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에게 15분만 시간을 허락해 주면 그림책을 읽어줄게.”
복지실에서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던 아이들을 모아 한자리에 앉혔다. 이전에 참여했던 여학생이 처음 온 친구에게 “재밌어.” 하며 거들었다. 책 제목은 [진정한 일곱 살]. “누구에게나 일곱 살 시절이 있지.” 표지를 보여주며 어떤 내용일 것 같냐고 물었다. 한 친구가 “일곱 살 때 겪는 이야기요.”, “그때 해결해야 할 일들이요.” 하고 답했다. 아마 슈퍼맨 복장을 한 앞니 빠진 단발머리 소년이 손을 쭉 뻗고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고 짐작한 모양이다. 그 아이 참 개구지게 생겼다.
책을 펴고 한 장 한 장 천천히 읽어주었다. 그리고 물었다. “너희는 일곱 살 때를 생각하면 어떤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니?”. 어느 아이는 우스꽝스러운 춤을 췄던 모습이 아직도 아빠 핸드폰에 흑역사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른 아이가 친구에게 왕따를 당했던 아픈 기억을 꺼냈다. 또 다른 아이는 앞니가 빠졌다며 책에도 나왔다고 웃었다. 유일한 남학생은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나요.” 하며 눈알을 희뜩거리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렇게 각자의 일곱 살을 재잘재잘 쉴 새 없이 떠들다.
벌써 타이머가 울리기 3분 전.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모두 일곱 살을 지나 지금은 열두 살이 되었지.”라고 말을 꺼냈다. 아이들에게 “진정한 열두 살이 되기 위해 남은 두 달 동안 무엇을 하고 싶니?” 물었다. 아이들의 대답을 듣고 뭉클했다. “괜찮은 열두 살의 나로 살아갈래요.”, “누나와 사이좋게 지내볼래요.”, “행복하게 보낼래요.” 아이들의 대답이 이어졌다. 끝까지 활동지에 빈칸으로 남겨두던 한 아이가 말했다. “지금으로도 충분해요.” 그 말로 자연스럽게 모임이 마무리되었다.
“일곱 살의 모습도 참 다르다."
"열두 살은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니?"
"오늘을 충실히 살면 언젠가 열두 살의 시절이 흐뭇한 기억으로 남을 거야.”
"괜찮아. 진정한 일곱 살이 아니면
진정한 여덟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여덟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아홉 살이 되면 되고,
진정한 아홉 살이 안 되면
진정한 열 살이 되면 되니까."
-그림책 중에-
마지막 페이지를 읽어주며 책을 덮었다.
벌써 2025년이 저물어 간다. 다시 오지 않을 오늘, 마흔세 살의 시절이 훗날 좋은 추억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