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정작 자기 옷은 사지 못하는 아내

by hohoi파파

아내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다고 신났다. 들뜬 마음도 잠시, 아내는 어떤 옷을 입을지 모르겠다며 짜증을 냈다. 아내는 다른 옷을 갈아입으며 몇 번이고 다시 물었다.


“이 옷 괜찮아?”


아내는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옷방에 들락거리며 반복해서 옷을 입고 다시 갈아입었다. 패션 테러리스트에게 코디를 물어보다니 진땀 흘릴 수밖에. 아무리 위아래로 훑어봐도 모르겠다.


"응. 이뻐!"

"둘 다 이쁜 것 같은데."

“솔직히 뭐가 다른지 모르겠어.”


사실 아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다. 변명하자면 아무리 다른 옷을 입어도 솔직히 그 옷이 그 옷 같더라. 보여주는 것마다 같은 흰색의 블라우스다. 진심으로 디테일한 차이를 모르겠다. 몇 가지 옷을 입고 나오더니 아내는 입을 옷 하나 없다며 입을 삐죽거렸다.


돌이켜보니 아내는 외출할 때마다 입을 옷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출산 후 예전에 입었던 옷들이 안 맞는다는 볼멘소리다. 두 번의 임신과 출산으로 늘어난 체중이 빠지지 않았다. 출산 후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몸이 덜 회복한 탓이 크다. 아내는 자신의 몸을 보고 예전과 다르다며 스트레스받았다. 뚱뚱한 몸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했다. 아내 눈에는 뭘 입어도 안 이뻐 보이는 것이다. 출산 전에 입은 옷들은 작아져서 못 입는다.


“차라리 지금 몸에 맞는 옷을 사는 것은 어때?” 아내가 시무룩할 때마다 새 옷을 사라고 무심하게 말했다. 운동해서 예전 몸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새 옷을 사는 것이 빠를지 몰라.


장수연 저자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어] 책을 읽다가 작가가 남편들에게 하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옷, 장난감, 유모차를 사는 게 내 쇼핑이냐? 도끼눈 좀 뜨지 마라. 정작 내 옷은 사지도 못했다. 뭘 사야 하는지 찾아보는 것도 육아에 속한다. 얼마나 시간과 품이 드는지. 당신도 한번 해보고 얘기하자.”


아내는 쇼핑하다가 정작 자기 옷은 못 샀다. 생각해 보면 아내는 항상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챙겼다. 가족을 먼저 챙기다 보니 정작 본인이 필요한 것은 사지 못한 것이다. 말이 쇼핑이지 아내가 사는 물건은 전부 육아용품과 생필품이다. 자기 물건은 사는 타이밍을 놓치거나 잊어버렸다. 아내라고 왜 사고 싶은 게 없을까. 괜스레 가족 먼저 챙기는 아내에게 미안해졌다.


엄마는 원래 그래?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내 어머니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잘 모른다. 어머니는 항상 가족이 우선이었다. 좋은 거 못 사줘서 늘 미안해했다. 지금도 항상 자식들 챙기느라 바쁘다. 자신의 욕구는 철저히 숨기신다. 생선 대가리가 맛나다며 두툼한 생선 살코기 주던 어머니, 어머니도 살코기를 잘 드신다는 것을 그땐 왜 몰랐을까. 그땐 왜 곧이곧대로 믿었을까.


당신도 항상 자식 먼저 챙기는가. 가끔은 눈 질끈 감고 자기를 위해 쇼핑하자. 이쁜 옷도 사 입고, 조금 사치스러워 보여도 괜찮으니 당신에게 콧바람 쐬는 일을 멈추지 말자.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살지 말고 당당히 당신의 이름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keyword
이전 16화아내가 포기한 것들