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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May 10. 2024

대학교 축제에서 소환된 청춘의 시절

"오늘 전북대 축제 가자."


아내가 대학교 축제에 가자고 카톡을 보냈다. 30대 중반 이후로는 대학로 근처에안 갔는데 무슨 대학교 축제에 가자고 그러나. 40대가 눈치 없이 끼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이 셋을 데리고 20대 틈에 끼려니... 쫌 그랬다. 어쩌면 행사장 입구에서 막을지도 몰라.


아내의 말을 듣고 나서 축제 시즌이라는 것을 알았다. 올해는"청춘"을 주제로 기획했다는데 꽃 피는 청춘의 계절이 돌아왔구나.


"대학교 축제"에 가자는 아내의 말을 듣자마자 술이 빠지면 지루해지는 20대 시절이 떠올랐다. 야밤에 그렇게 친구들과 대학로를 누볐었다. 돈이 없어서 야외 공연장에서 새우깡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셨고, 주머니를 털어 친구들과 첫 출시한 맥스를 사 마시며 하이트와 카스는 맥주도 아니라고 새로 나온 맥주 맛에 놀라워했었고, 막걸리를 사준다는 선배의 말에 삼선 슬리퍼를 질질 끄시며 한걸음에 달려갔었다. 생각해 보면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새벽녘에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가족과 함께 저녁밥을  축제하는 곳으로 향했다. 행사장 입구 앞에 주차를 하고 킥보드를 트렁크에서 꺼냈다. 둘째와 셋째를 킥보드에 태우고 공연장으로 갔다. 이미 대학로는 20대의 에너지로 넘쳐났다. 행사장에 가까울수록 음악이 크게 울려 퍼졌다. 허공에 쏴대는 초록빛 네온 조명이 축제 분위기를 한층 더해주었다. 꾸역꾸역? 꿋꿋하게 세 아이를 데리고 청춘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공연장 너머로 함성이 울려 퍼졌다. 공연은 이미 시작다. 대학교 응원단이 응원가에 맞춰 격한 춤을 췄다. 응원단의 열정적인 퍼포먼스는 관중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어깨와 뒤꿈치가 들썩거릴 때쯤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셋째가 폭죽 소리에 놀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집에 가자는 셋째 덕분에 더는 무대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멀리서 공연장을 메우는 환호와 박수소리만 들어야 했다.


드디어 가수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가수는 김장훈이었다. 김장훈은 노래마다 특유의 쇳소리와 악쓰기? 소리 지름, 발차기로 분위기를 띄웠다. 고음 파트마다 관객에게 마이크를 넘기는데 뭔지 모르게 짠하면서도 웃겼다. 첫곡을 부르고 이번 공연을 하게 된 이유를 말했다. 잔나비 때문에 공연 일정을 잡았다며 관객에게 넉살을 부렸다. 사실 세 아이를 바득바득 데려온 이유도 잔나비 노래를 듣기 위해서였다.


잔나비만 나오길 바랐다. 


막내는 품에 안겨 내려올 줄 모르고, 둘째는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장난만 쳤다. 더는 공연을 볼 수 없었다. 집에 돌아갈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속이 타들어 갔다. 하필이면 잔나비가 마지막 순서였다. 김장훈의 마지막 앵콜 무대가 이어지고 있었다. 국 김장훈 노래만 들어야 했다. 아쉬운 마음 주섬주섬 킥보드를 챙겨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다. 밤은 길고 축제는 이제 시작인데 말이다. 휴.


어느새 거리에는 축제의 환호와 음악 소리가 멀어져 갔다. 대학로를 빠져나오면서 아내에게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애들 재우고 나왔을 걸.


"애들 재우고 다시 보러 올까"

"재우고 나면 잔나비가 나올 시간인데"


결국 아이 볼 사람이 없어 "나는 SOLO"를 봐야 했다.


다음 날 아내가 카톡을 보내왔다.

"오늘 애들 우고 전북대 갈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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