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의식이 싹트는 네 살
네 살 아들의 마음 일기 [부럽다]
부럽다: 자신도 그렇게 되거나 갖거나 이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우산 사줘, 엄마 아빠는 있는데... 부러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 남이 잘되는 것을 기뻐하는 대신 시기하거나 질투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타인과의 비교 심리는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자기는 물론 타인과의 관계까지 파괴한다. 상대적인 박탈감, 남과 비교해서 생기는 마음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도 다름없다.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실험을 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두 가지 중 하나의 상황을 선택하도록 했다. 하나는 모든 사람들의 연봉이 2만 5천 달러인데 나만 5만 달러를 버는 세상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이들이 20만 달러를 받는데 나의 연봉만 10만 달러를 버는 세상이었다. 과연 학생들은 어떤 조건을 선택했을까? 대다수 학생은 자신의 연봉이 5만 달러인 상황을 선택했다. 이 결과는 내가 얼마나 많이 버느냐 보다 남들보다 얼마나 많이 버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우위에 있기를 바란다.
며칠 전 계속되는 태풍으로 때아닌 비가 많이 내렸다. 쏟아붓진 않았어도 금방 그치지 않을 날씨였다. 그런 날에 아내와 함께, 첫째를 데리고 외출을 했다.
차에 탄 아들은 뜬금없이 우산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우산~, 우산~", 우산 사달라며 징징 우는소리로 조르는 아들. 비가 오는 데다 운전까지 하고 있어 아들 목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난데없이 무슨 우산 타령인지 속으로 참을 인을 세 번 새겼다. 솔직히 칭얼거리는 말투가 듣기 싫었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감정을 간신히 누그러뜨리고 아들에게 우산 아빠랑 같이 쓰면 돼라며 잘라 말했다. 아들은 미련이 남았는지 몰라도 "우산 사고 싶은데..." 말끝을 흐렸다.
요즘 부쩍 사달라고 조르는 일이 늘었다. 마트에 가서 "이거 사줘, 저거 사줘!" 차분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지만 소용없다. 금세 다른 것을 사달라는 아들의 반응에 난감할 때가 많다. 예전과 다르게 가지고 싶은 게 많아졌다. 아들과 마트 가기 전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한다. 그나마 마트에 드러눕거나 생떼 쓰지는 않는 아들이 고맙다. 마음 같아선 사달라는 대로 다 사주고 싶지만. 부모의 함정 같다. 그랬다간 훗날 긁어 부스럼만 남는 것을 알기에 나는 포기하도록 구슬리기 바쁘다.
우산 사줘, 엄마 아빠는 있는데... 부러워.
아들은 사달라고 하면서 어린이집 친구들 이야기를 한다. "친구들은 있다."는 아들의 말에 놀랐다. 벌써부터 친구들과 비교하기 시작했다니. 친구도 있으니 스마트폰 사달라는 초등학생 부모의 심정이랄까. 네 살 치고는 빠른 게 아닌가. 소유욕이 본능이라곤 하지만 일찍 온 것 같아 당혹스럽다. 아들의 마음에 "친구들은 있는데... 나는 없어." 비교 심리가 싹 뜨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들의 말을 무시하고 안 들어주기도 난감했다.
남과의 비교는 아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열등감과 적대감을 갖게 한다고 한다. 부모가 꼭 아이들에게 비교하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아이 스스로 남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확대 해석하고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품지 않으란 법은 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릴 수 있다. 그만큼 지나친 비교 심리는 성장을 방해하고 마음을 좀먹는다.
아내와 나는 사주기로 결정했다. 아들이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 비 오는 날 사람들이 하나씩 들고 다니는 우산이 아들 눈에는 멋져 보였을 테니. 그날 저녁 아내는 옥토넛 캐릭터가 그려진 우산을 인터넷 구입했다. 우산이 그날 배송이 와 어린이집에서 하원을 하고 택배를 받았다.
유호야 엄마가 유호 선물 준비했어!
우와 뭐야? 아들은 한껏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맞춰봐~ 유호가 갖고 싶어 했던 거야!
(아내의 말에 따르면 아들의 대답이 내심 궁금했단다.)
우산!!! 아들의 대답에 아내와 나는 놀랐다.
맞았어, 우산이야! 뜯어볼까.
오~~~ 예 아들은 정말 신나 했다.
우산이다, 사람들이 비 올 때 우산 쓰는 거 부러웠는데...
아들 대답에 눈이 번쩍 뜨였다.
아이가 클수록 가지고 싶은 것이 늘 텐데. 아낌없이 주고 싶은 것은 사실이지만 부모로서 가지고 싶다고 다 가질 수 없음을 가르치고 싶다. 아이의 욕구는 존중해 주 돼, 절제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싶다. 친구들과 비교하기 시작한 아들한테 어떻게 교육하면 상처 받지 않고 가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허영심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부모 노릇 하기 참 어렵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