려움도 얼마든지 돌파할 수 있다는 암시를 준다. 지난 경험을 교훈 삼아 다른 전략을 세우고 한 단계 높은 목표로 도약하기 위해서 필요한 작업이다. 오늘도 한 발짝 걸음을 떼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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