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hoi파파 Aug 11. 2022

냉철한 머리 반 따뜻한 가슴 반

좋은 교육복지사가 되려면

교육복지사는 학생의 어려움을 살피고 돕기 때문에 사람들은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과 인간관계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좋은 교육복지사의 자질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교육복지사는 학생의 욕구와 감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다룬다. 학생의 욕구를 바탕으로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을 이끌기 위해 당사자와 목표를 세우고 실천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학생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당사자를 가까이에서 도울 수 있도록 지지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당사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리고 이해시킨다. 당사자의 결핍된 욕구와 문제 해결을 위해 친구와 부모, 교사는 물론 나아가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협력하고 연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교육복지사의 일은 관계 중심일 수밖에 없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인간 존엄성과 사회정의의 신념을 바탕으로,
개인·가족·집단·조직·지역사회·전체 사회와 함께 한다.

나는 언제나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저들의 인권과 권익을 지키며, 사회의 불의와 부정을 거부하고,
개인 이익보다 공공이익을 앞세운다.

나는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을 준수함으로써,
도덕성과 책임성을 갖춘 사회복지사로 헌신한다.

나는 나의 자유의지에 따라 명예를 걸고 이를 엄숙하게 선서합니다.
-사회복지사 선서문-


사회복지사 선언문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복지사는 개인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앞세운다. 사회복지사는 인간의 욕구와 문제를 다루고 사회 문화의 부당함으로부터 당사자를 보호한다.


교육복지사의 일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인간관계에 따른 감정 노동이 불가피하다. 어쩌면 사회복지사나 교육복지사는 사람이 좋아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어디 가서 교육복지사라고 하면 많이들 교육복지사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착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오해한다.


물론 아이의 정서적 욕구를 민감하게 살피기 위해서 감성적인 면이 필요하다.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야 정서적 안정감을 느낀다. 아이들은 자기감정을 조절하거나 다루는 것에 서툴다. 지금의 자기감정을 바르게 이해시키고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자기부정에 빠져있거나 부정적인 감정으로 왜곡된 생각을 한다면 바로 잡아줘야 한다. 또한 숨은 잠재력을 찾고 일말의 가능성을 키워야 한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줘야 한다. 이처럼 교육복지사는 따뜻한 감성을 소유해야 한다.


하지만 교육복지사가 따뜻하기만 하면 자칫 위험하다. 아이를 제대로 돕기 위해서는 감성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올라서야 한다. 따뜻한 마음만으로는 아이의 결핍된 욕구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에 대한 본질과 현상을 구분해야 아이를 제대로 도울 수 있다.


교육복지사는 인간과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한다. 인간의 발달 과정과 특성을 알아야 하고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따져야 한다. 끊임없이 인간 심리를 공부하고 사회문화,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문제의 원인과 결과는 무엇인지 따지지 않으면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당사자의 결핍된 욕구와 문제를 지원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유전적 또는 기질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지,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지, 또래나 부모 관계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인지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당사자와 변화와 성장을 위한 목표를 세울 때 당사자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학적 근거와 축적된 경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이는 지극히 이성적인 면이다.


냉철한 머리, 따뜻한 가슴을 가져야 한다.
경제학자는 냉철한 이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따뜻한 가슴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케임브리지 경제학과 교수 취임연설 중-


학부 시절 전공 교수님이 "좋은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한 자질"을 설명하면서 인용했던 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샬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취임식 연설 때 경제학자로서 가져야 할 자세 대해 한 말이었다. 이게 무슨 양념 반 후라이드 반 같은 소리 같냐만은 "냉철한 머리 반, 따뜻한 가슴 반"은 실천 현장에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자질이었다. 해가 지날수록 뼈저리게 느끼는 말이기도 하다.


교육복지사가 되어보니 좋은 교육복지는 아이의 욕구와 문제는 냉철하게 분석하되 아이와 가정을 생각하는 마음은 따뜻해야 되더라.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균형감이 있어야 학교 안에서 전문가로서 역량을 펼칠 수 있다. 냉철한 머리에 따뜻한 온기가 빠지면 냉정해지고 따뜻한 가슴에 냉철한 이성이 빠지면 경솔해진다.


사실 서로 다른 면을 균형 있게 갖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마음의 균형감 갖기는 좋은 교육복지사가 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인 셈이다. 냉철한 머리에 따뜻한 온기를 따뜻한 가슴에 냉철한 이성을, 오늘도 냉철한 머리 반 따뜻한 가슴 반을 품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