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사상가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말이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가 살아온 지난 시간을 투영한 결과이지 않을까. 지금의 모습을 이해하려면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미래의 나"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해할 수 없어요."
아이의 문제 행동으로 학부모를 상담해 보면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보통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친구나 학교의 문제라고 떠넘기거나 되레 남의 이야기하듯 자녀를 탓하며 비난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지 않을까. 누구나 직면은 두려운 것이다.
후성유전학 관점에 따르면 유전자로만 선천적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환경과 유전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여려가지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는 데이비스 B 스데인 저자 [ADHD는 병이 아니다] 책에서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ADD나 ADHD는 모두 환경 탓이며 장애이지 병은 아니다"라고 했다. 환경이 뇌와 신경계를 변화시켜 체내 화학물질이나 세포에 영향을 끼쳐 뇌를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장애나 질병의 원인을 설명할 때개인적인 차원의 유전적인 요인이나, 기질적인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담한 아이들 가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근본적으로 환경적인 요인의 영향이 컸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의도치 않았지만 사실상 아이들의 욕구가 방치되었다. 아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거나, 가족 해체로 어릴 때부터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부족해 정서적 욕구가 결핍되었다. 또는 비합리적인 양육 태도로 아이의 문제 행동을 부추기고 강화시켰다.
가정 내에 불필요한 긴장감 및 스트레스는 아이들의 정서를 불안하게 만들고 파괴시킨다.이는 부모와의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심리·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존재한다. 아이들에게 환경적 요인은 문제 행동이나 이상 행동을 일으키는 결정적 스위치인 셈이다.
교육복지사 관점은 생태학적 이론에 근거한다. 아이의 행동은 아이를 둘러싼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아이의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친구 관계를 살피고 부모와 교사와 협력하는 이유다. 더 나아가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지역사회 자원을 연결해준다. 최근가족 중심의 서비스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부모 역할을 바로 세우고 부모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이의 문제행동이나 이상행동의 원인을 따질 때 낮은 자존감, 예민하거나 겁 많은 성격 같은 개인적인 특성뿐만 아니라 친구 관계, 부모의 양육 태도, 가족 구조, 가족의 위기, 미디어(게임) 과노출, 사회적 분위기, 문화적 특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며 그물처럼 복잡하게 엮여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의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을뿐더러 금방 해결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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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어떻게 양육되었는가"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아이가 어디에서 성장했는지, 0세~7세에 주 양육자는 누구였는지, 스트레스를 받은 사건이나 경험은 없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부모의 양육 태도와 가정환경 개선만으로 아이들은 안정감을 되찾기 때문이다. 부모력을 키우는 것이 자녀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양육법과 다르게 키워야 한다.
과거는 되돌아갈 수도, 바꿀 수도 없다. 하지만 과거의 상처를 되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멈춰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아이의 발달에 맞는 교육과 치료를 해야 한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아이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무리 타고난 유전적 결함과 기질이 있더라 하더라도 부모의 양육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문제행동이나 이상행동은 지금 당장 나를 구해달라는 SOS 구조신호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아이가 보내는 구조신호를 알아채야 한다. 부모에게 적절한 관심과 애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책과 죄책감으로, 부정하고 싶어 애써 외면하지도 말아야 한다. 부모를 괴롭히는 행동도, 엉뚱하고 이상한 행동도 아니다. 아이들의 구조신호를 화를 내거나 혼내는 것으로 반응하면 안 된다. 더 안아주고 더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더 함께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과 인정이 고프다.
요즘 아이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서 나를 마주합니다. 그럴 때마다 반성하게 되고요. 아이는 부모를 비추는 거울이니까요. 매일 아이들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되돌아봅니다. 상처로 남지 않게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완벽하진 않아도 반성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부모가 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