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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아빤 살려고 한다지만 넌 왜 하는 거니?

by hohoi파파

축구장이 이렇게 넓었었나. 시원하게 틔인 운동장에서 저무는 햇살을 피할 길 없다. 눈을 찌푸리며 파란 응원석에 앉아 훈련받는 아들을 지켜본다.


"장난치지 말고 똑바로 해"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은 코치들의 지도를 받으며 열심히 공을 찬다. 어떤 이유로 공을 차는 것일까. 혼잣말로 아이들에게 묻는다.


A클래스 풋살 클럽에 다니던 아들은 언제부터인지 일주일에 두 번 다니고 싶어 했다. 축구를 더 하고 싶어 매주 화, 목 90분 수업 축구 교실에 신청했다.


나는 매주 일요일마다 풋살장에서 축구를 한다. 2시간을 위해 일주일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공찰 생각에 한 주 거뜬히 버틴다.


앞으로 10년 더, 적어도 50대까진 필드에 뛰고 싶다. 청년들과 뒤섞여 땀 흘리고 숨 가쁘게 뛰는 그 순간,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지난주에 세 골을 넣고 어시스트 두 개를 했다.

"아직 죽지 않았으."


만약 이마저도 못하게 된다면 어찌 내가 숨 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까. 혹여 다칠까 안 하던 무릎, 종아리, 발목 온갖 보호대를 뜰이 챙긴다.


축구장에 있으니 다가오는 일요일이 더더욱 기다려진다. 그나저나 아직도 종아리가 땅기고 엉덩이가 뻐근하다. 한 주 또 이렇게 살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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