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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by hohoi파파 Feb 24. 2025

7살 둘째가 졸업식에서 원생 대표로 송사를 맡게 되었다. 발표한다는 말을 듣고 "잘할 수 있을까?" 놀라서 아내에게 어떻게 대표로 뽑혔는지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 날, 유에서 보낸 송사 보고 걱정이 커졌다. 두 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두 명의 대표가 번갈아가며 독해야 했다. 각각 네 문단씩 읽어는데 한글도 모르는 아이가 어찌 외워서 말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나는 "가능할까" 한계를 먼저 떠올렸고, 둘째가 송사를 무사히 해낼 수 있을까 의심부터 했다. 아내는 "할 수 있다"며 한 번 해 보자는 식으로 그냥 시작했고, 둘째를 믿고 격려했다. 나의 우려와 아내의 믿음 속에서 둘째의 송사 낭독 연습이 시작되었다.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이 말하는 성장형 사고(Growth Mindset)와 고정형 사고(Fixed Mindset)의 차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캐럴 드웩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능력에 대한 사고방식에 따라 도전과 실패를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고정형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능력이 타고나는 것이며, 실패는 곧 능력 부족의 증거라고 여긴다. 성장형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노력과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졸업식까지 일주일이 남았다. 졸업식이 가까워질수록 내가 더 긴장됐다. 아내는 둘째와 함께 스파르타 연습에 돌입했다. 한글을 읽지 못하기에 문장을 통째로 암기해야 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소리 내어 읽은 송사를 녹음했다. 녹음한 자기 목소리를 들으며 발음과 목소리 크기를 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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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보란 듯이 해냈다. 처음에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하루하루 다르게 점점 또박또박 말했다. 버튼을 누르면 캐럴을 부르며 춤추는 인형처럼 경지에 올랐다. 아내가 첫 단어를 말해주면 아들은 술술 이어 말했다. 아들은 반복 연습 덕분인지 자신해했다. 아들은 나흘 만에 네 문단을 다 외웠다.


드디어 졸업식 날, 송사를 무사히 낭독했다. 기대 이상으로 송사를 완벽하게 해냈다. 아내가 보내 준 동영상을 보고 둘째가 어찌나 자랑스럽던지. 동영상을 계속 돌려보면서 감탄만 했다.


처음은 긴장했는지 아들은 단상까지 엉거주춤 뒤뚱뒤뚱 걸었다. "여긴 어딘가" 선생님 손에 등 떠밀려 행사장 앞으로 걸어가는 아들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고 빵 터졌다. 어색한 미소를 짓는 아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숨죽였다. 아들은 앞선 친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이어받아 송사를 읽어? 내려갔다. 송사문이 놓인 보면대를 보면서 말하는데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라고 착각이 될 정도였다.  


지나고 보니 둘째가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가 말한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느꼈을 거라고 믿는다. 자기 효능감이란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다. 반두라에 따르면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도전을 성장과 학습의 기회로 삼는다. 둘째도 처음에는 불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매일 나아지는 작은 성공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자신감을 얻었다.


둘째가 이번 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배웠으면 좋겠다.


"거봐! 연습하니까 되지? 지호가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서 할 수 있었던 거야!" 졸업식이 있던 날 하원한 둘째에게 아낌없이 칭찬해 줬다. "한계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둘째를 보고 배웠다. 한계는 도전과 노력으로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다는 깨달음도 함께. 하마터면 둘째의 한계치를 내가 정해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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