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잔소리

네 살 아들의 마음 일기 [지루하다]

by hohoi파파

두 아들을 키운 대가로 경력 단절녀가 된 아내. 오롯이 육아에 전념하던 아내가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켰다.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모래놀이 심리 치료를 배우러 간다. 육아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나가기 전까지 정신없다. 두 아들을 챙기고 저녁을 먹이다 보면 화장할 겨늘도 없이 쫓기듯 현관문을 나선다.


아내가 공부하러 간 사이 두 아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7시까지 두 아들과 놀다 보면 둘째 이유식 먹을 시간이다. 이유식 먹이는 것도 쉽지 않다. 첫째는 자기가 먹이겠다며 안달 난다. 숟가락을 뺐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아들과 나는 실랑이를 벌인다. 다행인 것은 요령이 생겼다. 첫째가 가져가려고 하면 그냥 준다. 몇 번 먹여보고 귀찮아 하기에. 아들의 목적은 한 번 해보는 것이었다. "아빠가 해!" 다시 숟가락을 돌려주는 아들. 이유식을 다 먹이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버텨야 한다.


인고의 시간이다. 블록을 가지고 놀든지 책을 읽어주든지, 그것도 아니면 두 아들을 한 팔씩 안고 앉았다 일어났다 놀이기구를 태워줘야 한다. 유난히 튼튼한 둘째 덕에 손목까지 너덜너덜 해졌다. 유독 월요일의 2시간은 길다. 나도 모르게 시계만 쳐다보게 된다.


8시가 되면 분유를 먹이기 위해 물을 끓인다. 물을 식히고 분유를 타면 둘째 재우기 위한 마지막 고비다. 분유를 먹이고 아기띠를 하면 스르르 눈이 감기는 둘째, 재빠르게 눕히거나 아기띠를 메고 집안 불을 다 끈다. 10분에서 20분 정도 둘째를 재우는 사이.


첫째에게 평소 안 보여주는 TV를 보여준다. 어쩔 수 없다. 둘이 같이 재웠다간 스트레스가 머리 끝까지, 두 손 두 발 다 들기에. 어쨌든 둘째를 재우고 첫째 양치를 시키면 8시 50분. 읽을 책을 고르게 하고 침대로 들어가는 시간은 9시. 요즘은 9시 10분에서 20분 사이 잠드는 것 같다. 월요일은 첫째를 재우다 같이 잠들기가 부지기수다. 자유시간을 날리는 흔한 월요일 풍경이다.


월요일은 첫째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무래도 둘째 분유나 이유식 먹일 때, 재울 때는 첫째가 혼자 놀아야 된다. 블록,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둘째 재울 때 잠자코 작은 방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불 끄고 안방에서 둘째를 재우고 있으면 문 열고 빼꼼 열고 들어오는 덕에 둘째가 깨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멀뚱멀뚱 눈 뜬 둘째를 보면 애가 탄다. 시간만 속절없이 흐른다. 자기도 같이 자겠다고 보채면 답 없다. 어느 하나 패턴이 깨지면 모든 것이 꼬이기에 모든 것이 노심초사다.


그날도 집으로 가는 길, 아들에게 부탁을 했다.


"유호야~ 부드러운 말투로 아들을 부르며.

"오늘은 엄마가 공부하는 날이야!"

"그러니까 오늘 아빠를 도와줘!,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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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빤 맨날 그 소리만 해?


아들의 대답을 듣고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순간 멍~

그제야 월요일마다 같은 말을 하는지 알았다.


"왜 아빠는 그 소리만 해?" 퉁명스럽게 말하는 아들.

아들은 부탁하는 나의 말을 잔소리로 들렸나 보다.


"아니 그렇다고, 도와달라고 한 거지!"

아들의 짜증스러운 반응에 당황스러워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좋은 말도 계속하면 잔소리다. 돌이켜보면 나도 그랬다. 걱정 또 걱정, 의심 또 의심. 노파심에 계속해서 같은 말을 하던 아버지. 자기 긍정, 타인 부정의 아버지 대화 패턴. 항상 아버지와 대화하면 숨 막혔다. 도저히 납득되지 않아 말을 꺼내면 꼭 이상한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가고 감정싸움이 되기에. 속으로만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침묵으로 일관했다. 잔소리는 이성의 뇌를 멈추게 한다는 연구결과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잔소리는 이성을 잃게 하고 부정적인 감정만 키우게 된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부모가 되어보니 자식에게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 어려웠다. 아이가 다칠까 봐, 아플까 봐 걱정돼서 하는 말, 바르게 크라고 하는 옳은 말은 나도 모르게 반복해서 말했다. 자식 앞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 어쨌든 말하는 부모도 즐겁고, 듣는 아이도 즐거운 잔소리는 없을까? 있다면 애초에 잔소리라고 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냥 아이를 믿고 맡기는 게 속편 할 수도. 자녀 몫인데도 불구하고 내 몫으로 여기니 같은 실수하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계속해서 반복하면 어른도 아이도 지루하고 지겹기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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