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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전담 마사지사

by hohoi파파

나는 아내 전담 마사지사다. 아내 마사지사로 일한 지 벌써 8년 차가 되었다. 매일 밤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마사지사가 된다. 이 정도면 마사지사 자격증을 따지 않아도 전문가라고 자부할만하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도 아내 전담 마사지사를 자처할지 모른다.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마사지 자격증이나 딸까 봐.


아내가 첫째를 임신했을 때 몸에 튼살이 피어났다. 아내의 피부는 가뭄에 논바닥처럼 쫙쫙 갈라졌고 거칠었다. 아내의 배가 점점 부르면서 거미줄 치듯 튼살이 퍼져갔다. 아내의 몸 변화를 보고 그제야 임신했음을 실감했다. 튼살과 함께 아내의 걱정도 피어났다. 지금 아내는 예전 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한다.

아내는 임신 막달로 갈수록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아내는 잦은 소변으로 새벽마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다 잠에서 깨 밤을 지새웠다. 심해진 입덧으로 음식 냄새는 맡지 못했고 속이 답답한지 계속해서 가슴을 쿵쿵 내리쳤다. 아내는 자주 속이 뒤집혔다. 토할 것 같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하필 부종까지 있어 손발이 퉁퉁 부었다. 혈액순환이 안돼 손끝 발끝이 저려 틈만 나면 주물렀다. 대신 아플 수 없는 노릇이고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마사지뿐이었다.


마사지는 임신 부종에 탁월할 뿐만 아니라 태교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내의 저린 팔과 다리를 주무르며 마사지했다. 그제야 혈액순환이 되는지 아내는 답답한 속이 내려간다고 만족했다. 오일을 다리에 발라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마사지했다. 아내의 배부른 배에 오일을 바르고 시계 방향으로 살살 마사지하면 40분이 금방.


그때부터 아내의 전담 마사지사로 자처한 셈이다. 아내는 세 아이 모두 재우고 나면 거실에 수건을 깔고 마사지 오일과 괄사를 주섬주섬 챙긴다. 보란 듯이 거실에 수건을 깔고 엎드려 눕는다. 가끔 귀찮아 일부로 딴짓을 하지만 어림없는 수작에 불과하다. 아내는 엎드려 누워 발로 까닥까닥 다리를 툭툭 치며 마사지하라고 재촉한다. 한 번은 아이들을 재우다 잠든 적이 있다. 아내는 자는 나를 기어코 깨워 마사지를 받았다. 아내에게 마사지란. 집안일과 육아로 지친 몸과 마음을 푸는 유일한 낙이다.

처음은 손으로 주물러 주었다. 하지만 손이 아파서 오래 마사지해 주지 못했다. 뭐든 장비 빨이라고 아내가 괄사를 샀다. 괄사는 림프순환 마사지, 얼굴 혈 자리 마사지, 종아리 알 마사지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힘들이지 않아도 시원하게 마사지해 줄 수 있어 장점이다. 오일은 필수다. 오일로 피부 마찰을 줄여야 피부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괄사는 모양도 다양하고 도자기, 나무 등 재질도 천차만별이다. 세균 번식하지 않도록 조심하기만 하면 된다.

가끔 쉬고 싶은 마음에 마사지해달라는 아내에게 툴툴거린다. 일부로 잠든 척할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마사지하는 이유는 집안일과 육아로 힘든 아내에게 남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일 밤 마사지만 기다리는 아내를 보면 안 하고 못 배긴다. 문득 아내의 다리를 주물러 주면서 늙고 주름진 아내 발을 마사지하는 백발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손을 잡고 산책하는 노부부처럼 아름답지 않을까. 나이 들어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부부가 되면 좋겠다. 허락한다면 오일을 바르고 괄사를 쥘 수 있을 때까지 마사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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