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야! 내일 엄마 생일이야.”
“엄마 생일은 4월 3일이야, 기억해.”
벚꽃 피는 4월은 아내 생일이다. 전날 아들에게 아내의 생일을 미리 알려 줬다. 아들이 아내의 생일을 기억하길 바랐다.
4월 3일 유치원 하원 길, 아들에게 “내일은 엄마 생일이니까, 서프라이즈 이벤트 어때?”라고 아들을 꼬드겼다. 아들에게 “어떤 선물이 좋을까”라고 물으며 “엄마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살까? 아니면 치즈 케이크를 살까”라고 물었다. 아들이 한참을 생각하더니 빵집에 가자고 했다.
“유호야! 무슨 케이크를 살까?” 아들은 진열된 케이크를 한참 바라봤다. 아들은 고민 끝에 치즈 케이크를 골랐다. 계산하는데 아들이 미련이 남았는지 다시 빵집을 둘러보았다. 아들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빠! 저기 꽃 모양 초콜릿도 살까?’ 물었다. 사실 자기 먹을 것을 고른 것이다. 아들의 뻔한 속셈을 눈치챘지만, 특별한 날이기도 하고 아내 생일이니 기분 낼 겸 모른 척하고 샀다.
아내 생일상, 잊어버리지 말고 오뚜기 미역국이라도 손수 끓여서 차려주는 것이 좋다. 생각보다 미역국 끓이기 쉽다. 30분이면 끓인다. 아내는 개운한 맛을 좋아해 바지락 미역국을 끓였다. 미역을 물에 넣고 불리는 사이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는다. 어느 정도 볶아졌을 때 미역, 바지락을 넣고 다시 볶는다. 지글지글 미역이 반투명해질 때쯤 쌀뜨물을 넣고 팔팔 끊이면 바지락 미역국이 완성된다. 생각보다 쉽죠.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생일 축하합니다."
아침 아내 생일상, 장난기 많은 두 아들의 방정맞은 춤은 생일 축하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다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춤췄다. 아내에게 수고했다는 말, 고맙다는 말 잊지 말길.
아내는 아내와 엄마이기 전에 한 여자였다. 화이트데이도 그냥 지나갈 수 없다. 2021년 3월 14일 화이트데이, 사실 페이스북에 업데이트된 장미꽃과 초콜릿 선물을 보고 뒤늦게 화이트데이라는 것을 알았다. 마침 아내는 외출 중이었고 두 아들을 돌보고 있었다. 속으로 아차 싶었다. 꽃 선물은커녕 그 흔한 초콜릿 하나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유호야! 오늘 화이트데이야. “
"화이트데이가 뭐야?"
아들에게 "화이트데이는 남자가 여자한테 사탕을 주면서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날이야!"라고 알려줬다. "유호야! 엄마 오기 전에 이벤트 준비하자."라고 꼬드겼다. 아들과 함께 색종이에 편지를 썼다. 아들 손에 색연필을 쥐여줬다.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뭐야?” 아들에게 엄마한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색연필 쥔 아들 손을 잡고 아들이 말하는 대로 편지를 썼다. “엄마는 치마 입은 모습이 이뻐요.” “다음에 치마를 사줄게요.”라고 쓰고 아들과 함께 쓴 편지를 하트 모양으로 접었다. 그냥 주기 뭔가 심심해서 두꺼비집에 편지를 숨겨놨다. 그리고 현관문이 열리면 초코파이가 떨어지라고 위태롭게 걸쳐놨다. 외출하고 돌아온 아내 머리 위로 우두둑 떨어졌다. 이벤트 성공.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한 순간을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사실 아이들에게 부모와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었는지 중요하지 않다. 부모와 함께 한 순간순간의 시간과 그 당시 감정들이 모이고 쌓여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물론 아이가 클수록 어린 시절 기억은 점점 흐릿하겠지만 훗날 아이들이 부모를 떠올렸을 때 자기 자신을 사랑해 준 엄마, 아빠였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큰 선물이 어딨겠는가. 무엇보다 아이들의 기억에 엄마를 사랑한 아빠로 남고 싶다. 오늘 이 순간도 아이의 세포 하나하나에, 무의식 속 깊은 어딘가에 차곡차곡 새겨질 테니 매 순간 정성을 다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꾼 남편에게서 사랑꾼 아들이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